돈의문박물관마을 수직정원
지난 22일(월) 한국조경학회가 ‘기후변화 대응 조경디자인’을 주제로 연 웨비나에서 발표된 ‘돈의문박물관마을 수직정원’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홍수와 가뭄, 지구온난화 등 급격하게 변화하는 기후와 코로나19 등 감염병 시대 ‘조경·정원 디자인’은 녹색 인프라의 핵심이다.

기후위기에 맞서 탄소중립을 위한 국가 비전이 수립된 가운데 실내·외 조경·정원디자인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사)한국조경학회(학회장 조경진)가 지난 22일(월) ‘기후변화 대응 조경디자인’을 주제로 웨비나를 개최했다.

교실에서 체험하는 자연 ‘교실정원’…‘식물콘텐츠’로 확대 재생산

‘수직정원’, 가드닝 활동 연계할 때 지속가능해

유승종 라이브스케이프 대표는 학교교실에 조성한 ‘마음풀’ 실내 조경디자인을 통해 코로나19로 집 밖 외출이 쉽지 않은 요즘 텃밭이나 실내정원으로써 자연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한 디자인 사례를 소개했다. ‘마음풀’ 프로젝트를 통해 파종부터 가드닝은 물론 빗방울과 숲 재현하기 위한 식재와 시설물 등 교실에서 배우고 상상할 수 있는 자연의 일부로서 디자인을 제안한 것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식물과 교감하며 축적한 경험을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로 재생산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도 눈에 띈다.

조경이나 정원이 사람과의 교감을 통해 지속가능한 콘텐츠라는 것인데 이는 서울시가 지난해 돈의문박물관에 조성한 수직정원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돈의문박물관마을 수직정원 설계 공모에 선정돼 지난해 조성을 마친 최윤석 (주)그람디자인·정원사친구들 대표는 수직정원의 성공 열쇠는 “유지관리(가드닝)”에 있다고 강조했다.

도심 내 물리적으로 녹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여건을 고려하면 미세먼지나 도시열섬 방지를 위해 인공지반 녹화 일환으로서 수직공원은 이미 대세다. 그러나 아무리 경관이 뛰어나게 설계돼도 유지관리가 뒷받침하지 않으면 생명 없는 환경조형물에 불과하다. 서울광장 옆 000호텔 벽면녹화는 대표 실패 사례다.

최 대표는 지난해 수직정원 경험을 바탕으로 “가드너 활용”을 제안했다. 최 대표는 “유지관리 주체들이 직접 활동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가드닝을 개입하자는 게 사업의 궁극 목적이다. 수직정원 사업을 건설공사로 진행하다보니 이에 대한 부분들이 등한시된 것은 아쉽다. 정원은 건설산업이 아닌 문화사업이다”며 “가드닝 활동이 하나의 해법이다. 가드닝 조직체계는 앞으로 다른 도심지 내 조경식재 디자인에서 현답을 찾아가는 토대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수직정원 조성 실패원인을 겨울철 추위가 아니라 ‘건조’에 방점을 뒀다. 건조현상을 고려해 시험재배를 거쳐 벽면녹화 수종을 엄선, 식재 기반 개발 등 국내외 다양한 사례를 검토해 겨울경관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대응 조경디자인' 웨비나 화면 갈무리. 사진은 유승종 라이브스케이프 대표가 소개한 ‘교실숲 마음풀’ 
'기후변화 대응 조경디자인' 웨비나 화면 갈무리. 사진은 유승종 라이브스케이프 대표가 소개한 ‘교실숲 마음풀’ 

 

해수면상승, 홍수 등에 대비 수변공간 설계,

도시개발 초기부터 도입…새로운 도시모델 ‘정원도시’ 제안

기후위기 시대 조경디자인은 도시계획단계에서부터 도입돼야 한다. 홍수나 해수면 상승 등 급격하게 변화하는 기후에 대응하는 조경디자인은 생태환경은 물론 삶의 질과도 직결된다.

차태욱 수퍼매스 스튜디오 대표는 해수면 상승에 따라 침수 위기를 맞은 미국 킹스턴시 허드슨강변의 설계를 소개, ‘기후적응형 설계’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2080년이 되면 킹스턴시는 해수면이 1.2m 상승하면서 침수가 예상된다. 대상지는 허드슨강의 자연생태계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기존 백사장을 높여 테라스를 조성해 침수방지를 위한 자연제방 기능은 물론 기존 백사장 기능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높아진 테라스를 따라 수변식생대가 조성되고 백사장 양옆으로 수변생태계가 연결돼 수변휴식공간으로 거듭난다.

국내 정원도시의 새로운 모델인 해남 ‘솔라시도’ 기본구상도 발표됐다. ‘솔라시도’는 대규모 간척지에 조성 중인 신도시로, 도시개발 초기단계부터 생태환경을 고려, 오픈스페이스를 확보한 ‘스마트도시’로 설계됐다. 지난해 태양광발전소 중심에 조성된 ‘태양의 정원’이 공개된 바 있다.

정원도시 ‘솔라시도’는 지역경관이 자원이 되도록 기존 대상지에서 경관자원을 찾아 발굴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오픈스페이스 기반이 되도록 설계했다. 또한, 선적인 녹지네트워크를 형성, 보행 중심의 도시로 계획됐다.

‘솔라시도’ 조성 기본구상 총괄을 담당한 정욱주 서울대 교수는 “기존 도시계획과 달리 오픈스페이스 경관으로 연결되는 도시다. 도시개발 매뉴얼의 관성에 따르지 않고 경관자원을 발굴해 도시환경의 골격을 만들었다”며 “팬데믹과 기후변화 시대 도시 만들기 방식을 보편적인 방식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밖에 물 관리를 통해 홍수 범람을 방지하고 도시의 녹지공간으로 활용하고자 도시전체가 거대한 그린인프라가 되는 중국 난징 등 신도시 수변공원 설계도 소개됐다.

'기후변화 대응 조경디자인' 웨비나에서 발표된 미국 킹스턴시 해수면상승에 대비한 '기후적응형설계' 화면 갈무리.
'기후변화 대응 조경디자인' 웨비나에서 발표된 미국 킹스턴시 해수면상승에 대비한 '기후적응형설계' 화면 갈무리.

한편, ‘기후변화 대응 조경디자인’을 주제로 열린 이번 웨비나는 ▲유승종 라이브스케이프 대표의 ‘콘텐츠로서의 자연현상 : 교실숲 마음풀’, ▲최윤석 (주)그람디자인·정원사친구들 대표 ‘가드닝 활동을 반영한 적극적 대응 : 돈의문 박물관마을 수직정원’, ▲차태욱 수퍼매스 스튜디오 대표의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는 기후적응형 설계 : Kinstong Point Beach Climate Adaptive Design, Kingston, NY.’, ▲정욱주 서울대 교수 겸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 대표 ‘변화에 대응하는 신도시 공원녹지 구상 : 정원도시 솔라시도 조성을 위한 개발 콘셉트 및 기본구상 수립’, ▲최지수 조경가(Skidmore, Owings & Merrill Associate)의 ‘물을 다루는 오픈 스페이스 디자인 전략 : 중국의 수변 공원 및 도시 마스터 플랜 수립 계획’으로 구성됐다.

이번 웨비나는 지난달 ‘팬데믹 이후 조경을 말하다 : 그린인프라와 건강 세미나’에 이어 두 번째 세미나로, 한국조경학회가 월간으로 진행한다. 세미나 자료는 한국조경학회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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