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화상회의 캡쳐 (시계방향으로) 배정한 서울대 교수, 이진형 서안(주) 소장, 김영민 서울시립대 교수, 오순환 조경지원센터 본부장, 이명준 한경대 교수, 이남진 바이런 소장
온라인 화상회의 캡쳐 (시계방향으로) 배정한 서울대 교수, 이진형 서안(주) 소장, 김영민 서울시립대 교수, 오순환 조경지원센터 본부장, 이명준 한경대 교수, 이남진 바이런 소장

[Landscape Times 승동엽 기자] 1970년대 초 우리나라에 ‘조경’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후, 1980년대 한국조경의 태동기를 거쳐 어느덧 반세기가 흘렀다. 현시점에서 조경가들은 한국조경을 어떻게 해석할지 그리고 1세대 조경의 유산, 그중에서도 한국조경의 대표작인 ‘파리공원’을 어떻게 재정립할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사)한국조경학회(학회장 조경진)가 ‘한국조경설계의 태동-파리공원과 1980년대 조경설계’를 주제로 지난 22일(토) 제5차 월간 웨비나를 온라인 화상회의로 개최했다.

 

파리공원 문화유산으로 재정립돼야

한국조경은 1970년대 도입과 정착, 1980년대 성장의 시기, 1990년대 발전과 다양화의 시기, 2000년대 새로운 도전의 시기를 거쳐 어느덧 5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진형 서안(주) 소장은 한국조경의 태동기인 1980년대를 중심으로 서안이 참여했던 국가적 프로젝트 사업을 되돌아보고 그중에서도 대표작인 파리공원에 대해 다시 한번 그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미국의 국립공원을 예로 들면서 “미국은 역사가 짧다. 그들은 스스로 역사적 유산이 매우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세계 최초로 국립공원을 제도화해서 자연경관 문화유산, 다시 말해 국립공원을 이용해 상품화했고 유산으로 만들었다”며 “우리도 조경 1세대들이 참여했던 파리공원에 대한 리노베이션을 통해 문화유산으로서 공원을 재정립하고 조경설계 과정들을 한 번쯤 기록해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파리공원은 그 당시 기준으로 보면 디자인이 강조된 공원이었다는 점을 덧붙이면서 “서안은 파리공원을 통해 공원 디자인을 경험했고, 이를 바탕으로 1990년대 조경설계에 많은 부분을 접목시켰다”고 설명했다.

 

조경, 단순녹화사업 이미지 벗어난 계기

파리공원은 한국 현대 조경을 대표하는 작품으로서 디자인과 설계 패러다임을 180도 변화시킨 작품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명준 한경대 교수는 파리공원은 크게 행태의 실험, 기념성과 실용성의 조화, 한국성의 탐구 등 3가지 측면에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파리공원은 행태의 실험 측면에서 공원도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줬고, 그러한 공원 패러다임을 설계를 통해 극복한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기념성과 실용성의 조화 측면에서 “근린공원이라는 도시 상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그 기능을 잘 수행하도록 구성돼있다”라고 말했다.

파리공원을 통해 조경 1세대들은 조경 디자인, 조경설계에 대한 의식이 내부에서 조금씩 생겨났고, 조경을 하나의 디자인 작품으로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아울러 조경이 녹화 사업이라는 대중적 이미지에서 벗어났다는 점도 평가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파리공원 실시설계용역 착수보고회 개최 모습 ⓒ양천구
지난해 8월 파리공원 실시설계용역 착수보고회 개최 모습 ⓒ양천구

파리공원 조성 당시 조형성 고려돼야

김영민 서울시립대 교수는 파리공원 리노베이션에 있어서 의미, 기능, 행태 등 3가지 측면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의미 측면을 보면 파리공원은 일반적인 근린공원 차원을 넘어 한국조경사에 큰 족적을 남긴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30여 년 전 파리공원이 조성된 의미를 토대로 그걸 유지하면서 어떻게 재해석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능 측면에서 보면 담장의 문제, 산책로 보수의 문제 등 리노베이션에 있어서 당연히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측면이라고 말했고, 행태의 측면에서는 30년이 지난 후 세대 갈등, 다시 말해 공원을 이용하는 노인과 젊은 세대들 사이의 행태적인 충돌 문제들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남진 바이런 소장은 리노베이션에 있어서 역사성과 기념성 측면에서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파리공원을 인식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리공원을 이용하는 분들의 대다수가 한불 수교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공원이 조성된 것을 모르고 있었다. 따라서 일반인들에게 별다른 설명 없이도 파리공원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리노베이션의 현실적인 방법 측면에서는 시간과 아카이빙 두 가지를 꼽았다. “30년 넘게 이용된 공원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 주어진 기간이 6개월이었다. 그 과정에서 디자인을 고민할 시간이 너무 부족했고, 조금은 시간적 여유를 두어 공론화할 시간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공원 리노베이션을 진행할 때 아카이빙에 대한 별도의 시간과 비용을 할당해 같이 진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순환 조경지원센터 본부장은 파리공원 리노베이션은 도시도 진화하면 공원도 진화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리노베이션이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은 단순히 상황에 맞게, 민원에 의해 보수 정비 차원에서 파리공원을 유지해왔는데 그렇게 간다면 정체성이 사라진다. 단순히 민원에 의해서 지엽적인 보수가 이뤄지면 예산은 예산대로 사용하고, 그에 비해 만족도는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배정한 서울대 교수는 “세계적으로 보면 근대 건축물들을 유산으로 인정한 지가 꽤 오래됐다. 근대 건축물들을 하나의 유산으로 보고 제대로 유지하며 가꿔나간다. 하지만 공원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따라서 한국조경사 관점에서 파리공원과 아시아공원 등을 리노베이션 한다는 것은 공원을 유산으로 인식하는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진형 소장은 “건축 분야에서 그런 활동이 일어났는데 이제 공원도 그런 움직임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아마 파리공원 리노베이션이 그 시작점이라고 생각되는데 가장 큰 핵심키워드는 파리공원 조성 당시에 작가들이 고민했던 조형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가운데 리노베이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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