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가든
프렌치 가든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아파트 조경을 이용하는 주체는 입주민이다. 실제 거주하는 이용자의 구체적인 수요를 반영해 정원과 외부 공간을 설계한 결과 단지 내 심긴 식물과 조경 공간에 대한 입주민의 애착과 관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염리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으로 추진돼 지난 3월 완공된 GS건설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 아파트는 입주민들이 기존 건설사의 일방적인 설계를 수용하는 데서 벗어나 설계 과정부터 건설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아파트 조경에 대한 적극적인 주민 의견을 개진한 드문 경우다.

조경 정보 담은 가이드북도 발간

‘보물찾기’하듯 곳곳에 숨은 녹지

아파트 현장에서 만난 조영철 책임은 “건설사가 조경을 만들기는 하지만 입주 후에는 아파트 주민들 소유다. 집주인이 내 집을 전문가에게 맡기는데 (입주민이) 전문가와 같이 고민하고 변경하는 이런 과정들은 극히 드물다. 아파트 같은 경우는 대립이나 반목이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제안하고 아이디어 주고받으면서 입주민들과 소통했다”며 “(대부분의 건설현장이) 그동안 안됐던 부분 중 하나인데… 조합과 시공사 간 대립이 있다. 이번 현장도 협의하는 과정에서 불신도 있었지만 점차 신뢰하면서 결과물이 잘 나왔다. 조합장이 입주민들과 계속 소통하고 공유했다. 이번 아파트뿐 아니라 공동체 조경 사업할 때 지향해야할 모범적인 사례다”고 자평했다.

일반 아파트 현장과 달리 조경수 및 정원 등 외부 공간, 시설물에 대한 해설과 스케치를 담은 조경 관련 가이드북 발행도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그간의 조경과정에 대한 주민 간 공유의 일환이다.

특정 아파트 조경을 기록한 히스토리북으로는 국내 첫 사례라고 본 조 책임은 “입주민들과 같이 한 땀 한 땀 나무를 찾고 공원을 만드는 과정을 돌이켜보니 보통 입주할 때 등기나 아파트 이용법 등 일반적으로 나눠주는 책과 달리 감성적인 부분을 담을 수 있는 조경 히스토리북을 만들어보자고 해서 시작했다. 공간 설명과 함께 실제 단지 내 심긴 나무를 중심으로 수록했다. 소나무 이름도 직접 조합원 투표로 결정했다. 아파트 조경을 결과물로 만든 것도 굉장히 의미 있는 한 축이었다”고 설명했다.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 3단지 중심부 광장에 조성된 '센트럴 파크' ⓒGS건설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 1단지 중심부 광장에 조성된 '센트럴 파크' ⓒGS건설

마포 자이 아파트 현장은 용적률이 높고 단차도 크게는 70미터까지 난다. 단차와 공간 분할로 단지 내 보행로 경사를 최대한 완화하는 것이 급선무였고 전체적으로 녹지 연계에 대한 설계가 절실했다.

외부공간이나 공공시설은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설계안은 여러 차례 수정 과정을 거쳐 수렴됐다.

입주민 아이디어가 설계에 반영된 대표공간으로는 시야가 트인 테라스 정원 격인 프랑스 풍의 프렌치 정원과 이탈리아 풍의 투스카니 정원, 그리고 아파트 조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힐링가든 등 곳곳에 산재해 있다. 차를 마시며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소소하지만 아늑한 공간들로 탄생했다.

엘리자베스 목련 등 다품종의 목련이 심긴 목련원도 초기 설계와 다른 개념으로 조성됐다. 단지 외곽의 후미진 경계구간에서 산책로로 연결된 휴게공간이 됐다.

단차로 인해 쌓은 옹벽 등 음지 공간도 지나치지 않았다. 수직벽면에 식물을 식재하고 입주민들이 산책할 수 있는 음지정원으로 조성해 최대한 녹지공간을 확대했다.

쉐이드 코브(음지정원)
쉐이드 코브(음지정원). 입주민의 의견을 반영해 조성한 대표 공간이다.

산책로 따라 심긴 24개 대형 특수목

사계절 내내 볼거리

조합원과 건설사 사이에서 의견 조율을 담당한 김종채 조합장은 “(조성 과정에서) 조합원과의 소통이 굉장히 활발하게 진행됐고 지금도 그렇다. 단톡방이나 조합원 입주민 카페를 통해 나무 심는 모습도 보여주고. 나무에 얽힌 스토리도 얘기해주고, 나무 보러 가서 겪은 비하인드 스토리도 얘길 해주니 친근감을 느낀다. 조합원과의 소통이 절대적이다”면서 “조합원들이 조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 목격했다. 와서 보니까 요소요소 조경이 잘 돼 있으니 만족해 한다”고 전했다.

이어 “조합원과의 소통도 열심히 했지만 GS건설, 에버랜드와 3자 간 소통도 원활하게 진행됐다. 대부분 조합에서 요구했던 아이디어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기존 조경 설계에서 상당 부분 변경 됐다. 없던 시설도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졌고 아예 새로 재설계 했을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벽천, 캐스케이드 등 애초 설계안에 없던 내용들이다. 늘어난 시공비 재원은 일반분양이나 상가분양 통해 늘어난 수익으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마포 자이 아파트 조경의 특색을 꼽으라면 이용자의 산책 동선 따라 심긴 연리지 이팝나무, 고로쇠나무 등 대형 특수목을 꼽을 수 있다. 산사나무, 귀룽나무, 서어나무, 구갑죽, 헛개나무, 소사나무, 대왕참나무 등 사계절 즐길 수 있는 수목들이 공간마다 심겨 있다. 나무 수종과 이름, 정보를 입주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널찍한 표지판도 눈에 띈다. 이 또한 조합원들의 아이디어 산물이다.

센트럴 파크에 있는 놀이터
센트럴 파크에 있는 놀이터
힐링가든에서 내려다본 녹지 전경

단지 밀집 단점 연속녹지로 극복

아파트 조경 디자인 콘셉트는 그린 코브(Green Cove)로 용적률이 높아 밀집된 단지 조건을 극복하고 최대한의 녹지효과를 위해 조각난 녹지를 연속 설계했다는 데 초점을 뒀다. 이를 위해 아파트 건축물 곳곳에 만(Cove)을 의미하는 코브 형태를 차용해 오크 코브(대왕참나무군락), 파인코브(소나무 군락), 쉐이드 코브(음지정원) 등을 배치했다. 또한 동 가까이에는 계수나무, 산딸나무 등 포인트 수목이 있는 리빙가든을 조성했다.

아울러 단지 내 중앙공간에 해당하는 센트럴 파크에는 잔디 광장을 중심으로 해솔, 석가산, 생태연못, 쉼터 등 블루그린 코브와 팽나무 숲 경관이 빼어난 엘리시안가든으로써 자이 아파트 조경만의 정체성도 살렸다.

끝으로, 입주민들의 취향을 수렴해 설치한 ‘사슴’ 시리즈로 이름 난 김우진 작가 등 일곱 명의 현대 미술가의 작품을 산책길을 따라 즐길 수 있으며, 특히 조명이 장식된 작품으로써 야간 경관에 빛을 더했다.

팽나무 숲이 있는 엘리시안가든
중앙광장 쉼터에서 바라본 석가산
센트럴 파크 ⓒGS건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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