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장기현 유배지에서 생활1800년 11월 정조대왕의 국상이 마무리된 후 나라에 큰 소용돌이가 일었다. 정조의 탕평책으로 잠잠하던 정국에 피바람이 불었다. 다산 정약용을 비롯한 남인과 천주교인이 본격적으로 탄압받기 시작한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위기감을 느끼고 귀향을 결심했다. 이듬해 2월 다산의 셋째 형 정약종의 책롱(책을 넣어 두는 농짝) 사건이 발생하고 정씨 가문은 몰락하며 폐족이 된다. 정약종은 참수형을 당하고 둘째 형 정약전은 신지도로 다산은 경상도 장기현으로 유배에 처해 졌다. 다산은 1795
마감 시즌인 연말을 지나고 있다. 책상에 앉아 이런저런 작업을 하다 잠시 고개를 돌려 창밖으로 보이는 산을 바라본다. 온몸을 꽉 채우고 있던 긴장과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리는 듯하다. 관련 연구를 살펴보니 자연을 접하며 일하는 근로자들이 그렇지 않은 근로자들보다 병가를 내는 시간이 11시간 정도 적으며, 실내에서 창문을 통해 자연을 보는 콜센터 직원들의 업무속도는 그렇지 못한 직원들보다 6~12% 빨랐다. 또한 브리즈번 주민 1,500명을 대상으로 매일 30분 이상 녹지를 접하게 했을 때, 우울증과 고혈압 관리에 자연이 긍정적인 역할
필자는 ‘도시재생전략계획 수립지침’ 연구과제(국가 R&D 사업) 참여를 통한 도시재생의 기반을 준비하던 시기에 한 교수님의 말씀을 통해 도시재생사업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이해한 적이 있다.내가 마당이 있는 주택을 짓고 지내면서 아무것도 없던 정원을 하나하나 가꿔갔어. 나무를 심고, 연못도 조성하고, 잔디를 심고, 화단을 만들어서 꽃도 심고. 정원을 거닐기 위한 작은 길도 만들어 주고, 앉아서 쉴 수 있는 작은 평상도 놓았어. 정원을 하나하나 채우고 보니 이제는 나무에 약을 주고, 잔디를 깎고, 꽃을 갈아줘야 하더
일반적으로 마을은 인간들이 집단적으로 유기적 조직을 구성하여 공통의 목적을 공유하면서 공존하는 조직을 말한다. 공동체의 삶의 터전이자 우리 사회 유구한 문화와 역사가 싹튼 곳이 마을이다. 공동체 회복이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언급되는 이유는 역사적으로 공동체내의 사회적 질서가 우리 사회에 순기능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공동체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삶과 관련된 사회적 장소인 동시에 사회화의 기능을 하는 무형적 자산이고 사회적 자본이 축적된 유형적 공간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공동체에
2021년 6월 10일,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도시숲법)」이 시행되었다. 도시숲법의 활성화를 위해 각 지자체에서는 제도 정비, 정책 발굴, 사업 시행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도시숲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실직적인 정책은 부재하고, 장기비전 없는 단편적인 사업만 시행되고 있는 실정이다.더불어 도시숲 조성관리의 불확실한 목표와 실현지표의 부재, 현실과 맞지 않는 도시숲 현황 통계, 유지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공개공지와 공동주택 등 사유지 녹지, 가로수 가지치기의 미흡한 기준과
[Landscape Times] 생애 최초 인테리어 공사가 곧 시작된다. 디자인이 구체화되면서 집에 대한 나의 태도와 안목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사 예정인 집 거실에는 원래 테라스가 딸려 있었다. 그 점이 매력이었는데 낡은 새시를 교체하려면 테라스를 없애야 한다. 테라스가 살아남으려면 새시 교체를 포기해야 한다. 단열 문제로 업체는 테라스를 포기하라고 조언하는 상황. 아직 나는 마음의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집의 새시 문제 하나로도 이토록 머리가 아픈데 백지 상태에서 정원이라는 공간을 조성할 때의 고민은 도대체 얼마나 깊어야 할
[Landscape Times]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에서 행복하다. 사람들에게 행복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은 장소가 어디였는지 물어보면, 어떤 사람들은 숲을 걷거나 바다를 바라봤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울창한 숲에서 새소리를 들었던 것을, 누군가는 경이로운 경치를 봤던 것을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들은 별 아래에서 캠핑을 했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많은 경우 자연에 방문하고 자연과 교감했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여행을 갈 때는 자연에 몰입되는 경험을 하기 위해 바다와 폭포를 보러 가고, 집을 구할 때는 강이 보이는 강변 뷰나, 숲
[Landscape Times] 얼마 전 한두 번 현장에서 얼굴만 알고 있던 인테리어 실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청담동의 주택인데 잔디를 ○○㎡ 깔고, 주변에 디딤석으로 마감하고 나무 한두 주 심으면 얼마가 예상되는지 다짜고짜 1시간 내로 견적을 달란다. 내일 고객과의 미팅이 있는데 정원을 인테리어에서 함께 제안할 예정이란다. 순간 멍해졌다. 공간디자인은 인테리어에서 이미 했고, 인테리어에서 짜놓은 디자인에 따라 공사나 하는 업체로 전락된 느낌이었다. 정원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일단 주변 환경과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여건부터
[Landscape Times] 정원의 역할이 날로 커지고 있다. 울타리 안의 위요된 정원은 사전적 정의일 뿐, 더 이상 정원은 마당 한편의 예쁜 꽃밭이나 식물원에 잘 조성된 테마 정원을 말하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 단순히 보고 즐기고 배우고 치유하는 공간에서 보다 포괄적으로 정원에서 파생 혹은 함께 접목 가능한 문화와 예술, 환경, 생태, 각종 사업 영역까지 아우르는 분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생활 속에서 정원은 카페나 레스토랑의 실내외 공간에 도입된 지 이미 오래고, 유명 백화점에서도 가장 핫한 휴게 공간이 되었으며, 주거 공
[Landscape Times] 다산이 소과에 합격하여 성균관에 들어간 해는 1783년 4월이다. 다산의 나이 22세로 정조는 과거에 합격한 유생들을 창덕궁 집무실인 성정각(誠正閣)에 초대하여 위로잔치를 베풀었다. 다산과 정조의 첫 만남이 이루어진 날이다. 정조는 특별히 다산의 얼굴을 들라 하고 나이를 물었다. 당시 정조와 다산의 만남은 학문을 논하는 스승과 제자의 사제 관계로 발전하며 돈독해진다. 하지만 다산은 6년이란 세월 동안 대과에 합격하지 못해 임금을 뵐 면목이 없었다. 다산이 28세가 되던 해 드디어 대과에 합격하고 관직
[Landscape Times] 도시재생사업은 쇠퇴한 원도심의 활성화를 위해 물리적․비물리적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실행한다. 이때 다수의 도시재생활성화구역에서는 공동이용시설을 계획하고 조성하여 주민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공동이용시설은 작게는 주민들의 활동 공간인 앵커시설들을 지칭하고, 크게는 공원, 놀이터, 주차장 등의 기반시설(도시재생기반시설)까지 포함하고 있다.법적으로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정의) 및 시행령 제3조(공동이용시설의 종류), 조례 제4조(공
[Landscape Times] 주류 경제학의 인간행위에 대한 기본 가정은 ‘이기적이고 합리적’으로 요약된다. 만일 주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인간이 자기 이익만을 목표로 살아간다면, 우리 사회는 하딘(1968)이 주장하는 것처럼 ‘공유지의 비극’으로 공멸하고 말았을 것이다.개릿 하딘(Garret Hardin, 1968)이 ‘사이언스(Science)’ 지에 발표한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은 당시 사
[Landscape Times] 모르는 번호로 한 통의 메시지가 왔다. ‘선배님, 저는 00학번 나조경입니다. 만나 뵌 적은 없지만, A선배에게 소개받고 연락드립니다. 찾아뵙고 진로에 대해 여쭙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대학원 입학 시즌이 시작되면 더 많은 연락을 받는다.어느 날은 오래 못 봤던 후배에게, 어느 날은 답사 동행하는 다른 전공의 학생에게, 아르바이트하러 온 학생들에게, 또 어느 날은 다양한 분야의 현직 종사자들에게 상담 요청을 받는다. 누군가에게 특별히 대단한 조언을 할 처지도 아니지만, 어느 분의
[Landscape Times] 부동산 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는 시국에 집을 사게 되었다. 집주인으로부터 온 이사 통보가 공교롭게도 모두 출산 직후여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자가 있는 집을 고쳐주지 않는 집주인의 횡포에도 지쳤다. 설움 없이 살아보고자 열심히 발품을 판 끝에 오래된 빌라를 잘 고쳐 써보기로 했다.주택 구매도 처음이지만 인테리어 역시 생애 최초이다. 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업체 선정’이라고들 한다. 실력 좋은 디자인, 숙련된 시공, 합리적인 가격과 깔끔한 하자처리까지 다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인류의 삶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 과학·기술의 혁명적 발전과 인구구조의 변화는 우리에게 ‘이전과는 전혀 다른’ 대응방식을 요구하고 있다.대량생산체제로 인해 풍요의 시대를 맞이했지만, 이로 인한 과잉생산과 인구감소 등은 양극화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더 이상 미래가 희망적일 것이라는 낙관만은 하기 어려운 대전환기에 서 있다.그리고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새로운 미래는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불확실성이 길이다.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구조 변화과정에서
[Landscape Times] 싱가포르는 바이오필릭 시티로의 명성을 갖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진행되는 친환경 프로젝트를 보면 바이오필리아, 바이오필릭 디자인에 대한 개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도심 내 녹지율이 낮아지고 자동차 중심의 도시가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싱가포르의 경우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녹지율이 더욱 높아지고 도심 내 보행 및 자전거 동선의 연결성이 더욱 확대되어 왔다.1986년에서 2020년까지 싱가포르 인구는 270만 명에서 580만 명으로 증가하였는데, 공공녹지 면적 비율
[Landscape Times] 조경 업계의 최대 호황이 언제였나 생각해 보면 아마도 1970년대 중반부터 IMF가 터지기 전 서울주변으로 1·2차 신도시가 생기면서 대단지 아파트와 근린공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그 당시엔 대규모 공원들과 아파트단지 조경이 여기저기 생겨나며 양적으로 팽창하던 시절이었으며, 오늘날 조경업계에서 이름이 알려진 설계사무소, 엔지니어링 회사, 시공업체 등등 굵직한 업체들이 생겨난 기반이 되기도 하였다.그러나 IMF로 호황이던 건설업의 갑작스러운 부도는 조경업의 줄도산
[Landscape Times] 미국 유학 시절, 마치 책을 읽듯 하나하나의 정원을 정독해 가면서 마음 한구석에 불편한 궁금증이 생겨난 적이 있었다. 많은 공공 정원들에서 일본 정원을 볼 수 있는데, 왜 한국 정원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을까 하는 것이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을 비롯한 세계의 다른 여러 지역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정원의 세계화를 놓고 한일전을 펼친 것이라면 지금까지는 분명히 완패한 느낌이었다. 일찍부터 문호를 개방하고 서양과 문물을 주고받은 결과이겠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일본 정원의 인기는 그 뿌리도 깊고 확실한
[Landscape Times] 개혁군주 정조대왕이 즉위하기 1년 전인 1775년 잔설(殘雪) 남아 있는 남양주 운길산 산비탈의 천년 고찰 수종사에서 한 청년이 호연지기를 키우고 있었다. 내년이면 성인이 되는 그는 이곳을 자주 찾아와 글을 읽고 심신을 수련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다. 학업에 정진하여 나라에 큰 인물이 되고 세상을 가슴에 품으리라는 다짐을 한다. 한편으로는 조선 팔도의 산수를 유람하는 멋진 인생을 꿈꾸고 있었다. 그가 바로 14살의 다산 정약용이다. 다산은 천재로 인정받으며 4살에 천자문을 공부하고 7살에 부친이 감탄하
[Landscape Times] •2000년대 후반 서울시(서원마을/능안골/선유골)에서 ‘살기좋은 마을만들기’란 이름으로 계획 수립이 시작되었다. ‘살기좋은 마을만들기’는 기성시가지 관리를 위해 주민참여를 통한 계획방식을 도입하여 양호한 단독주택지의 보전관리를 통하여 자산가지로서의 부동산이 아닌 ‘머물고 싶은 도시’이자 ‘살기좋은 우리동네’를 만드는 사업이었다. 이는 ‘휴먼타운’으로 확장되었고, ‘주민참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