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바이오필릭 시티, 싱가포르
[조경시대] 바이오필릭 시티, 싱가포르
  • 조철민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21.06.16
  • 호수 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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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ape Times] 싱가포르는 바이오필릭 시티로의 명성을 갖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진행되는 친환경 프로젝트를 보면 바이오필리아, 바이오필릭 디자인에 대한 개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도심 내 녹지율이 낮아지고 자동차 중심의 도시가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싱가포르의 경우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녹지율이 더욱 높아지고 도심 내 보행 및 자전거 동선의 연결성이 더욱 확대되어 왔다.

1986년에서 2020년까지 싱가포르 인구는 270만 명에서 580만 명으로 증가하였는데, 공공녹지 면적 비율 또한 36%에서 47%로 증가하였다. 제한적인 규모의 영토에서 상당한 도시화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싱가포르는 반세기 전 독립 당시보다도 더 넓은 공원, 수직 정원, 녹지 공간, 수변 공간을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자연 요소들과 사람들의 일상이 이루어지는 도심 속 공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이는 싱가포르 도시계획 비전에 바이오필리아가 반영 되어있고 이것이 사람들의 삶이 이루어지는 일상의 공간에서 작동되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도시계획에서 본받을 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도시계획적 비전이 콘셉트 플랜에 담기고 이것이 마스터 플랜, 개발 가이드라인 등을 거쳐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여러 유관 부서의 실행 정책들이 일관된 방향성 아래 통합적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도시계획적 비전이 매우 구체적인 일상의 공간에서 작동된다. 싱가포르 친환경 도시계획의 비전은 ‘정원 속 도시 City in a Garden’이다. 이는 도시에 정원을 짓는다는 개념이 아닌, 도시 전체를 정원으로 만들겠다는 녹색 도시에 대한 강한 비전을 담고 있다. 최근에는 ‘자연 속 도시 City in Nature’로 슬로건을 변경하며 그것의 철학적 스케일이 확장되었다. 도시 자체를 정원으로 만든다는 비전을 넘어 도시 자체를 자연으로 만들겠다는 거대한 도시계획적 비전을 선언한 것이다.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은 도시계획 상 최상위 철학 중 하나로 바이오필리아를 설정하였고, 이는 모든 도시 정책 및 공간 설계에 근간이 된다. 도시계획 상의 비전 아래 국립공원위원회, 도시재개발청, 주택개발청 등의 공공 기관이 종합적인 관점에서 도심 내 자연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Forest Town. 싱가포르 탕가 지역에서 개발 중인 주거 단지로 바이오필리아 콘셉트로 계획됨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
Forest Town. 싱가포르 탕가 지역에서 개발 중인 주거 단지로 바이오필리아 콘셉트로 계획됨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

바이오필리아를 기반으로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정책과 프로젝트가 무수히 많은데, 사람과 자연과의 유기적인 연결성을 극대화한 대표적인 예로 파크 커넥터(Park Connector)가 있다. 싱가포르 도심 내 파크 커넥터는 공원 간의 생태학적 연결을 이루며 주거 지역과 인구 밀집 지역을 공원과 연결한다. 파크 커넥터를 통해 연결된 산책로를 통해 자연에 접근할 수 있으며, 도로를 이용하지 않고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번화한 거리와 도로를 건너지 않고도 파크 커넥터를 통해 도심 내 여러 지역을 산책할 수 있다. 파크 커넥터는 1992년 처음 설치되기 시작하였고 2015년에 그것의 총 길이가 300km를 넘었으며 지금도 그것의 연결성이 계속 확장 중에 있다. 파크 커넥터를 포함한 친환경 보행환경을 통해 싱가포르 도시 전역은 도보 및 자전거를 통해 접근 가능한 도시가 되었고 이것의 연결성과 보행 친화성은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

공원과 녹지 공간 외에도, 수변 지역에 인접한 주거지 개발 사업 또한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국가 기관인 공공시설청은 ‘액티브, 뷰티풀, 클린 워터’ 프로그램을 통해 운하 및 배수구 지역을 활용하여 일반의 접근이 가능하고 레크레이션 활동이 가능한 매력적인 수변 공간을 조성하였다. 국립공원위원회와 함께 ‘그린 앤 블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공원과 수변 지역에 인접한 개발 사업을 진행하였고 이를 통해 사람들의 생활환경 여건을 향상시키고자 하였다. 우드랜드 해안가, 풍골 워터웨이와 같은 프로젝트들은 주민들을 자연과 해안 지역에 맞닿게 하였다. 싱가포르 탕가 지역에는 포레스트 타운(Forest Town)이라고 불리는 4만2천 세대(공공주택 3만 세대, 민간 주택 1만2천 세대) 규모의 주택 단지가 2023년 준공 일정으로 개발 중에 있다. 해당 개발사업을 주도하는 주택개발청은 포레스트 타운이 바이오필리아 철학과 스마트 기술을 기반으로 사람을 위한 주거 단지로 개발되는 프로젝트임을 강조한다. 싱가포르의 미래 주거 모습을 제안하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도시 전역에 걸쳐 녹지 공간을 적극적으로 개발 및 확대하고 있는 반면에 국내에서는 자연 공간이 단순히 공공성 차원으로 간주되며, 민간에서의 참여가 제한적이다. 도심 속에 자연 공간을 도입하는 것을 단순한 비용으로 간주하는 경향을 보이며 정부가 공공선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영역으로 생각하기에 민간에서의 인식과 참여가 현저히 부족하다. 이로 인해 서울의 도심 지역과 자연은 서로 연계되지 못하고 분절된 현상을 보인다. 서울은 산지율이 높고 한강이 지나고 있어 바이오필릭 시티가 될 수 있는 천혜의 요건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일상의 공간과 자연과의 유기적인 연결성이 낮다.

싱가포르는 서울이 바이오필릭 시티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참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향성을 보인다. 정부 차원의 장기적 비전,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도시계획, 민간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재무적 인센티브, 연구 및 기술적 지원, 커뮤니티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한 민간의 인식 고양 및 참여 유도 등은 서울이 차용해야 할 점이다. 특히 도심 속 녹색 공간의 필요성에 대해 커뮤니티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학교 교과목에서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사람들이 자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일상에 적용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도심화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녹지율이 높아지고 도심 지역과 자연과의 연결성이 더욱 확대되는 싱가포르의 도시 모델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있을 때 본능적으로 더욱 행복하며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낀다. 그리고 건강에 이롭다. 도심화가 지속되는 현대에서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바이오필릭 시티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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