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정원’으로 살아남기 2
[조경시대] ‘정원’으로 살아남기 2
  • 이주은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21.06.09
  • 호수 6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주은 팀펄리 Landscape & Garden 대표
이주은 팀펄리 Landscape & Garden 대표

[Landscape Times] 조경 업계의 최대 호황이 언제였나 생각해 보면 아마도 1970년대 중반부터 IMF가 터지기 전 서울주변으로 1·2차 신도시가 생기면서 대단지 아파트와 근린공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그 당시엔 대규모 공원들과 아파트단지 조경이 여기저기 생겨나며 양적으로 팽창하던 시절이었으며, 오늘날 조경업계에서 이름이 알려진 설계사무소, 엔지니어링 회사, 시공업체 등등 굵직한 업체들이 생겨난 기반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IMF로 호황이던 건설업의 갑작스러운 부도는 조경업의 줄도산으로 이어졌으며,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조경 업계는 서로 경쟁하며 제 살 깎아 먹기 식으로 버터오고 있다. 설계업계는 설계업계대로, 시공업계는 시공업계대로, 수목재배농가는 농가대로 모두들 조경업계의 불황과 함께 고전하고 있다. (물론 개중엔 위기를 잘 극복하고 크게 성장한 기업들도 많이 있다.)

또한 건설업계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다른 분야의 하도를 받아야 하는 잘못된 관행과, 삽만 들고 있으면 조경을 할 수 있고, ‘빵빵이’만 돌리면 조경설계를 할 수 있다는 주변 타 업종의 시선은 조경을 전문성이 없는 분야로 내몰고 말았으며, 조경인력의 품셈이 타 업종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책정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다.

필자는 이러한 난제들을 ‘정원’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본다.우선, 양적으로 팽창한 공원들을 이제는 질적으로 향상시켜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한 교수님과 주변의 공원들이 수적 증가보다는 질적 향상을 위해 정부 예산이 편성되어야 하며, 공공녹지 또한 질적 향상이 이루어져한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공원과 공공녹지의 질적 향상을 위한 세심한 관리를 위해 좀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원’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하면 공원이나 공공녹지에 식재된 식물들의 다양성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얼마 전 관공서의 공공녹지 설계심의에서 나온 지적 사항 중 하나가 다양한 식재수종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였다. 공공녹지를 정원처럼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 하는 관공서의 요청에 맞춰 정원을 설계했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정원처럼 아름다워지려면 많은 조건이 뒷받침돼야 하겠지만, 우선 여러 종류의 관목과 초화, 지피수종들이 있어야 하며, 많은 식물전문 가드너들이 일일이 관리하며 정원을 가꿔야 한다. 관리를 위한 전문 가드너가 배치되려면 이들을 위한 정당한 예산이 편성되어 있어야 한다. 식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가드너에 의한 계획적이고 전문적인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조경설계 분야에서도 식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고 설계하는 식재설계 전문가가 필요하며, 여기에 보다 높은 설계비용이 책정되어야 한다. 공원과 공공녹지의 공간 디자인도 이제는 노숙자를 두려워하는 방어적인 디자인보다는 수준 높은 녹지를 활용할 수 있는 시민들의 향상된 의식과 이용 패턴, 젊은 세대의 트렌드에 맞춰 세련되고 다양한 공간디자인과 시설물 디자인을 해야 한다.

수목생산 농가들도 ‘정원’에서 필요로 하는 수목을 생산함으로써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규격 위주의 수목을 수량 떼기로 해서 돈 벌던 시기는 지나갔다. 수량 떼기(많은 수목을 적은 이윤을 남기고 파는 방법)를 하려면 많은 자본과 인력이 있어야 하지만 정원에서 필요로 하는 작지만 균형 잡힌 수형의 수목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다. 현재 몇 몇 농가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집안의 식구들이 모두 매달려 일을 해야 할 정도로 불 같이 일어나고 있다.

정원에서 요구하는 관목과 초화 품종들을 다양한 사이즈로 준비하고 있으며, 공사목으로 규격만 맞춰 키워진 교목이 아닌 적정 식재거리로 심겨 키워진 균형 잡힌 교관목을 갖춰놓고 있으며, 뿌리돌림이 되어 하자가 적은 식물들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화목류의 관목들도 포트로 재배하여 고수익을 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조경의 마지막 블루오션은 수목, 초화 재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도 작은 초화에서부터 대형 수목에 이르기까지 공사를 위한 포트재배와 집약적 관리를 하고 있다.(유럽이나 선진국에서 수목값은 물가의 차이도 있겠지만 이런 이유로 한국에 비해 훨씬 고가이다.)

시공 업계도 마찬가지이다. 정원은 규모가 작아 각 공정별 전문 인력을 따로 따로 불러 작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식재와 돌 놓기 등은 기본이고, 용접도 할 줄 알아야하며, 수도도 놓고 우배수 관로도 작업해야하며, 웬만한 시설물들은 직접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목공과 철공, 석공 공정을 조율할 줄 알고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소장님의 몸값은 한 없이 높아지고 있다.

현장일의 고됨과 박봉, 공사판 인력이라는 주변의 낮은 시선 등으로 조경을 꺼려했던 지금의 40대들 중 숙련공들의 부재는 현 조경뿐만 아니라 정원업계도 비상이다.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의 젊은이들이 현장에 뛰어들어 정원 일을 배운다면 짧게는 5년 후면 사무실에서 설계하는 것(이미 디자이너는 차고도 넘치는 현실이다)보다는 훨씬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일 할 수 있을 거라 장담한다. 정원 시공 전문가로 당당히 말이다.

조경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설물뿐만 아니라 식물식재(교목, 관목, 초화지피) 분야도 전문성을 갖춰야 하며, 설계분야와 함께 시공분야도 전문성을 높여 보다 질 높은 녹지공간, 조경공간을 디자인, 시공해야 한다. ‘정원으로 살아남기’를 외쳐본다.

[한국조경신문]

이주은 객원논설위원
이주은 객원논설위원 jbbmom@hanmail.net 이주은 객원논설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