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도시재생전략계획 수립지침’ 연구과제(국가 R&D 사업) 참여를 통한 도시재생의 기반을 준비하던 시기에 한 교수님의 말씀을 통해 도시재생사업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이해한 적이 있다.

내가 마당이 있는 주택을 짓고 지내면서 아무것도 없던 정원을 하나하나 가꿔갔어. 나무를 심고, 연못도 조성하고, 잔디를 심고, 화단을 만들어서 꽃도 심고. 정원을 거닐기 위한 작은 길도 만들어 주고, 앉아서 쉴 수 있는 작은 평상도 놓았어. 정원을 하나하나 채우고 보니 이제는 나무에 약을 주고, 잔디를 깎고, 꽃을 갈아줘야 하더라고. 연못의 물도 갈아주고, 평상이 고장 나면 고쳐주고. 난 이게 도시재생이라고 생각해.

성민규 협동조합 틔움 이사장
성민규 협동조합 틔움 이사장

당시 말씀하신 내용이 그대로 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이런 흐름으로 설명해 주시는데, ‘아~ 그래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는 도시재생이 필요 하겠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직도 이 설명은 유효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도시재생은 2000년대 후반 전면개발 중심의 재개발사업 문제점 개선, 도심 개발확대에 따른 원도심 쇠퇴, 사업성 부족에 따른 정비사업 추진 부진 등의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노후 저층주거지의 주민들은 (일부 주민들의 반대는 있었지만) 사업성 부족으로 정비사업 진행이 계속 늦어지며 발생하는 주거환경 저하 등의 문제점을 고려하여 기반시설의 정비, 주택개량, 공동체 활성화 등의 수단을 통해 주거환경개선과 공동체성 회복을 통해 지역에서 계속 살아가는 방법을 택하였으며, 도시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부동산 가격도 오르는 효과를 보기도 하였다. 초기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였던 주민들은 주민공동이용시설에서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주거환경이 개선된 마을에 만족하면서 즐거워하셨다. 하지만 지금의 도시재생은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렸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첫째 급격한 부동산 가격상승에서 원인을 찾아 볼 수 있다. 온라인 부동산 매물사이트를 통해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 실거래 가격 자료를 확인해 보면 최근 7년간 아파트 가격은 거의 모든 지역에서 3~4배 이상 상승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과거에는 사업성이 나오지 않았던 지역의 사업성이 변하게 만들어 주었으며, 도시재생 보다 나은 방식으로 지역 여건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도시재생’ 보다는 ‘재개발/재건축’이 부동산 가치상승의 효과가 크다보니 그러한 욕구들이 더욱 커지게 되고 ‘도시재생이 틀렸다!’라는 평가를 받게 되고 있다.

둘째 도시재생사업의 경우 주민들의 욕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힘든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하는 것에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주차장 조성, 도로 확폭, 경사 개선, (자부담 없는)주택 개량 등의 주민들의 욕구는 거의 모든 도시재생지역에서 나오고 있으나 예산 및 법‧제도상의 문제로 반영하기 어려운 것이 보통이다. 이러다 보니 계획 수립 시에도 사업이 용이한 내용들로 채워지고, 수립 이후에도 실행가능한 내용으로 변경되기도 한다. 결국 도시재생지역의 주민들이 요청한 내용들이 잘 반영되지 않고 마무리 되다 보니 불만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에 반해 ‘재개발/재건축’이 진행되면 주민들의 욕구들이 한꺼번에 해결된다. 도시재생 관련 업무를 진행하던 행정 및 전문가 그룹에서도 공공연하게 ‘하.. 이런 지역은 싹~ 다 밀어버리고 아파트를 짓는 게 딱 인데.’라고 이야기 하곤 했으니 주민들은 오죽하겠는가. 

셋째 도시재생사업 및 정비사업지역 선정 및 허가 등의 정확한 기준이 미비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역 여건이 크게 다르지 않은 두 곳에 여러 가지 사유로 다른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인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게 나오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서울의 일부 지역에서는 도시재생사업 추진 지역과 인접하여 ‘재개발/재건축’이 진행되면서 주민들이 계획 수립과정에서 반대하여 사업 추진이 미루어진 경우도 발생하였다. 6m 도로를 두고 한쪽은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한쪽은 정비사업으로 아파트가 조성되다 보니 주민들은 우리도 정비사업을 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과정이었다. 사업 결정 및 추진 과정에서 일관된 기준이 적용되지 못하고 정치적 논리 등이 작용되며 각기 다르게 운영되다 보니 주민들이 재생사업에 대하여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정비사업 가능지역이 늘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도시재생사업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 밖에 없는 현실과 도시재생지역과 정비사업지역 선정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결국 도시재생사업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부동산 관련 정책의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볼 수 있겠다.
2021년 6월 서울시에서는 ‘서울시, 민간개발 유도, 재개발 연계…「2세대 도시재생」으로 대전환’ 제목의 보도자료가 배포되었다. 기존의 ‘보존 중심의 도시재생’을 ‘개발과 정비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여 운영하고자 한다는 내용으로 기존 4개의 도시재생 유형(경제기반형, 중심시가지형, 일반근린형, 거점확산형)을 2개(중심지 특화재생, 주거지 재생)로 조정하고 개발 및 정비 쪽에 초점을 맞추어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주거지 재생

중심지 특화재생

재개발

연계형

소규모 주택정비형

종합관리형

경제거점

육성형

중심지

활성화형

지역자산

특화형

기반시설이

열악한 낙후주거지역

가로주택 소규모 정비사업 적합지역

한옥밀집지구 특성관리가

필요한 지역

저이용 대규모 유휴부지

쇠퇴한 도심 상업지역

역사문화자산

보유지역

 

 

원래 도시재생사업은 시·정부 정책사업과 11개 관련법에 따라 20개가 넘는 개발수법을 통합적으로 적용할 수 있었지만 보존·관리에 치우쳐 소극적으로 이뤄져왔고, 국토부 주도의 뉴딜사업 선정을 위해 국토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다 보니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지역 활성화 방안이 만들어지기 보다는 뉴딜 선정을 위한 특징없는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서울시에서는 도시재생의 한계 극복을 위해 ‘개발과 정비’의 방식으로 민간개발을 유도하여 주택공급과 기반시설 정비 등을 유도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기존 도시재생 유형을 간소화하고 실행방식을 6가지로 다양화하였다. 

 

구분

주거지재생(모아주택)

중심지 특화(서남권 미래산업 특화지구 )

목표

활용가능한 사업기법 적용을 통한 실질적 주거환경 개선

민간개발과 연계한 균형발전 도모

유형

재개발

연계형

•기반시설 열악지역:민간주도 재개발추진 지원

•사업 미추진 지역 주민들을 위해 주민편의시설 공유, 기반시설 조성, 소규모 정비사업 추진 여건 조성 등의 대책 추진

경제거점

육성형

•대규모 민간 주도개발 + 도시재생 혼합 방식

•저이용 부지에 민간 거점개발 유도, 신산업 생태계 조성, 지역일자리 창출, 파급효과를 주변 지역으로 확산

김포공항 일대 항공 관련 신산업 물류거점 조성

소규모

주택정비형

재개발 곤란지역:소규모정비사업 등을 통한 주거환경개선 지원

‘재생지원센터’를 ‘주택정비’ 지원으로 전환하고 ‘주택정비 지원단’ 파견을 통한 집수리, 건축 관련 기술자문 지원

중심지

활성화형

•쇠퇴한 시가지를 대상으로 기존 산업 고도화, 민간개발을 통한 신산업 도입
지역내 활력 유도

용산전자상가 중심지 도시재생사업지 대상으로 공공사업과 민간개발 유도

종합관리형

•도시계획적 규제 보존이 필요한 지역:‘관리’에 중점을 종합적 재생사업 지속

주민만족도가 높은 사업(골목길 재생, 생활기반시설 정비, 한옥주택 개량, 가꿈주택 보조금 융자금 지원 확대) 집중 지원

지역자산

특화형

•역사문화적 의미가 있는 공간이나 저활용되는 공간을 ‘재생’을 통해 명소화시켜 지역활성화의 기폭제로 활용

남산예장공원, 노들섬, 돈의문박물관

‘2세대 도시재생’을 통한 서울시의 목표는 크게 주택 공급과 직간접 일자리 창출로 6년간(~2026년) 총 7조900억원(민간투자 6조3,6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후 서울시는 조직개편과 예산 조정 등을 통해 ‘2세대 도시재생’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 정책변화를 살펴보면 도시재생의 운영과정에서 발생하였던 문제를 ‘개발과 정비’의 적극적 수용을 통해 해결해 보고자하고 있다. 민간개발은 결국 사업성에 따라 진행되다 보니 서울시는 개발 활성화를 위해 ‘제2종일반주거(7층이하)’ 완화 등의 개발을 장려할 수 있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1) 이를 통해 부동산 가격 안정, 주거환경 개선 등의 문제점이 개선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난개발과 서울 중심의 고밀개발과 이에 따른 지방소멸 현상에 대한 우려도 같이 고려하고 대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런 고민을 지속할 수 있는 전문가와 행정간 논의 구조가 만들어지고 운영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논의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고 팩트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어야 하며, 행정은 이를 반영하기 위한 고려하고 실행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할 것이다.

 

1) ‘서울시, ‘2종 7층’ 규제 풀었다...상업지역 주거비율도 높여‘_조선일보 2021.10.21.

얼마 전 서울시 도시재생지원센터협의회 주관으로 ‘서울도시재생 진단과 모색’이란 정기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여러 전문가님들이 ‘도시재생 시작과 현재’, ‘서울 도시재생 정책, 거버넌스의 이상과 현실’, ‘서울 도시재생 성과와 한계, 향후 중점방향’ 이란 주제로 발제하고 토론을 나누었다. 넓은 범위에서 도시재생의 문제를 돌아보고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온라인을 통해 그 과정을 지켜보며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그중 가장 부족했다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이런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함께 대책을 논의해야 하는 행정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에서 추진하던 어떤 정책도 100% 의도된 결과를 만들어 내진 못한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평가하고 보완책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검토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시도하여야 한다. 이는 도시 뿐만 아니라 정책의 수립과 운영과정에서 항상 고려하고 시도해야 할  것이다. 오랜 시간을 걸려 준비하고 운영하였던 정책을 ‘지금’의 입장에서만 판단하고 ‘틀렸다!’라며 다른 정책을 제시하기 보단 지속적인 평가와 보완을 통해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더 나아지고 있는’ 사업으로 계속되길 기대한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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