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정원, 디자인 필요한 전문업” 알릴 때 - 정원을 ‘디자인’하다
[조경시대] “정원, 디자인 필요한 전문업” 알릴 때 - 정원을 ‘디자인’하다
  • 이주은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21.08.25
  • 호수 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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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 팀펄리 Landscape & Garden 대표
이주은 팀펄리 Landscape & Garden 대표

[Landscape Times] 얼마 전 한두 번 현장에서 얼굴만 알고 있던 인테리어 실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청담동의 주택인데 잔디를 ○○㎡ 깔고, 주변에 디딤석으로 마감하고 나무 한두 주 심으면 얼마가 예상되는지 다짜고짜 1시간 내로 견적을 달란다. 내일 고객과의 미팅이 있는데 정원을 인테리어에서 함께 제안할 예정이란다. 순간 멍해졌다. 공간디자인은 인테리어에서 이미 했고, 인테리어에서 짜놓은 디자인에 따라 공사나 하는 업체로 전락된 느낌이었다. 정원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일단 주변 환경과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여건부터 파악하고, 공간 디자인을 하고 다음 자재 선정, 식재선정이 선행된 후 견적을 드릴 수 있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내일 미팅이라고 다짜고짜 견적서를 보내달란다.

집이나 빌딩을 지을 때 순서를 보면 토목, 건축, 인테리어, 정원의 순서로 공사가 진행되다 보니 제일 마지막 공정인 정원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공사 막바지에 이르러 인테리어 업체나 건축에게 소개를 부탁하여 정원공사를 하는 경우나, 건축이 다 끝나고 나서 정원업체를 찾아 연락해오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되는 건 요즈음 정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축디자인을 하는 초반부터 정원과 건축이 함께 설계에 동참하여 정원을 디자인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고, 정원전문업체를 찾아 정원디자인을 의뢰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들은 정원주들의 정원에 대한 높은 이해로 설계돼 설계 초반부터 건축과 정원이 함께 조율해 나가면서 완성도 높은 디자인된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일반인들이나 인테리어, 건축 업계에서 조차도 정원이나 조경은 그저 철물공사, 목공사, 도배공사, 가구공사 등 많은 공사들 중의 하나로, 디자인이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창의적인 작업이 아닌 단순공사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2회 LH 가든쇼 대상작 '청초'
제2회 LH 가든쇼 대상작 '청초'

이렇게 정원이 전락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정원 디자인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즉, 전문성이 필요 없는 기능직이라는 인식이다. 아직까지도 정원을 만든다고 하면 나무 몇 주 심고 돌 몇 개 갖다 놓고 철쭉과 회양목을 군식으로 모아 심고 잔디 좀 깔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정원이 만들어진 이유는 관리의 최소화와 하자율을 낮추기 위한 생존방식이었으며 나름의 노하우였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독이 되어 정원과 조경의 전문성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이제는 정원의 전문성을 다시 살려야 한다. 정원도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정원 디자인은 많은 고민의 시간을 거쳐 제안서를 작성하는 과정으로 시간과 인력의 수고가 필요하다. 이렇게 시간과 인력의 수고가 들어가는 설계의 과정을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정원공사를 한다는 조건으로 설계비 없이 설계를 강요하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는 정원업계쪽에서 먼저 공사를 하게 되면 설계비 없이 설계와 견적서 작성을 그냥 해드린다고 하고 있다. 그러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경쟁업체에서 공사를 더 싼값에 한다든지, 약삭빠른 건축주는 아이디어만 가로채 직접 공사를 하는 경우 등등) 정원공사로 이어지지 못하고 무산되는 경우(많은 분들이 공감하겠지만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는 일이다.) 설계와 견적을 내는 데 소요된 시간과 노력의 보상은 받지도 못한 채 사라져가는 프로젝트들이 많다. 심지어 나조차도 이런 일들을 수없이 겪어 왔다.

서초 테라스정원 시공사진
서초 테라스정원 시공사진

이제는 정원을 디자인하는 데 드는 시간과 인력의 비용을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원 업계부터 다른 업계에서 쫓아 할 수 없는 전문성과 자격을 갖춰야 한다. 인테리어업계나 건축업계어서 넘볼 수 없는 정원디자이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의 업역을 만들어야 한다. 옥외공간의 활동과 용도에 맞는 공간디자인, 주변 환경에 맞는 수백 가지 식물들 중 골라내어 식생을 바탕으로 한 전문적인 식재디자인(건축이나 인테리어업에서 넘볼 수 없는, 정원디자인에서 전문성을 강조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건축 외장재와 정원시설물 소재간의 조화를 위한 시설물디자인 등이 갖춰진 정원디자인을 위한 전문적 소양을 지녀야 한다. 정원디자인도 전문성이 필요한 전문직이며 기능직이 아님을 알리고 지적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해야 한다.

정원디자인을 하는 데 전문지식과 남다른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받을 때, 우리는 정원설계비를 당당히 청구할 수 있으며, 고객들도 정원설계비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한국조경신문]

이주은 객원논설위원
이주은 객원논설위원 jbbmom@hanmail.net 이주은 객원논설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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