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의 비극을 넘어’
‘공유의 비극을 넘어’
  • 정남식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21.07.14
  • 호수 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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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식 목포대 도시및지역개발학과 조교수
정남식 목포대 도시및지역개발학과 조교수

[Landscape Times] 주류 경제학의 인간행위에 대한 기본 가정은 ‘이기적이고 합리적’으로 요약된다. 만일 주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인간이 자기 이익만을 목표로 살아간다면, 우리 사회는 하딘(1968)이 주장하는 것처럼 ‘공유지의 비극’으로 공멸하고 말았을 것이다.

개릿 하딘(Garret Hardin, 1968)이 ‘사이언스(Science)’ 지에 발표한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은 당시 사회와 환경문제를 해석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친 흥미로운 연구였다. 그가 논문에서 제시한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의제는 매우 명쾌한 것이었다. 관리되지 않는 공공의 목초지가 있고 여기에 방목을 희망하는 다수의 가축주가 있다고 할 때, 가축주들은 방목하는 가축의 두수를 늘리려 할 것이며, 이러한 가축주들의 이기적 행태는 공유지의 공멸을 가져온다는 논리의 이론이다.

그는 ‘공유지의 비극’에 관한 해결책으로 이용자들의 자치적인 해결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국가의 개입’과 ‘시장 메커니즘’이라는 이분법을 제시하였다. 하딘의 연구는 제3세계 국가들의 근대화 과정에서 공동체에 의해 관리되던 공유자원을 ‘국유화’하거나 ‘사유화’하는 이론적 배경으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근대화 이전 우리나라의 경우 산장(山場)과 수량(水梁)은 온 나라 인민들이 함께 이득을 취하는 것(조선전기, 서정쇄신책 10개조 중), 산림천택여민공지(山林川澤與民共之) “산림과 천택을 백성과 함께한다.” 등의 통치이념을 통해 공유자원 이용과 관리에 대한 국가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근대화 이후 이러한 공유자원 통치이념은 산림청(1967년), 환경청(1980년), 국립공원관리공단(1987년), 문화재청(1999) 등의 국유화 과정과 주요 관광자원의 사유화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결과적으로 공유자원의 양과 질은 과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족해졌다. 몇 년 전 새만금 유역으로 들어오는 전북지역의 9개 하천 수계의 빗물 오염원 자치 관리를 이루기 위해 주민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주민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회의에서 가장 먼저 나온 주민 반응은 “왜 하천관리 주무관청이 있는데 우리를 교육 시키려고 하는가.”였다. 축사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농자재 쓰레기 등 농가에서 배출되는 오염원이 하천을 오염시키고 있었음에도 주무 관리청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반응이었다. 공유자원의 국유화가 만든 공동체 의식의 변화이다.

이러한 현상은 하천뿐만 아니라 산림, 공원, 대기 등의 공유자원 대부분에서 나타난다. 양과 질은 풍족해졌는데 공유자원에 가장 가까이 접하고 있는 공동체의 공유자원 관리 의지는 멀어지고 있는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의 공유자원 공동체 관리 연구는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수백 년에 걸쳐 유지되어온 공유자원의 다양한 특징을 분석한 사례 논문이다. 그는 이러한 연구성과로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기도 하였다. ‘공유의 비극을 넘어’라는 2010년 출판된 오스트롬의 연구보고서에 언급되고 있는 스위스와 일본 사례를 간단히 소개한다.

인구 600명의 스위스 퇴르벨은 팔백 년 넘게 초지를 마을 공동체가 공동으로 관리해 온 사례이다. 1517년 작성된 퇴르벨 마을 조례에는 “여름철 초지에 내보낼 수 있는 소의 수는 겨울철에 자신이 사육할 수 있는 소의 수만큼만 허용된다.”고 적혀있다. 규약은 마을 구성원 전원이 참석한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된다. 이용량의 규제를 통해 경합의 위험을 제거하고 의사결정 제도를 통해 자치권이 보장되는 구조이다. 이 자치제도는 1,500여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동체는 이를 수백 년 동안 지속적으로 개정해 왔다. 자치제도의 변화는 외부의 간섭이 아닌 공동체의 필요와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일본의 히라노·나가이케·야마노카 마을은 임야를 잘 관리한 사례이다. 마을들은 임야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동력을 각 세대에 의무적으로 부과한다. 정당한 이유(질병, 성인 노동력이 없는 경우) 없이 임야 공동 작업에 빠질 경우에는 제재가 시행된다. 이 제재는 마을마다 다른 특성을 보이는데, 일부 마을의 경우 ‘무라하치부(村八分)’라는 집단 따돌림이 공식적으로 허용되기도 한다. 모든 구성원에게 위반 행위를 고발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시민 검거제도를 운영하는 마을도 있다.

오스트롬은 공유자원 관리에 지역의 오래된 관습과 규칙이 유용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기적이고 합리적 인간’의 욕망은 공유자원이 공멸하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이러한 영향들이 결국 본인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협력과 협동의 모습으로 변화된다는 것이다. 즉 공유자원관리에 있어 법과 제도도 중요하지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명예, 도덕, 의무, 신뢰 등을 담는 공동체의 약속과 경제적 지속성도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국가 주도의 방역 시스템도 그 역할을 했지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개별 국민들의 협력, 신뢰, 의무, 윤리 등의 사회적, 도덕적 의식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새만금 유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빗물오염 관련 교육을 포기하면서 기획했던 ‘환경영화’ 만들기 워크숍은 ‘영화’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마을의 공유자원 관리 실태를 이해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시행되었다. 본인들이 시나리오를 쓰고, 배우로 출연한 22분짜리 짧은 영화를 보고 그들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부끄럽다’였다. 본인의 목소리와 얼굴을 화면으로 보고 듣는 게 부끄럽기도 하지만 ‘우리 마을이 저렇게 지저분하게 나올지 몰랐다’ 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주민들은 하천관리를 주제로 20년 만에 대책회의를 시작하였고, 그들만의 규칙을 만들어 갔다.

공유자원 관리에 있어 지역 공동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법과 제도는 사회질서의 큰 축을 만들어 가지만 공동체의 사회적 관계를 해체시키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서로 신뢰하고, 미안해하고, 부끄러워 할 줄 아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 이게 우리 사회가 꿈꾸는 ‘오래된 미래’가 아닌가 싶다.

참고 문헌

오스트롬, 엘리너(2010) 공유의 비극을 넘어. 윤홍근·안도경 옮김. 랜덤 하우스.

정남식(2018) 관광자원의 개발과 관리에 있어서 협력적 계획모형 적용연구, 서울시립대학교 박사학위논문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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