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에서 행복하다. 사람들에게 행복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은 장소가 어디였는지 물어보면, 어떤 사람들은 숲을 걷거나 바다를 바라봤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울창한 숲에서 새소리를 들었던 것을, 누군가는 경이로운 경치를 봤던 것을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들은 별 아래에서 캠핑을 했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많은 경우 자연에 방문하고 자연과 교감했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여행을 갈 때는 자연에 몰입되는 경험을 하기 위해 바다와 폭포를 보러 가고, 집을 구할 때는 강이 보이는 강변 뷰나, 숲에 둘러싸인 숲세권을 선호하곤 한다. 사람들에게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향을 그려 보라고 하면 흔히 자연과 연관된 무언가를 그리곤 한다. 이것이 ‘바이오필리아’ 이다.

바이오필리아는 인간의 본성에 관한 것이다. 그것의 핵심은 인간은 자연에 대한 본능적인 유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데 있어서 본질적인 부분이다. 인간은 자연에서 진화하였고 자연 환경과 연결되었음을 느끼고 다른 생명체들과 연결되었음을 느껴야 하는데, 이는 인간이 살아남고 번성하기 위한 조건이다. 바이오필리아를 이해하는 것은 사람들이 왜 해안가에 가고 싶어 하는지, 왜 캠프파이어 주위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왜 경이감을 갖고 별을 쳐다보는지, 왜 거대한 고래를 보고 경이감과 공포감에 압도당하는지, 정원과 숲을 걷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왜 일출을 보며 희망을 느끼고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며 모험심을 갖는지 그 이유를 알게 한다. 인간은 스스로 알고 있는 것보다 자연을 더 필요로 한다.

버니지니아대학교 교수인 티모시 비틀리는 이러한 바이오필리아 개념을 도시계획에 접목하여 ‘바이오필릭 시티’라는 도시계획 방법론을 만들었다. 바이오필릭 시티는 도시에 공원을 많이 짓자는 개념이 아닌 도시 자체를 공원으로 계획하고 그 안에 물리적 시설물이 있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바이오필릭 시티는 바이오필리아 이론을 기반으로 하여 도시 내 사람의 물리적 환경에 자연과의 접근성을 높이는 도시계획 방법론이다. 바이오필릭 시티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삶의 질적인 측면을 중요하게 여긴다. 녹지율을 포함한 도시 내 자연 인프라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생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도시 모습을 제안한다. 바이오필릭 시티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는 도시 속 자연에 몰입해서 자연을 경험하고 자연과 연계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바이오필릭 시티의 지향점이다.

싱가포르 시티은행, 바이오필릭 디자인 사례 (출처: https://www.frameweb.com/article/citibank-singapore-ministry-of-design)
싱가포르 시티은행, 바이오필릭 디자인 사례 (출처: https://www.frameweb.com/article/citibank-singapore-ministry-of-design)

건축 디자인 개념으로 ‘바이오필릭 디자인’ 방법론이 있다. 사람의 일상이 이루어지는 공간적 요소에 직간접적으로 자연을 가져오는 것이다. 바이오필릭 디자인은 사람의 일상의 공간에 자연을 두고, 자연 자재로 건축물을 짓고, 자연의 패턴을 모방하여 공간을 설계하고, 자연적 요소를 통해 오감을 자극하고,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본능적 감각을 유도하는 것이다. 공간 기획에 바이오필릭 디자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가져와 사람의 일상에 자연을 최대한 가깝게 해야 한다. 인간이 건강하고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려면 일상의 공간에 자연이 있어야하다. 인간의 삶의 영역에 자연의 존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바이오필릭 디자인 분야의 유명한 미국의 컨설팅 업체인 ‘테라핀 브라이트 그린’은 바이오필릭 디자인 방법론으로 다음 사항들을 언급하였다. 직접적으로 자연과 접촉하는 방법, 간접적으로 자연의 형태와 감각에 접촉하는 방법, 그리고 인간이 자연 생태계에 본능적으로 지니는 감정을 유도하는 방법들을 설명한다.

첫째로, 자연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방법이다. 자연을 바라보며 시각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며 자연적 요소를 청각, 후각, 촉각과 같은 다중 감각을 통해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불규칙하게 접하는 자연도 중요하다. 오랜 기간 컴퓨터 작업을 하면 피로감이 몰려온다. 일하다 가끔씩 창 밖 자연을 보거나 가까운 식물을 보면 피로감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자연 채광이 좋은 공간에서 생산성과 학습 능력이 높다는 교육 분야의 연구가 있으며, 자연 채광이 높은 곳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상대적으로 매장 매출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불면증을 극복하는 대표적인 방안 중 하나가 낮에 많이 걷는 것이다. 낮에 충분한 햇빛에 노출되면 밤에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자연계와의 연결성도 중요하다. 이는 사계절과 같이 자연의 순환을 경험하고 인지하게 하는 디자인을 경험을 말한다. 자연과 직접적으로 접촉하여 오감으로 자연을 느끼고, 지속적으로 그리고 간헐적으로 자연과 접촉하고, 자연 채광에 노출되고, 자연의 변화를 인지할 수 있게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

둘째로, 자연을 간접 경험하게 하는 방법이다. 자연을 닮은 형태와 패턴을 사용하는 바이오모픽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바이오모픽은 자연의 형태, 비율, 질감을 모방한 디자인이다. 자연이 지닌 곡선 형태와 비율을 공간 디자인에 적용한다. 호수의 물결, 식물의 잎사귀, 눈의 결정체 모양처럼 패턴이 반복 복제되는 프랙털 형상을 적용할 수도 있다. 자연의 색상을 적용할 수도 있다. 녹색은 인지 능력 및 창의력 향상에 효과적이다. 세계적인 여론 조사 기관인 ‘유고브’가 네 개 대륙 10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연의 색을 담은 청록색 계열이 사람들로부터 가장 선호되는 색이라고 한다. 또한, 자연 자재로 이루어지 공간은 환자의 혈압을 낮추고 몸과 뇌의 활성도를 이완하는 효과가 있어 병원 공간에 적합하다. 자연의 형상을 모방하고, 자연의 색상을 차용하고, 자연으로부터의 자재로 지은 공간 환경에 있으면 직접 자연에 노출되는 것과 같은 정서적, 신체적 효과를 갖는다.

셋째로, 인간의 본능을 유도하는 공간 디자인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는 탁 트인 전망을 선호한다. 원시 시대에 인류는 외부의 위협에 늘 노출되었다. 이로 인해 야생 동물의 접근을 살필 수 있는 개방성이 있는 곳을 선호한다. 이와는 반대로 숨겨진 은신 영역을 조성해 안정감을 갖기를 원한다. 외부 환경을 조망하는 동시에 외부로부터 숨겨진 공간을 선호한다. 식당에 갔을 때 가운데가 아닌 바깥자리부터 앉는 것도 은신 감각에서 비롯한다. 또한 신비감을 조성할 수도 있다. 적당히 가려져 예측하기 어려운 공간에서 호기심과 쾌감을 갖는다. 테마파크 동선을 설계할 때, 곡선적 요소를 사용하여 다음의 공간적 영역에 무엇이 있을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통제 가능한 위험 요소를 공간에 두는 것도 긴장감을 유발하며 재미 요소가 된다. 초고층 타워 전망대의 바닥을 유리로 마감하여 관광객에게 모험심을 유발하는 것도 이와 같은 원리이다.

바이오필리아 개념을 기초로 하는 바이오필릭 시티와 바이오필릭 디자인이 기존 친환경 도시계획, 건축 개념과 다른 점은 그것의 궁극적 지향점이 사람을 향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친환경 개념들은 주로 건물의 물리적인 특성과 관련된 에너지 절감, 저탄소, 녹지율과 같은 측면을 다룬다. 바이오필리아 개념 또한 물리적인 요소를 중요시하지만, 친환경 도시를 지향해야 하는 근본적 이유에 대한 철학적, 실증적 고민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자연이 있는 물리적 공간이 인간에게 주는 영향에 대한 방대한 리서치를 통해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을 살피는 것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친환경 도시를 만들고 사람의 일상에 자연을 가깝게 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은 인류 역사 대부분을 자연에서 삶을 이루며 진화하였고 이로 인해 본능적으로 자연과 함께 있을 때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건강하기 때문이다. 자연이 없는 도심 내 공간은 사람에게 비정상적인 상태이다. 우리가 친환경 도시를 만들고 일상에 자연을 많이 두어야 하는 이유는 도심 내 사람들의 자연 접근성이 높을수록 개인들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이롭고, 커뮤니티 내 구성원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도시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바이오필릭 시티가 되고, 일상의 공간을 바이오필릭 디자인으로 설계하여, 인간의 본성에 적합한 물리적 환경이 되길 바란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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