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대식물원 참취 군락에 흰 꽃이 활짝폈다.
신구대식물원 참취 군락에 흰 꽃이 활짝폈다.

 

서울 근교, 가족 가을 나들이로 딱!

서울 서초구와 성남의 경계, 인능산이 품은 식물원이 있다. 신구대학교에서 1981년 조경원예 실습농장으로 사용하다가, 식물을 수집하고 보존·연구하기 위해 2003년 개원한 신구대식물원이다.

이곳에서 수목원전문가, 나무의사, 수목치료기술자 등 전문 교육이 진행된다. 평소 꽃과 나무, 정원에 관심이 많았다면 주목하자. 조경가든대학, 경시민정원사, 성남가드너 등 시민을 위한 정원 교육이 열린다. 다만 지원자가 많고 각각 교육 일정이 달라 미리 일정을 알아둬야 한다.

대학교 식물원이라 개발이나 연구만을 위한 딱딱한 곳은 아닐지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린이, 청소년 일반인을 향해 활짝 문이 열려있다. 두꺼비, 개구리, 청개구리 등 양서류를 관찰할 수 있는 양서류생태관과 꿈과 상상력을 키우는 어린이 정원이 마련돼 있다.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한데 ‘식물원 미술 놀이 뜰’과 5~7세 유아를 위한 활동도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 좋다. 사진 전시, 해설 프로그램, 가드닝 클래스 등 연간 전시와 체험 행사가 끊이지 않는다.

식물원 입구를 지나 바로 우측에는 가든샵이 마련돼 있다. 실내 외 식물은 물론 정원 활동에 필요한 가위, 삽, 물뿌리개, 토분부터 철제소품과 조각상까지 공간 데코를 위한 소품도 가득하다. 마음에 드는 식물과 화분을 골라 심고 가져갈 수 있는데, 토분의 종류도 다양해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원용품에 관심 있는 안목 있는 정원가라면 반할만한 곳이다.

양서류생태관과 두꺼비분수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곳이다.

 

가든샵에는 다양한 식물과 화분, 가드닝용품을 고르는 재미가 있다.
가든샵에는 다양한 식물과 화분, 가드닝용품을 고르는 재미가 있다.

 

사라져가는 우리 식물을 간직한 곳

멸종위기 식물원과 식물원 곳곳에서 가시연꽃, 단양쑥부쟁이, 나도승마 등 사라져가는 우리 식물도 만나볼 수 있다. 신구대식물원은 서식지외보전기관으로 전국적으로 개체 수가 적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들을 집중적으로 수집해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식물) 2급을 11종 보유하고 있다.

들국화라고 다 같은 들국화가 아니다. 감국, 산국, 개미취, 구절초와 쑥부쟁이 등 가을을 수놓는 소박한 미소의 들국화 전시도 눈길을 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좀처럼 식별하기 어려운 벌개미취나 좀개미취 같은 들국화를 구분하는 방법, 들국화 키우는 방법도 자상하게 안내돼 있다.

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추석 연휴 전날 방문했다. 평일인데도 방문객이 적지 않았다. 친구, 가족과 혹은 홀로 걷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맴돈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알고 보니 이곳은 출사지로 유명하단다. 식물원의 특성상 삼각대는 사용할 수 없다. 사진만 잘 나오면 된다는 생각으로 침입하거나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식물원 내에 가든 카페도 있는데 식물원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입구에 위치해 홀로 사색을 즐기기에도 좋다. 나만의 정원을 가꾸고 싶지만, 아파트에 거주해 어렵다면 신구대식물원 연간회원은 어떨까? 수도권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고 1년 내내 넓은 식물원을 정원 삼아 거닐 수 있다. 연간회원이 되면 식물원의 다양한 행사나 축제, 전시회에 초청되며 가든샵과 가든카페 10% 할인 혜택도 있다.

신구대식물원 가든카페 
신구대식물원 가든카페 
감국, 산국, 개미취, 구절초와 쑥부쟁이 등 다양한 종류의 들국화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감국, 산국, 개미취, 구절초와 쑥부쟁이 등 다양한 종류의 들국화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들국화 이야기 들으며 걷고, 가드닝 체험도

해설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매주 색다른 해설이 있는 ‘우리네 식물원’은 매주 토요일과 마지막 주 수요일에 진행된다. 몸은 피곤하고 마음이 지쳤다면 트레킹과 함께 식물원의 정보도 얻을 수 있는 ‘몸,맘 튼튼 숲길 건강 트레킹’을 추천한다. 또한 문화의 날인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진행하는 ‘이야기가 있는 가드닝 클래스’는 식물원 해설을 들으며 투어 후 가드닝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해설 프로그램과 참여 행사의 사전 예약은 필수다.

이날 ‘이야기가 있는 가드닝 클래스’에 참여했다. 장재표 관리운영과 계장과 함께 멸종위기식물 2급인 단양쑥부쟁이 군락과 지역별 해국 전시 관람하며 들국화 이야기를 들었다. 작지만 단아한 흰 꽃을 피운 참취 군락을 바라보며, 해마다 철마다 심겨 눈길을 끄는 화려한 해외 식물과 달리 우리 식물과 정원만이 주는 소박함과 자연스러운 풍경 소중하게 다가왔다.

강의실로 이동하니 책상마다 도토리와 국화가 놓여 있다. 손영란 신구대학교 원예디자인과 교수가 진행하는 ‘오늘의 꽃’ 가드닝 수업이다. 국화를 보고 듣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손으로 만지니 온몸으로 가을이 느껴져 삼박자가 딱딱 맞다. 식물을 처음 접하거나, 손재주 없는 사람이라도 문제없다. 송영란 교수의 세심한 지도를 받으며 하나하나 따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작품이 완성된다.

신구대식물원에는 오래된 숲이 주는 편안함과 한국 정원의 멋이 있다. 물론 입구에 들어서서 펼쳐지는 프랑스식 정원과 이탈리아식 정원도 아름답다. 하지만 떨어진 낙엽 사이로 솟아난 꽃무릇, 돌과 나무 껍질에 붙어있는 이끼, 식물원 곳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우리 식물에 마음을 빼앗겼다. 또한 멸종위기식물을 보존하려는 식물원의 노고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깊어져 가는 가을에는 기대감을 가지고 신구대식물원을 방문해보자.

[한국조경신문]

신구대식물원

주소: 경기 성남시 수정구 적푸리로 9

전화번호: 031-724-1600

관람기간: 연중 (매주 월요일 휴원)

관람시간: 09:00 ~ 18:00( 계절에 따라 상이)

관람요금: 성인 7,000원 / 학생 5,000 / 유아 3,000원

(동절기 요금 상이)

 

 장재표 관리운영과 계장이 감국과 산국 구별법을 설명하고 있다.
 장재표 관리운영과 계장이 감국과 산국 구별법을 설명하고 있다.
손영란 신구대학교 원예디자인과 교수가 진행하는 ‘오늘의 꽃’ 가드닝 수업
손영란 신구대학교 원예디자인과 교수가 진행하는 ‘오늘의 꽃’ 가드닝 수업

 

이야기가 있는 가드닝 클래스에 완성한 가을꽃바구니
이야기가 있는 가드닝 클래스에 완성한 가을꽃바구니
신구대식물원 전통정원에 핀 들국화
신구대식물원 전통정원에 핀 들국화
신구대식물원 전통정원에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신구대식물원 전통정원에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장독대,  우물, 펌프  등 이제는 볼 수 없는 우리내 정원 풍경이다.
장독대,  우물, 펌프  등 이제는 볼 수 없는 우리내 정원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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