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동산 수목원 입구에 들어서면 노란 국화가 방문객을 반겨준다.
미동산 수목원 입구에 들어서면 노란 국화가 방문객을 반겨준다.
목재문화체험장에서 만든 조형물이 곳곳에 배치돼 정겨운 느낌을 준다.
목재문화체험장에서 만든 조형물이 곳곳에 배치돼 정겨운 느낌을 준다.

 

“어라! 이게 뭐지?” 미동산 수목원 나눔길을 걷던 중 데크 바닥을 기어가는 민달팽이를 마주쳤다. 검지손가락 크기에 가을을 닮은 짙은 고동색의 민달팽이는 낯설고도 신기했다.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에 자리한 미동산수목원은 2001년 5월 4일 개원해 올해 23살이 됐다. 최근에 조성한 수목원이나 식물원에서 볼 수 없는 풍성하고 고즈넉한 나무들이 다양하게 어우러져, 숲은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으로 가득하다.

사람마다 보폭이 다르고 취향도 다르기 마련인데, 이곳에는 자신만의 속도와 취향으로 숲을 즐길 수 있는 5가지 숲길이 있다. ▲가볍게 산책하듯 걷고 싶다면 ‘톳나무숲길’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꽃과 나무를 관찰하고 싶다면 ‘숲 탐방길’ ▲나무 아래 임도를 걸으며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해아람길’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 조금 강도를 높여 운동하듯 걷고 싶다면 등산로 ‘해오름길’ ▲몸이 불편한 보행 약자도 어렵지 않게 숲을 체험할 수 있는 ‘열린마음 나눔길’을 추천한다.  

특히 ‘열린마음 나눔길’은 장애인, 인산부, 노약자 등 거동이 불편한 관람객을 위한 턱이 없는 무장애 산책로다. 산림청의 복권기금으로 지원받아 조성된 이 길은 1.7km로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다. 산딸나무, 노각나무, 아팝나무 등 수목원의 주요 식물을 조망하며 관람할 수 있다. ‘토끼같은 세상속 거북이처럼 살아도 괜찮아’ 코스 곳곳에 나눔길이 전하는 메시지를 배치해, 바쁘고 빠른 삶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건낸다.

 

몸이 불편한 보행 약자도 어렵지 않게 숲을 체험할 수 있는 ‘열린마음 나눔길’은 수목원을 조망하며 걸을 수 있다.
몸이 불편한 보행 약자도 어렵지 않게 숲을 체험할 수 있는 ‘열린마음 나눔길’은 수목원을 조망하며 걸을 수 있다.
미동산에는 자신만의 속도와 취향으로 숲을 즐길 수 있는 5가지 숲길이 있다.
미동산에는 자신만의 속도와 취향으로 숲을 즐길 수 있는 5가지 숲길이 있다.

 

철갑상어가 헤엄치는 분수대를 지나면 산림과학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 입구에는 신생대 마이오세 시기의 커다란 참나무 나무화석이 전시돼있어 눈길을 끈다. 산림과학박물관은 충청북도산림환경연구소에서 산림자료를 보존하고 전시해 마련된 열린 학습의 장이다. 총 6개의 전시실과 1개의 체험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숲의 생태, 숲의 역사와 미래 등 산림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1층 입구에 마련된 기획전시실에는 다양한 작품 전시를 통해 예술적 가치를 공유한다. 현재 이곳에서 자연의 빛깔을 고스란히 담아낸 천연염색 전시 ‘자연이 주는 TWO 휴’가 진행 중이다.

난대식물원에 들어서니  황홀한 꽃향기가 난다. 깊은숨을 들이쉬며 꽃향기가 나는 나무의 정체를 찾으니 자잘한 흰 꽃이 활짝 핀 나무를 발견했다. 꽃이 귀한 초겨울에 꽃을 피우는 금목서다. 겨우내 푸른 잎, 자주색 열매를 감상할 수 있고 꽃향기까지 나서 정원수로는 금목서보다 더한 식물이 없다고 한다. 미동산 수목원에는 금목서 말고도 겨우내 다양한 식물을 관람할 수 있다. ▲난대식물원 ▲나비원 ▲다육식물원 등 온실이 마련돼 꽃과 잎이지는 늦가을과 겨울에 방문해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다육식물원에서는 사계절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다육식물원에서는 사계절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난대식물원에 핀  하와이무궁화가 아름답다. 
난대식물원에 핀  하와이무궁화가 아름답다. 

 

또한 수목원 곳곳에 ▲수국담채원 ▲무궁화원 ▲미로원 ▲수생식물원 ▲암석원 ▲평면기하학식 정원 등 다양한 형태의 정원도 만날 수 있다. 무궁화는 여름내 피운 꽃을 떨궜고, 수국은 빛이 바랬지만 쑥부쟁이, 개미취, 구절초가 깊은 가을임을 알려준다. 연신 내리는 가을비를 잔뜩 머금은 가을꽃이 더욱 선명하게 빛난다. 단풍나무원에는 고로쇠나무, 신나무, 홍단풍 등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단풍목이 군락을 이뤄 가을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제격이다. 또한 유아숲체험원에서 시작하는 8km의 해아림길은 단풍과 은행잎, 독일가문비나무, 구상나무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붉은 절경 속 청량함을 더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속도가 있다. 가끔은 나눔길에서 만난 민달팽이처럼 느리게 걸어도 괜찮다. 인생이라는 숲길을 걸어갈 때 모든 길이 꽃길은 아니다. 오르막길에선 조금 더 천천히 걷고, 힘들면 쉬었다 가야 한다. 그렇게 속도를 늦추고 자신만의 보폭으로 자연스레 걷다 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들꽃을 발견할 여유가 생긴다. 그것이 꽃길만 걷는 방법이다. 수수한 가을꽃이 피어있는 미동산수목원에서 나만의 속도로 꽃길을 걸어보자.

[한국조경신문]

수목원이 있는 미원면을 주민들은 쌀안골이라 부른다. 쌀안골 물레방앗간과 오래된 숲이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긴다.
수목원이 있는 미원면을 주민들은 쌀안골이라 부른다. 쌀안골 물레방앗간과 오래된 숲이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긴다.
가을비를 머금은 쑥부쟁이가 청명한 색감을 드러낸다.
가을비를 머금은 쑥부쟁이가 청명한 색감을 드러낸다.
색감이 바랜 수국이 가을이 깊어졌음을 실감하게 한다.
색감이 바랜 수국이 가을이 깊어졌음을 실감하게 한다.

 

미동산수목원에 가을 들국화가 활짝 폈다.
미동산수목원에 가을 들국화가 활짝 폈다.
산림환경생태관 전시관 입구 '그대와 함께 걷는 꽃 길 입니다'
산림환경생태관 전시관 입구 '그대와 함께 걷는 꽃 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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