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꽃더미 속에서 피어나는 영보정의 단아한 자태바람이 분다. 성급하게 가을을 힐끗 본다. 최기운 화백과 영보정(永保亭)을 찾았다. 최 화백은 최근 보령(保寧)을 주제로 연작화를 그린다. 어느 날 카톡으로 안부차 날아온 그림은 한 번에 나를 사로잡았다. 보령의 영보정이었다. 영보정으로 생각의 향방이 갈렸다. 나팔꽃처럼 길게 늘어져 얽힌 답사 대상지의 선정이 죽비처럼 단호해졌다. 영보정은 그림으로 살며시 다가왔으나 당장 떠날 채비를 할 정도로 이끌렸다.답사 일정은 기왕이면 최기운 화백과 동행하고자 한 주를 더 기다렸다. 그렇게 나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 200년 동안 묻혀 있던 꽃이름그것은 신박했다. 『임원경제지』의 방대함 속에 묻혀 있던 꽃이름의 귀환이다. 국립세종수목원에서 『K가든, 꽃을 틔우다 : 양화소록편』으로 기획전을 연지 두 달만의 일이다. ‘전주수목원 솔내원’에 기획전시된 「예원지(藝畹志)」의 꽃들은 뜨거운 여름의 기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름하여 『200년 전 꽃 백과사전의 부활 고전(古典) 속의 화원(花園)』이다. 200년 전인 19세기의 꽃 백과사전이다. 16일부터 29일까지 2주간 전주수목원에서 예원지에 나오는 화훼류를 실물로 전시한다
탁사정 기억이 누정 원림의 이미지를 재생산한다.제천 후배 영태에게 물었다. 탁사정(濯斯亭)을 가고 싶은데 근래 가 본 적이 있냐고 했더니, "탁사정은 유지 보수가 안돼 관리 상태가 안 좋을 것"이란다. "그래도 정자까지 올라가 보겠다."라고 말한 내게 "그러면 탁사정 주차장에서 만나자"라고 합을 맞춘다. 만나기로 정한 시간에 맞춰 출발 시각을 조정한다. 옛 생각이 절로 난다. 흰 모래톱이 길게 늘어서 해안가를 연상시키는 인상적인 과거의 풍경이 새삼 떠오른다. 친구들이 하도 멋진 곳이라고 가 보자 하여 따라나섰다. 한 떼의 청소년들이
농월정과 방화수류정 그리고 영화 ‘청풍명월’영화 ‘청풍명월(김의석 감독, 2003)’은 엘리트 무관 양성소 ‘청풍명월(淸風明月)’에서 만난 최고의 검객 두 남자의 우정과 운명을 그렸다. ‘청풍명월’은 태평성대를 바라는 백성의 바람과 가치를 위하여 건립한 공공 기관이다. 중립 외교의 광해군과 존주대의(尊周大義)¹의 명분을 지닌 사대부의 갈등이 고점을 찍은 폭풍 전야의 상황이다. 명분은 권력욕을 낳고, 이상과 현실은 늘 길항한다. 노회한 정치가는 시대의 젊으신네를 아프게 한다. 시대적 배경은 조선 후기가 시작된 광해군과 인조반정 전후이
해거불여강거(海居不如江居), 강거불여계거(江居不如溪居)살만한 곳의 선호도는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이중환(1690~1756)은 「택리지」에서 거뜬하게 서술한다. “바닷가에 사는 것은 강가에 사는 것만 못하고, 강가에 사는 것은 계곡에서 사는 것만 못하다.”라고. ‘거창 수승대(搜勝臺)’가 위치한 위천(渭川)은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계곡의 물길이다. 위천은 약 80리(32.89㎞)의 청량한 계곡 물길로 북상면의 ‘용암정(龍巖亭)’ 일대의 숲과 바위 사이를 흘러 위천면의 수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인천시가 캠프마켓 활용방안을 위해 시민들과 머리를 맞댄다.인천시는 캠프마켓이 위치한 부평구 9개 지역에서 ‘찾아가는 캠프마켓 시민소통의 날’(이하 숙의경청회)을 개최한다고 밝혔다.‘숙의경청회’는 캠프마켓 기본현황과 마스터플랜 용역 기초 조사 자료 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시는 앞서 지난 6월 지방선거 이전 부평구 부평3동, 산곡2동과 3동 시민들과의 소통 자리를 가진 바 있다. 이번 숙의경청회는 단발적 시민의견수렴
시경(詩境)은 시의 경지에 이르는 흥취이고 온전한 감흥이다.시경은 시의 경지에 이르는 흥취이다. 시흥(詩興)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경치나 시정(詩情)이 넘쳐흐르는 흥취 있는 풍광을 말한다. ‘절로 시 짓고 그림 그리고 싶어지는 미적 정취’인 시정화의(詩情畵意)이고 의경(意境)이다. 시흥이 고취되어 풍광을 읊는 시 창작의 경계에 도달하는 온전한 감흥이다.지난 연재에서 "일찍이 원림 공간에 걸린 대련이나 제영과 시는 ‘형상 너머의 형상’인 상외지상(象外之象)으로 의경의 공간을 표현한다. 그래
숲길이 있어 미음완보(微吟緩步)의 소요유(逍遙遊) 가능열린원림문화의 향유는 숲길로 성립한다. 숲길이 있기에 미음완보의 거닐기를 통한 소요유가 가능하다. 소요유는 원림이어서 행세한다. 그래서 윤선도(1587-1671)의 산중신곡에 나오는 임천한흥(林泉閑興)은 우주적 직관이다.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원림을 거닐면서 여유롭고 한가한 흥취에 접어드는 임천한흥의 묘사는 찾기 힘들다.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생명의 약동인 엘랑비탈(élan vital)의 생기발랄한 행위와 임천한흥은 교접한다. 숲길 / 온형근 오지 않을 너를 기다리
사대부의 출처관에 기록된 원림 문화사대부는 글을 읽는 선비인 ‘사(士)’와 벼슬하여 관료가 되는 ‘대부(大夫)’가 합쳐진 말이다. ‘사’는 은거하며 심신을 수양하는 ‘수기(修己)’의 생활을 한다. 이를 ‘처(處)’라고 한다. 반면에 ‘대부’로서 조정에 나아가 정사에 참여하는 ‘치인(治人)’을 ‘출(出)’이라 한다. 처는 수기에 들고 출은 치인에 나선다. 여기서 처
해남 ‘삼산막걸리 구도’와 만나다비 온다는 예보에도 감행한 전통건축 ‘수곡포럼’의 해남과 보길도 답사는 운 좋게도 우산 없이 2박3일을 마칠 수 있었다. 다녀오고 나니 물 폭탄 같은 비가 이틀을 내리 붓는다. ‘조원동 원림’의 저수지는 가득 찼다. 보에서 흘러내는 물소리가 폭포소리를 내며 급하게 흐른다. 호안에 식재된 버드나무는 물위에 공처럼 일정 간격으로 운율을 갖춘 채 줄기는 묻히고 수관만 떠있다.이렇게 비 내린 후면 해남 수정동 원림과 금쇄동 원림이 떠오른다. 비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 6-2생활권(한별동)의 개발방향을 담은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했다고 4일(월) 밝혔다.6-2생활권(한별동)은 행복도시 북측에 위치하며, 행복도시 23개 생활권 중 20번째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는 생활권으로 면적은 약 170만㎡, 인구는 약 3.6만 명, 주택수 약 14.5천호로 계획했다.행복청과 LH는 계획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도시계획·조경·교통·에너
‘열린원림문화’는 일상에서의 사띠(Sati)와 다름아니다매일 새벽 원림을 향하는 일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오르기 싫은 날도 있고, 유난히 꾸물대는 날도 있다. 어쩔 수 없는 사정도 생긴다. 이런 사정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작심삼일처럼 되돌이표를 찍는다. 그래서 내 몸에 ‘인이 박이도록’ 나선다. ‘인’은 “여러 번 되풀이하여 몸에 깊이 밴 버릇”이라는 순우리말이다. ‘박이다’에는 &ldq
‘열린원림문화’ 향유는 우아한 거닐기새벽 일찍 어둠이 채 가시기 전 원림에 다가설 때가 있다. 아뿔싸! 벌써 내려오는 사람을 본다. 이런 기시감은 처음이 아니다. 나는 이를 불가사의라고 일컫는다. 새벽에만 생기지 않는다. 밤늦게 내가 마지막 야간 산행이라 여기고 올라서는데 부스럭 하산의 인기척을 만나면서 급하게 ‘아! 이건 정말...’라면서 혼자 중얼대는 방언. 이때의 언어는 외계어였을 것이다. 동틀 무렵 – 임천한흥.178 / 온형근 임천으로 어둑한 발걸음 헛디디지 않아방금 터
청명과 곡우 사이의 원림에서 3시간을 거닐다봄이 꽤나 지나 여름을 향하고 있다. 지난 5월5일 어린이날이 여름의 시작이라는 입하(立夏)였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봄 계절을 좀 더 이야기하고자 한다. 청명과 곡우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전개되는 봄 이야기이다(2022.4.15.). 초고를 쓴 시점과 이 글의 발표 즈음은 한 달여 차이가 난다. 한 달 전의 ‘계절의 풍광’을 다시 새기자는 속셈이다.한 달 전 숲은 연두로 빈틈없이 메워졌다. 처음에는 ‘조원동 원림’의 웅크리고 앉아 되돌아보는 정자인
국내에 정원박람회를 비롯한 많은 가드닝 열풍에서 ‘2012 경기정원문화박람회의 시민정원 중 「공간창조」라는 정원은 닭장(Chichen Coop)과 닭장의 벽면에 녹지를 조성한 생산녹지 작품이다. 이때는 정원에 ‘닭장’이 어떤 의미일까를 놓쳤으나, 오래도록 각인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자연과 어우러져 문화를 만들어 내는 시공간에 인류의 오래된 사육 가축인 ‘닭’의 상징성과 실용성을 새로운 관점에서 성찰하게 되었다. 어둠을 물리치며 새벽을 깨우는 상서로운 ‘닭울음소리&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시흥시는 업그레이된 자율순찰로봇 ‘골리’ 2세대를 투입해 배곧생명공원에서 운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골리’는 (주)만도가 전국 최초로 개발한 자율순찰로봇으로, 배곧생명공원을 순찰하면서 로봇에 장착된 카메라를 이용해 영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제함으로써 위급상황이나 범죄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지능형 스마트 서비스다.기존 골리 1세대는 배터리 소모가 빠르고 지정된 경로만 자율 주행하는 한계가 있었으나 기능을 개선해 안정성 검증 단계를 거쳐 2세대를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소속 국립세종수목원(원장 이유미)이 산림청 ‘생활밀착형 숲 조성·관리사업’의 일환으로 도시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자생 정원식물을 보급한다고 밝혔다.국립세종수목원은 주거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정원식물 발굴을 목표로 지난 2월부터 환경스트레스에 대한 식물반응을 분석, 우수 자생식물을 탐색 연구를 추진 중이다.그 결과 새로운 정원시장 개척 및 수요 대응에 적합한 실내 정원식물 바위고사리, 홍지네고사리 2종과 여우꼬리사초, 새, 좀보리사초 등 실
[Landscape Times] 최초의 정원이론서는 중국에서 만들어졌다. 명나라 때의 건축설계사이며 정원설계사인 계성(計成)이 지은 ‘원야(園冶)(1634)’이다. 계성은 본래 화가였다. 동양의 산수화는 자연을 그대로 담은 것은 아니다. 자연을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조명하여 일정한 화폭에 구현한 것이다. 작은 공간에 오밀조밀하게 배치한 하늘과 구름과 산과 강은 그리는 이의 마음과 느낌이 함께 담겨있다.그림 한 구석에 자리한 작은 초가와 소 한 마리, 그 옆에 한가로이 누워있는 아이는 자연에 녹아든 인간 존재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행정중심복합도시 1호 도시농업 특화공원이 2만478㎡ 규모로 조성 추진된다.세종시 다솜리에 조성되는 도시농업공원은 외곽순환도로 지하화 구간 상부에 공공 텃밭, 교육장 등으로 조성될 예정이다.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과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 세종특별자치시(이하 세종시), 한국토지주택공사 세종특별본부(이하 LH)가 ‘행복도시 도시농업공원 조성 및 운영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이번 협약에 따라 행복청은 공원조성 계획수립과 사업추진을 위한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지자체가 조례를 추가 세분화해 여건에 맞게 용도지역을 운영할 수 있도록 용도지역별 용적률 상한의 최저한도를 낮출 수 있게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 및 「도시ㆍ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국토부에 따르면 지역 주도의 도시계획 수립을 위한 자자체 권한 확대를 위해 현재 제2종 일반주거지역, 중심상업지역, 전용공업지역 등 국토계획법 시행령에 세분된 용도지역을 지자체 조례로 추가 세분화해 지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