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형근 박사
온형근 박사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 200년 동안 묻혀 있던 꽃이름

그것은 신박했다. 『임원경제지』의 방대함 속에 묻혀 있던 꽃이름의 귀환이다. 국립세종수목원에서 『K가든, 꽃을 틔우다 : 양화소록편』으로 기획전을 연지 두 달만의 일이다. ‘전주수목원 솔내원’에 기획전시된 「예원지(藝畹志)」의 꽃들은 뜨거운 여름의 기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름하여 『200년 전 꽃 백과사전의 부활 고전(古典) 속의 화원(花園)』이다. 200년 전인 19세기의 꽃 백과사전이다. 16일부터 29일까지 2주간 전주수목원에서 예원지에 나오는 화훼류를 실물로 전시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함께 기획하여 없는 식물은 사진과 설명으로 보충한다. 예원지를 당대의 꽃문화로 재현하고자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서정남 박사와 전주수목원 안행준 차장의 협업이다. 전시기획사에 용역을 주지 않았다. 대신 직접 기획하고 시설물을 설치하고 식물을 배치하였다. 전시 장소인 ‘솔내원’ 역시 기와 담장과 함께 조선의 풍치를 지닌 곳이라 고관 대작의 후원처럼 거닐만하다.

 

(좌) ‘고전 속의 화원’의 테마 전시 배너    (우) 솔내원은 야외 전시 및 행사 공간으로 이용한다.
(좌) ‘고전 속의 화원’의 테마 전시 배너 (우) 솔내원은 야외 전시 및 행사 공간으로 이용한다.

 

예원지는 조선 후기 화훼원예 백과사전으로 총 5권이다. 권1은 총론으로 꽃기르기의 의미와 번식, 관수 및 시비, 재배관리, 환경조절 및 병충해 방제, 식재설계, 품격과 등급, 절기 맞추기, 월동하기로 나뉘어져 있다. 권2부터 권5는 각론이다. 권2는 목본화훼류 22종, 권3은 초본화훼류 28종, 권4는 관엽식물 15종을 서술하고 있어서 총 65종의 화훼식물을 다루고 있다. 권5는 대표적인 화훼류인 모란(327품종), 작약(40품종), 난(56품종), 국화(315품종)의 중국 및 국내 품종특성을 서술하고 있다. 전시에 나온 식물을 기존 학술 논문 발표와 비교하였다. 대체로 일치하나 식물명이 학명까지 바뀌어 표기한 것이 있고, 학명은 같으나 향명을 바꿔 표기한 것이 있다. 그만큼 고전에 나오는 식물을 오늘날의 식물로 동정하는 일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권2에 나오는 목본화훼류 22종을 「예원지」의 순서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牡丹(목단)은 모란(Paeonia suffruticosa), 瑞香(서향)은 서향(Daphne odora), 山茶(산다)는 동백나무류(Camellia spp.), 巵子(치자)는 치자(Gardenia jasminoides), 梅花(매화)는 매화(Prunus mume), 蠟梅(납매)는 납매(Chimonanthus praecox), 石榴花(석류화)는 석류(Punica granatum), 海棠(해당)은 해당꽃나무, 수사해당(Malus spp.), 薔薇(장미)는 봄철 개화 일계성 장미류(Rosa spp.), 紫薇花(자미화)는 배롱나무(Lagerstroemia indica), 四季花(사계화)·月季花(월계화)는 연중 개화 사계성 장미류(Rosa spp.), 丁香(정향)은 수수꽃다리류(Syringa spp.), 木香(목향)은 목향장미(Rosa banksiae), 玫瑰(매괴)는 해당화류, 생열귀나무 등으로 (Rosa rugosa) 또는(maikwai), 紫荊(자형)은 박태기나무(Cercis chinensis), 木芙蓉(목부용)은 목부용(Hibiscus mutabilis), 杜鵑花(두견화)는 진달래(Rhododendron mucronulatum), 躑躅花(척촉화)는 왜철쭉(Rhododendron indicum), 暎山紅(영산홍)은 영산홍(Rhododendron x obtusum), 迎春花(영춘화)는 영춘화(Jasminum nudiflorum), 木槿(목근)은 무궁화(Hibiscus syriacus)¹

¹서정남·고연희·김남이, 조선 후기 화훼원예 백과사전인 임원경제제 예원지, 한국원예학회 학술발표요지, Vol 2015 No 10, 2015, p.59.

(좌) 瑞香(서향)|서향(Daphne odora)   (우) 巵子(치자)|치자(Gardenia jasminoides)
(좌) 瑞香(서향)|서향(Daphne odora) (우) 巵子(치자)|치자(Gardenia jasminoides)

 

권3에 나오는 초본화훼류 28종은 다음과 같다.

蘭花(난화)는 춘란속(Cymbidium spp.), 菊(국)은 국화(Chrysanthemum morifolium), 芍藥(작약)은 작약(Paeonia lactiflora), 荷花(하화)는 연꽃(Nelumbo nucifera), 水仙(수선)은 수선화(Narcissus tazetta subsp. tazetta var. chinensis), 玉簪花(옥잠화)는 옥잠화(Hosta plataginea), 萱(훤)은 원추리(Hemerocallis spp.), 蜀葵(촉규)는 접시꽃(Alcea rosea), 錦葵(금규)는 당아욱(Malva sylvestris), 秋葵(추규)는 황규(Abelmoschus moschatus), 山丹(산단)은 큰솔나리(Lilium pumilum) 등, 玉美人(옥미인)은 양귀비류(Papaver spp.), 金錢花(금전화)는 펜타페테스(Pentapetes phoenicea), 滴滴金(적적금)은 금불초(Inula britannica), 鳳仙(봉선)은 봉선화(Impatiens balsamina), 罌粟(앵속)은 양귀비(Papaver somniferum), 麗春(여춘)은 개양귀비(Papaver rhoeas), 剪春羅(전춘라)는 털동자꽃(Lychnis fulgens) 등, 剪秋羅(전추라)는 동자꽃(Lychnis cognata) 등, 鷄冠花(계관화)는 맨드라미(Celosia cristata), 秋牡丹(추모단)은 대상화(Anemone hupehensis var. japonica), 纏枝牡丹(전지모단)은 선메꽃(Calystegia dahurica), 秋海棠(추해당)은 추해당(Begonia grandis ssp. evansiana), 石竹(석죽)은 석죽(Dianthus chinensis, superbus), 射干(사간)은 범부채(Iris domestica), 錦荔枝(금려지)는 여주(Momordica charantia), 繡毬(수구)는 중국설구화(Viburnum macrocephalum ‘Sterile’) 및 수국 (Hydrangea macrophylla) 등, 旱蓮(한련)은 한련화(Tropaeolum majus)²

 

²서정남·김광진·한경숙·고연희·김남이, 임원경제지 예원지에 기술된 초본화훼류의 동정, 한국원예학회 학술발표요지, 2017.5 (2017): p. 52.

蘭花(난화)|춘란류(Cymbidium spp.) 蜀葵(촉규)|접시꽃(Alcea rosea), 錦葵(금규)|당아욱(Malva sylvestris)
蘭花(난화)|춘란류(Cymbidium spp.) 蜀葵(촉규)|접시꽃(Alcea rosea), 錦葵(금규)|당아욱(Malva sylvestris)

 

학술 논문 발표에서 ‘秋葵(추규)’를 ‘황규(Abelmoschus moschatus)’로 표기하였으나, 이번 전시에서는 ‘닥풀(Abelmoscus manihot)’로 표시한 점은 다른 점이었다. 山丹(산단)인 큰솔나리(Lilium pumilum)를 나리류(Lilium spp.)로 하였다. ‘剪春羅(전춘라)’는 털동자꽃(Lychnis fulgens), ‘剪秋羅(전추라)’는 동자꽃(Lychnis cognata)으로 하였던 표기를 전시에서는 둘 다 동자꽃류(Lychnis spp.)로 하였다. 다만, 전자는 개화기가 빠른 종류, 후자는 개화기가 늦은 종류를 지칭한다고 개괄적으로 동정하였다. ‘石竹(석죽)’은 석죽(Dianthus chinensis, superbus)에서 패랭이꽃(Dianthus chinensis)으로 하였다.

권4에 나오는 잎보기 식물인 훼부 15종은 다음과 같다.

石菖蒲(석창포)는 석창포(Acorus gramineus), 吉祥草(길상초)는 길상초(Reineckia carnea), 芝(지)는 영지류(Ganoderma spp.), 蕉(초)는 파초(Musa bajoo), 書帶草(서대초)는 맥문동류(Liriope spp.), 翠雲草(취운초)는 셀라지넬라류(Selaginella spp.), 老少年(노소년)은 색비름(Amaranthus tricolor), 芸香(운향)은 무라이아 파니쿨라타(Murraya paniculata), 萬年松(만년송)은 향나무류(Juniperus spp.), 草松(초송)은 새깃유홍초(Ipomoea quamoclit), 棕竹(종죽)은 관음죽류(Rhapis spp.), 闌天竹(남천죽)은 남천(Nandina domestica), 虎刺(호자)는 호자나무(Damnacanthus indicus), 鐵蕉(철초)는 소철(Cycas revoluta), 椶櫚(종려)는 종려(Trachycarpus fortunei)³

 

³서정남·장혜숙·강윤임·서경혜·안명숙, 임원경제지 예원지에 기술된 훼류(卉類)의 동정, 한국원예학회 학술발표요지, 2022.11 (2022), p.195.

(좌) 石菖蒲(석창포)는 석창포(Acorus gramineus), 吉祥草(길상초)는 길상초(Reineckia carnea)   (우) 蕉(초)는 파초(Musa bajoo)
(좌) 石菖蒲(석창포)는 석창포(Acorus gramineus), 吉祥草(길상초)는 길상초(Reineckia carnea) (우) 蕉(초)는 파초(Musa bajoo)

 

書帶草(서대초)를 맥문동류(Liriope spp.)로 동정하였으나 전시에서는 맥문동(Liriope spp.) 또는 맥문아재비(Ophiopogon spp.)로 두루 적용하였다. 翠雲草(취운초)인 셀라지넬라류(Selaginella spp.)와 芸香(운향)인 무라이아 파니쿨라타(Murraya paniculata)를 ‘부처손류’와 ‘오렌지자스민’으로 향명만 고쳐 표기하였다. 棕竹(종죽)인 관음죽류(Rhapis spp.)와 椶櫚(종려)인 종려(Trachycarpus fortunei)는 종려죽(Rhapis humilis)과 당종려(Trachycarpus wagnerianus)로 동정하였다.

 

기획전시를 예원지로 하게된 계기는?

전주수목원 솔내원에서 전시한 ‘고전 속의 화원’의 기획 배경이 궁금하였다. 전주수목원에는 일상을 수목원에 맞춰 근무하는 ‘안행준’ 차장과 사전 연락을 하고 인터뷰를 하였다(2023.06.16 금 오후 1:24).

안행준 차장의 열정과 계획 및 설계, 시공 능력을 알기에 능동적 전시 기획일 거라 생각했으나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오늘 예원지를 보러 와서 직접 전시 설계한 조경담당 안행준 차장님을 모시고 몇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예원지를 기획하게 된 최초의 그 계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한 게 아니에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서정남’ 박사가 작년에 제안했고 전시를 부탁하여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예원지의 식물은 연구하여 잘 알지만, 전시공간 설계는 하기 어려우니 전주수목원에서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는 제안이었지요. 제가 발령을 받고 수목원으로 다시 온 4월 10일 이후에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예원지’를 공간으로 걸어나오게 하였는데. 이 전시의 특징을 말한다면요?

수목원에서 근무하며 느끼는 것이 유럽이나 미국을 패러디 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그런 쪽에서 너무 전시도 잘하고, 수목원 공간 배치라든지 시공이라든지 식물 종류라든지 거의 모든 점에서 헤게모니를 잡고 있으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또 그걸 안 받을 수가 없지요. 지금까지는요… 근데 계속 그럴 수 없잖아요. 전주라서 그런 게 아니라 항상 한국적인 뭔가가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이럴 때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잘못하면 양복입고 갓 쓴 꼴된다.”는 무시무시한 얘기지요. 사실 유럽이나 미국도 가서 보면 별거 없는 것 같은데 아무튼 걔네들은 걔네들의 컨셉을 가지고 그냥 열심히 한 것 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한국적인 것을 우리끼리 그냥 즐겁게 하자라는 주의입니다. 장미원 만들면서 장미가 800년 전에 한국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예원지도 마찮가지에요. 조선시대에 이런 백과사전이 있다는 것을 일반인들 누가 알겠습니까? 이런 게 있다는 걸 알리는 것만으로도 이 전시회는 진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정원 이러면 대부분 서양의 것을 먼저 떠올리지 한국에 이런 문화가 있었다는 것 자체도 잘 모르고 있어요. 우리나라 옛날의 기록을 가지고 현대적으로 다시 재해석하는 작업들이 있어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엄청 많이 했습니다. 지난 달에 영국에 갔었는데 옛날 같으면 부러워하고 왔을 텐데, 이제는 우리나라 수목원들이 결코 못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자신감도 얻고 왔어요.

이런 전시가 일회성으로 끝날 게 아니라 이런 전통적인 기획 전시가 물리적인 공간을 얻어 지속성을 지녀야 하는 바램을 은근히 대화 도중에 의도하였다. 공공기관의 가장 큰 문제점이 담당자가 바뀌면 참 많은 것이 바뀌거나 없어지거나 변화되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1회, 2회, 3회,... 이런 식으로 역사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요?

그러니까요. 그런 게 많습니다. 우리 회사는 고속도로를 건설 운영하는 곳이잖아요. 제일 어려운 것은 윗분들이 ‘너 그거 왜 하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 거죠.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 사회, 지배 구조를 의미하는 ESG 경영인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의 투명 경영을 고려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추세임에도 그렇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것이지요. 예산이 얼마냐? 그것의 경제적인 파급 효과가 얼마냐? 이런 것을 숫자로 적어줘야 이해하는 사람들한테 비재무적 효과를 설득력있게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무료로 전주수목원을 즐기고 칭찬하고 고마워하는 반응이 SNS 곳곳에 널려 있는데도 말입니다. 전주수목원은 도로공사 ESG경영의 대표적인 곳이라 할 수 있어요. 그런면에서 역사성을 유지하는 방안은 누가 뭐래도 그냥 계속하는 것입니다. 정말 중요한 스텐스에요. 계속하면 그것이 역사가 되니까요. 계속할거에요.

 

법고창신의 예원지 활용 방안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예원지를 기획 전시하였는데, 이를 조경 실무로 응용할 수 있는 방안은 있을까요?

우선 홍보를 위해 한 소박한 행위는 수목원과 특작원에서 신문기사 내고 알리고 하는 정도 입니다. ‘국립세종수목원’도 보도자료를 내었겠지만, ‘양화수록’ 전시는 제 느낌엔 전시기획 전문가들이 와서 한 것 같아요. 우리는 조경전문가가 전시 기획을 한 것이고요. 소박하죠. 서정남박사는 “우리는 영혼을 갈아넣었잖아! 하하”라고 했어요. 세종수목원에 영혼이 없다는 말은 아니니 오해마시길… 이렇게 영혼을 갈아넣었다고 했으니까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책 차례에 따른 전시와 더불어 서정남박사님이 예원지에 있는 식물만으로 ‘열대풍 정원’도 응용해서 만들었어요.

책 밖으로 나온 예원지가 식물의 소개에서 그치면 온고지신이 되는 것이고, 이거를 응용하여 뭔가를 만들어내야 법고창신이 되는 것인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였다.

저 예원지에 나와 있는 식물이 이제 바깥으로 나왔는데 저걸 가지고 하나의 모듈처럼 구성하여 조경가의 시각으로 본 가드닝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예원지 식물로 만든 A, B, C, D 모듈 정원, 또한 A와 B가 B와 C, D가 합쳐진 다양한 시도도 앞으로 가능하지 않을까요?

수목원 공간 안에 어떤 형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예원지로 가드닝을 할 수도 있지요. 지금은 식물을 나열해놨지만 저걸 가지고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겠지요. 그 다음 저 식물들이 아파트 베란다 같은 곳에서 자랄 수 있는지, 즉 우리의 생활 공간으로 어떤 식물들이 들어올 수 있는지 계속 연구하고 보급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 예원지 전시 기획을 맡은 조경가로서 조성하고 보니 어떤 식물이 유난히 꽂히고 내세우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식물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닥풀이 꽃이 좋고 되게 인상적입니다. 그 다음 접시꽃은 다 아시는 거니까요. 근데 접시꽃은 가성비가 참 좋습니다. 완전 강추입니다. 그 다음에 새깃유홍초도 되게 특이하지요. 타고 올라가는 식물이고요. 꽃이 작은데 그 붉은 색이 강렬하거든요.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보게된 식물들이에요.

하여간 식물 하나하나가 옛 사람들에게는 관조의 대상이었다. 어떤 식물을 관조하고 바라보는가? 어떤 내적인 어떤 내면의 세계가 다 있으니까 그래서 시라든가 그림이라든가 이런 것도 같이 곁들여서 전시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제시하였다.

끝으로 예원지뿐 아니라 전통 관련된 이런 어떤 식물이나 정원에서 평소에 가지고 계신 생각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시면서 인터뷰를 마치고자 합니다.

서양의 정원을 보면 보더가든이 멋지게 만들어져 있지요. 좋은 식물 많이 쓰고 있는데, 이 예원지를 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보더가든을 만들거나 가드닝을 할 때 좀 더 적극적으로 우리 전통 식물들을 넣을 수 있겠다. 저기 나와 있는 식물 종류만 잘 활용해서 재배종 식물들과 같이 섞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우리 식물의 비중을 좀 더 늘려가는 노력을 같이 해주면 더 좋겠지요. 지금 수목원에는 외국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옵니다. 교류도 많이 하는데 그 사람들이 형태는 서양에서 온 보더가든의 형태지만 그 안은 우리 식물로 채워져 있더라는 느낌을 안겨주어야지요. 2023 Chelsea Flower Show 에 갔었거든요. 거기에서 ‘백만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라는 황지해 작가의 정원작품을 보았어요. 찰스왕 때문에 더 유명해지기도 했지만, 그 앞에 영국 사람들이 줄을 엄청 길게 서있는 거예요. 직접 봤는데 그냥 우리나라 산이에요. 뒷동산요. 근데 걔네들 눈에는 그게 그렇게 이색적으로 보였겠지요.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심고 우리의 풍경을 만든 것만으로도 대박을 냈잖아요. 그냥 우리 것을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좀 어색한 것 같아도 지속성은 사람들에게 익숙함을 줄 것이고 그것은 역사가 될거에요.

 

전주수목원, 곳곳의 정원으로 거듭나다.

전주수목원은 늘 예뻐지려 노력 중이다. (2023.06.16.)
전주수목원은 늘 예뻐지려 노력 중이다. (2023.06.16.)

 

예원지에서 걸어나온 ‘고전 속의 화원’을 둘러보고 나서 전주수목원을 처음으로 긴 시간 구석구석 돌았다. 매번 새롭게 변하고 있다. 오래된 곳은 다시 가꾸어진다. 이 모든 일의 전 과정에 안행준 차장의 열정이 놀랍다. 시 한 수 남긴다.

 

전주수목원 안행준 / 온형근

선배들이 수목원 기틀을 잡아 일필휘지로 휘갈겼다면

 

전주 호남제일문 의경으로 한옥 기와를

바탕으로 삼은 세계 유일의 장미원 만들더니, 행준!

이미 분경원, 트리하우스, 랜드마크 광장, 허브원, 풍경쉼터, 들풀원, 수국원이 그대의 문장이었으니,

큰 작가는 멈추지 않아 나아갈 방향을 모르듯

 

서유구의 임원경제지 예원지에서 다룬 식물을 협업으로

조선의 생울타리인 취병으로 골격 잡아

책에서 걸어 나와 솔내원에서 기획 전시

어찌 목구멍에 넣어야만 실용이겠오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 오관 모두 즐거운 게 양생이려니

하지 근처의 뜨거운 햇살로 꿈틀댄다.

 

수그리고 받아들여 한계 아닌 한계에 이르고

밤낮으로 곳곳에 손길과 애정이 깃드니

소리에 놀라지 않는 걸음마다에

그물에 걸리지 않는 마음으로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비우고 또 비우는 일이 쉽겠냐마는

그대에게도 세한도의 심사가 스미어

무심의 노장이 깃들기를 어설피 헤집는다오

-2023.6.22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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