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 ‘목표 아닌 수단’…도시문제 등 다양한 의제로 확장돼야
도시농업, ‘목표 아닌 수단’…도시문제 등 다양한 의제로 확장돼야
  • 이수정 기자
  • 승인 2019.05.10
  • 호수 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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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제도화 10년, 도시농업 민간단체
시민의식 변화 견인할 방법론 탐색
넘치는 도시농업 전문인력 활용
도시농업지원센터 활성화에서 시작
인천 미추홀구 도시농업지원센터가 지원하는 학교텃밭 체험 교육 현장
인천 미추홀구 도시농업지원센터가 지원하는 학교텃밭 체험 교육 현장

[지속가능한 도시농업 기획기사 ②] 도시농업이 갈 길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도시농업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민간단체에 의해 자연스럽게 태동한 이후 급속히 성장해왔다. 2012년 도시농업법 제정을 비롯해 지자체 조례 제정 등 도시농업이 제도화되면서 가파른 양적·물리적 성장 또한 괄목할만하다. 그러나 최근 민간단체에서 도시농업의 양적 성장에 회의를 품는 의견도 팽배하다. 과연 도시농업이 다원적 가치들을 담보하며 성장하고 있는지 물음을 제기하는 것이다.

도시농업 발전을 위한 지속가능한 동력들이 절실해졌다는 진단 가운데 본지는 지난 호 기획기사 ‘전환기에 직면한 도시농업 현안’에 이어 이번호에서는 현장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한 대안과 방법론을 담았다.

도시농업, 단순 경작활동 너머

도시‧지역문제 포괄하는 도시농업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으로 넘어갈 ‘전환기’에 서 있다고 평하는 현장 활동가들은 도시농업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단순 재배 활동 혹은 이기적 텃밭활동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환경과 도시를 아우르며 지구적 관점에서 실천하는 시민 의식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민동욱 동네정미소 이사는 “텃밭면적이 꾸준히 넓어졌지만 시민들의 참여도나 시민의식의 확장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설명하며, 이를 뛰어넘기 위해선 “경작을 넘어 텃밭에서 시민들의 활동성을 성장시킬 환경, 생태, 에너지, 농업, 도시재생 등 다양한 분야 의제들과 도시농업이 시민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계속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민간단체에서 시도 중인 도시형 농부시장(마르쉐, 화들장 등), 적정기술(생태화장실, 자원순환, 토양 등), 토종씨앗, 사회적 농업(치유농업), 도농상생, 밥 모임, 옥상활동 등이 대표적 예다.

확장된 경작지 또한 단조로운 작물 식재에서 탈피, 경관적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서 ‘먹거리숲’과 ‘도시농업공원’ 등 자연의 연장공간으로서 공론화할 필요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여러 갈래로 열린 도시농업 의제는 경작지가 부족한 도시에서 유휴부지로 남아있는 옥상활동에서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옥상이 도시농업을 매개로 한 관계의 장이자 시민들의 자율적 공유공간으로 재생된 것인데, 공장가와 인접한 문래옥상텃밭과 은평구 혁신파크, 동대문 옥상낙원은 좋은 사례다.

그러나 행정이 주도하는 옥상 등 유휴부지 도시텃밭 조성사업을 보면 주민확장성을 두고 현장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크다. 조성 후 지속가능한 유지관리와 주민참여활동이 수반돼야 하는데 그에 따르는 예산과 향후 실행계획의 부재, 접근성의 어려움 때문에 대부분의 사업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자발적인 옥상활동이 유지되려면 법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9년 동안 시민들의 자율적 조직으로 운영된 문래텃밭의 경우 올해 건물주가 철거해체를 통보한 상태다. 강내영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옥상 개방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도시농업도 활성화될 수 없다. (중략) 건축법 옥상녹화 규정에서 도시농업이 가능한 항목을 추가해 장벽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공동체 회복과 지역문제 대안으로서 도시농업은 가장 문턱이 낮다. 도시농업은 도시문제 차원에서 관계성과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통로여야 한다. 청년문제가 심각했던 일본에서는 농작업을 매개로 많은 분야 단체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청년들의 삶의 패턴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며, 도시농업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접근할 때 도시농업이 확장됨을, 나아가 농을 매개로 사회적 소외, 병리현상 등을 해결할 새로운 대안으로서 ‘사회적 농업’의 필요성을 짚었다.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석암초 학교텃밭
김충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는 “도시농업지원센터를 통한 지속적인 교육과 지원으로 도시농업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자격증만을 양산하는 방향의 도시농업은 오래지 않아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석암초 학교텃밭 모습.

 

자격증‧일자리 부각에 앞서

도시농업지원센터 활성화 시급

지난호에서 언급했던 넘쳐나는 전문인력과 관련해 도시농업의 공공성을 도시농업지원센터에서 모색하는 목소리도 있다.

도시농업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는 도시농업법에 따라 도시농업과 관련된 컨설팅 지원이나 정보제공, 실습 프로그램 운영 등 도시농업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김충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는 “지원센터를 통한 지속적인 교육과 지원으로 도시농업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자격증만을 양산하는 방향의 도시농업은 오래지 않아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도시농업 전문인력 양성기관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도시농업에 대한 심층적 내용이나 도시농업전문가 역할을 고민하기보다 자격증에만 매몰돼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하며 그 대안으로서 지원센터에 대한 적극적 지원정책을 들었다.

지난 2017년 도시농업법 개정에 따라 도시농업관리사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문제는 이 많은 인력이 일할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해 말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도시농업 육성 시행계획을 발표하며 도시농업관리사가 전담하는 학교텃밭 운영 지원 및 도시농업관리사가 유지 관리하는 실내벽면녹화 조성 시범사업 등 일자리 연계 사업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것이 도시농업 활성화라는 선순환인지 의문을 표했다. 이에 “더 중요한 건 (자격증이 아니라) 도시농업전문가들의 역량이다. 이걸 키우지 않고 전문가만 단순 양성하다보니 일자리 등 문제점들이 속출되고 있다. 오히려 (이 사업이) 자격증만 부각시키고 있다. 도시농업활성화를 위한 기본적인 체계가 지원센터다. 지원센터가 먼저 활성화되면 전문인력들에 대한 수요는 자연스럽게 많아진다. 지원센터 통해 도시농업관리사의 활동처를 연계하고 지원센터는 자연스럽게 도시농업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기획을 할 수 있다”고 처방했다.

도시농업관리사 등 전문가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글자 그대로 ‘지원센터’ 역할이 선행돼야 도시농업도 활성화된다는 얘기다. 도시농업지원센터가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일자리 또한 해소되며 이는 도시농업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대표는 도시농업의 주요 축인 학교텃밭의 경우, 지원센터가 접수부터 교육, 관리까지 통합 시스템화하면 학교텃밭 운영과 전문인력 활용도 안정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지역사회에서의 지원센터 역할도 증대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인건비 확보 등 갈 길이 멀다.

김 대표는 “도시농업 민간단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도시농업지원센터에 관심을 두고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도시농업지원센터의 설치 또는 지정을 통해 민간단체와 도시농업전문가(관리사)의 전문역량을 높이고 이를 통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도시농업정책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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