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수목원에서 진행된  ‘다같이, 수목원으로 가자!’ 교육프로그램 모습
일월수목원에서 진행된  ‘다같이, 수목원으로 가자!’ 교육프로그램 모습

 

“아, 손에 흙 좀 묻히고 싶다!” 어느 날 사무실에 앉아 외쳤다. “인간은 손바닥만 한 정원이라도 가져야한다”는 카렐 차페크의 말처럼 그 시절 나만의 정원이 절실했다. 현관문을 열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그리고는 차를 타고 일터에 간다. 흙을 밟을 일도 흙을 만질 일도 없다. 어디 나뿐일까? 우리는 모두 정원이 절실하다.

그러자 맞은편에 있던 국장님은 “수목원이나 식물원에 가셔서 정원 프로그램 참여하고 오시죠”라는 제안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지난 14일(화) 그렇게 일월수목원에서 진행하는 ‘다같이, 수목원으로 가자!’ 교육프로그램 중 ‘자연식물 수업’에 참여하게 됐다.

수원에는 올해 개원한 일월수목원과 영흥수목원이 있다. 시민이 자연을 더욱 가까이 만나도록 두 수목원 모두 도심 속에 있다. 교육 프로그램 ‘다같이, 수목원으로 가자!’를 일월수목원과 영흥수목원에서 11월 25일(토)까지 운영한다.

프로그램은 식물과 관련된 가드닝 수업, 세밀화 그리기, 오감으로 만나는 정원산책, 어린이 자연수업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어린이부터 어르신, 사회적약자까지 모두가 수목원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수원수목원의 문화 프로그램이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모든 프로그램의 참가비는 5,000원이다. 프로그램 수강자는 수목원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데, 수목원 입장료가 4,000원인 걸 감안하면 강의료는 1,000원인 셈이다.

김현주 정원사가 계절에 따라 변하는 정원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김현주 정원사가 계절에 따라 변하는 정원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자연식물수업’은 12명의 수강생이 참여한 가운데, 김현주 정원하다 정원사가 진행을 맡았다. 프로그램은 겨울정원을 주제로한 강의, 은사철 식재 실습 후 함께 수목원을 걸으며 진행되는 해설투어까지 2시간을 꽉꽉 채워 진행됐다.

김현주 정원사는 계절에 따른 정원의 변화와 살아있는 겨울정원에 대해 강의했다. 겨울정원의 색감을 다양한 사진을 통해 보게 됐는데, 여기저기서 탄성과 휴대폰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연신 들렸다. 급기야 수강생들은 사진을 더 자세히 보자며 강의실 불도 꺼달라고 요청하며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후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철나무 중, 무늬가 있는 은사철을 토분에 식재는 실습이 이어졌다. 마사로 배수층을 만들고, 식물의 흙을 털고 심는 간단한 과정이었지만 우리의 근원인 흙과 살아있는 식물을 만지는 건 언제나 설렌다. 수강생들은 처음 만난 사이라도 각자 집에서 가꾸는 식물들과 에피소드를 나누며 즐거워했다.

이제는 강의를 통해 알아본 겨울정원을 직접 눈으로 볼 시간이다. 정원사의 안내를 따라 우리는 일월수목원으로 입장했다. 울긋불긋한 색감을 자랑하는 말채나무, 그라스원에 심긴 130여 종의 그라스의 생동감 넘치는 풍경을 관찰했다. 특히 지상부가 무너지지 않고 꼿꼿한 형태를 유지하는 숙근초들은 또 다른 형태와 질감으로 겨울 정원을 장식하고 있었다.

일월수목원을 탐방하며 정원식물들에 대한 설명을 듣는 해설투어 모습
일월수목원을 탐방하며 정원식물들에 대한 설명을 듣는 해설투어 모습

 

꿩의비름, 엘린지움, 램스이어 등 다양한 정원 식물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언젠가 나만의 정원에 이런 식물을 심겠다는 팁도 얻어갈 수 있었다. 정원사의 설명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수강생들도 정원가로 어떤 식물이 수목원에 있는지, 이런 식물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서로가 가진 정보를 공유했다.

그렇게 강의와 실습, 해설 투어를 마치니 해가 서쪽에서 반짝이고 일월수목원의 그라스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장관을 볼 수 있었다. 문득 도시에서 가까운 곳에 수목원이 있는 수원시민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라고 집안에만 있으라는 법은 없다. 주변에 있는 수목원과 식물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자. 지금 당장 내 근처에는 어떤 수목원과 식물원이 있는지 찾아보는건 어떨까? 그곳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수목원과 식물원에서 정원을 음미하고, 프로그램까지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모두 정원가다.

[한국조경신문]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각자 실습한 화분을 들고 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각자 실습한 화분을 들고 있다.
일월수목원 그라스들는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는 4시경 시간 가장 아름답다. 
일월수목원 그라스들는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는 4시경 시간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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