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비해 한층 부드러우진 색감의 세븐시즌스 가든 

올해 12월은 유독 겨울비가 자주 내렸고 포근했다. 가끔 매서운 추위에 얼음이 얼었고, 첫눈도 내렸다. 그동안 정원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렇게 세븐시즌스 정원을 다시 찾았다. 곳곳에 퇴비와 새로운 멀칭의 흔적이 보인다. 이 또한 겨울 정원에 또 다른 색감을 더했다. 지난달 분주하게 땅을 손보고 식물들의 위치를 재배열하는 김재용 정원사의 수고 덕분인지 정원은 한층 부드러워지고 평온하다.

힘을 뺀 정원의 아름다움

사실 겨울정원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다. 황량하고 메마른 들판을 떠올리기 일쑤였다. 늦가을부터 몇 번 세븐시즌스를 오가며 겨울정원과 사랑에 빠졌다. 씨앗을 떨구고 꽃받침만 남은 씨송이들은 별처럼 반짝이고, 씨앗 통을 터뜨려 솜털을 날리는 부들은 한없이 신비롭다. 늦가을까지 간직하던 초록의 색감들이 거의 사라진 겨울정원에 서 있으면, 이제는 힘을 빼고 자연에 몸을 맡긴 성숙함과 지혜가 느껴진다. 한들거리는 바람과 고요 속에서 함께 몸에 힘을 빼보자. 거센 바람이 불 때 강하면 꺾인다. 그러나 부드러우면 잠시 누웠다 일어날 뿐이다.

겨울정원을 바라보면 성숙함과 지혜가 느껴진다.
겨울정원을 바라보면 성숙함과 지혜가 느껴진다.
별처럼 빛나는 씨송이
별처럼 빛나는 씨송이

 

 

실내로 들어온 겨울정원

12월 정원사는 잠시 두 손에서 삽과 장갑을 내려두고 열두 달 동안 바쁘게 돌보던 정원을 사심 없이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정원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도 잠시. 이내 다른 곳에 눈이 간다. 이 겨울에도 정원사가 할 일이 남았다고? 그렇다. 12월은 정원의 마지막과 시작이 잇닿아 있는 달. 게다가 곧 크리스마스다. 정원사는 이때부터 다시 분주함을 느낀다.

그동안 정원에만 온통 신경이 가 있었지, 생각하지 못한 곳이 있다. 바로 실내. 이제부터 본격적인 실내 가드닝에 돌입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정원은 모두 브라운인데 어쩌지? 괜찮다. 우리에겐 포인세티아와 아우라카리아가 있으니까. 포인세티아의 화분에 리본을 매고 아우라카리에는 몇 가지 오너먼트를 더하면 그만이다. 게다가 이 두 식물을 꽃집이나 농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정원에 지천인 씨송이를 꺾고 그라스를 잘라 씨송이 꽃다발을 만들어보자. 화병에 꽂아 연출하면 겨울 정원이 실내로 들어온다. 이제는 좀 쉬어볼까 하는데, 정원 한쪽에 심어두었던 구황작물이 떠오른다. 올해 고구마도 참 잘 자랐었지. 그렇다. 텃밭 정원에서 기른 고구마를 구워야 할 때다. 달콤한 탄내가 솔솔 풍겨오면 마침내 이런 생각이 든다. “좋은건 다 브라운이야!”

정원 식물들을 화병에 꽂아 놓으니 실내로 정원이 들어왔다.
정원 식물들을 화병에 꽂아 놓으니 실내로 정원이 들어왔다.
포인세티아와 아우라카리아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한다.
포인세티아와 아우라카리아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한다.

 

잊지말고 정원지도 그리기

실내로 들어온 정원을 감상하며, 달콤한 고구마에 차 한 잔을 마신다. 그렇게 한 해를 정리한다. 그런데 12월 정원사에게 잊지 말아야 할 일이 하나 더 남았다. 바로 정원지도 그리기다. 올해 새로 심었거나 옮겨심은 식물들의 위치를 이 정원지도가 없다면 다 기억하기 힘들다. 이맘때 하는 실수가 있다. 정원에 더는 새로운 식물을 심을 자리가 없는데도, 갑자기 구근 100개를 주문하는 등 충동구매를 하는 것이다. 지름신은 정원사에게도 온다. 차분한 마음으로 책상에 앉아 정원지도를 새롭게 그려보자.

다사다난. 늘 한 해를 마무리할 때 빠지지 않는 사자성어다. 올해 정원도 다사다난했다. 폭염과 폭우, 예상치 못한 자연의 일들... 해 아래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의 마음과 일을 어떻게 다 헤아릴까. 그럼에도 이토록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할 수 있었음에 정원사는 하늘과 식물 또 정원을 찾아와준 모든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세상의 모든 정원사에게 마음속으로 나지막하게 말을 걸어본다. 올해도 감사했습니다.

김재용 정원사가 그린 초기 세븐시즌스 정원 지도
김재용 정원사가 그린 초기 세븐시즌스 정원 지도
세븐시즌스를 방문한 초등학생이 그린  풍경.  늦가을 정원의 색감이 풍부하게 담겨있다.
세븐시즌스를 방문한 초등학생이 그린  풍경.  늦가을 정원의 색감이 풍부하게 담겨있다.

[한국조경신문]

 

김재용 정원사의 가든 팁 <정원의 마무리와 시작>

1. 정원지도를 꼭 새로 그려보세요. 옮겨심거나 새로 심은 식물을 표시해야, 내년 정원 계획이 어렵지 않습니다. 어디에 어떤 식물이 있는지 잊지 않을 수 있어요.

2. 정원에서 사용하는 도구와 장비를 점검해야 합니다. 망가진 곳은 없는지 살피고, 찾기 쉬운 곳에 정리해 두어야 해요. 새로 나온 장비가 있는지도 알아보세요.

3. 내년 정원계획을 세워야 하는데요. 도움이 될만한  책을  읽어야겠죠. 정원은 아는 만큼 보이니, 겨울나무나, 겨울정원에 대한 책들을 읽는다면 더 좋겠죠. 여행을 가도 좋고요.

4. 실내 가드닝에 도전해보세요. 하이드로볼을 이용한 수경재배는 건조한 실내에 습도를 조절해 줘요. 꽃을 보고 싶다면 ‘아프리칸 바이올렛’을 추천합니다. 조도가 낮은 겨울철 실내에서도 아름다운 색상의 꽃을 피워낸답니다. 삽목으로 잘 번식해 키우는 재미가 있어요.

5. 수목의 경우 늦가을과 초겨울까지는 식재가 가능합니다. 땅만 얼지 않았다면, 이때가 사실 식재하기 제일 좋은 계절이죠. 이동과 식재로 인해 나무에 상처가 잘 생기는데 온도가 낮아 감염이나 피해가 적어요. 오히려 한여름 식재를 피해야 합니다.

세븐시즌스 입구에 들어서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세븐시즌스 입구에 들어서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겨울은 정원사가 잠시 쉴 수 있는 계절이다.  올 한 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겨울은 정원사가 잠시 쉴 수 있는 계절이다.  올 한 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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