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은 무엇이든 새로 시작하기 좋은 달이다. 새해가 되면 저마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다. 정원도 마찬가지다. 겨울의 한가운데, 지금은 정원 계획을 세우기 가장 좋은 달이다. 어떤 식물을 심을지, 어디에 심을지 미리 계획해 두지 않는다면 정원사는 정신없이 할 일들이 쏟아지는 봄 햇살에 길을 잃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새롭게 정원을 그릴 용기
지난봄 화려함을 자랑했던 정원이 흰 눈과 서리로 하얗게 변했다. 꽃과 잎이 진 자리마다 계절이 만든 눈꽃들이 피어났다. 매섭게 부는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정원에는 신비함이 맴돈다. 모든 것이 잠들어 있는 듯 보이는 이 공간은 거대한 흰 도화지 같다. 정원사가 그동안 식물이라는 재료로 정원에 그림 그렸다면, 이제는 종이 위에 진짜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책상 위에 고요히 앉아 가꾸고 싶은 정원의 모습, 새로 심을 식물들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펼쳐진 흰 도화지를 마주하면 그동안 창의력이 샘솟던 정원사라 할지라도 막막함이 밀려온다.
천천히 그동안 땅과 식물을 돌보며 떠오른 아이디어와 생각들을 정리해 보자. 정원의 일조량, 토양의 상태, 방위 등의 특성을 자세히 기록해 본다. 이렇게 정리하며 기록하는 가운데 정원을 새롭게 그려볼 용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정원 식물의 형태와 색감의 변화를 월별로 정리해 표로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새순이 올라오거나 잎이 나는 시기, 꽃이 피는 시기, 포기나누기와 삽목하는 시기, 가지치기 시기 등의 정원 일정도 달력에 표시하자.
목적 뚜렷한 정원, 공간과 싸우지 않는 식물
정원을 디자인하기에 앞서, 정원의 목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정원 안에 식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 늘 그 자리에 있는 건물도 고려해야 한다. 어떤 목적이 있는 정원인지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아이나 노인이 있는 정원에는 불필요한 계단을 만들지 않고, 동선을 간결하게 하는 것이 좋다. 매일 돌 볼 수 없는 별장이라면 야생화나 숙근초 정원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날 진행된 정원 디자인 수업에서 윤영미 정원사는 먼저 장소의 땅을 알고, 바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주변 환경과 싸우지 않는 식물을 고를 수 있고, 그렇게 선택한 식물들은 다시 주변 환경과 연결돼, 우리의 정원이 마치 자연 한 가운데 있는 것처럼 이질감이 없게 느껴진다. 이렇게 정원 디자인이란 주어진 공간에 가장 적합한 것을 찾아내는 일이다.
생명의 역설, 겨울나무 관찰하기
겨울의 절정인 1월, 나뭇가지들은 더욱 진해진 색감을 자랑하고 꽃이 진 자리마다 눈꽃이 폈다. 여전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그라스와 씨 송이 위로 눈과 서리가 내렸다. 모든 것이 얼어있는 겨울의 한가운데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볼거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날씨가 풀리고 눈이 녹으면 나무는 진짜 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잎을 떨군 가지만으로도 나무를 구분할 수 있고, 잎눈과 꽃눈도 관찰할 수 있다. 이렇게 매서운 추위에 맨몸으로 겨울을 버텨내는 나무를 바라보며 인생의 혹독한 겨울을 견디는 지혜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나무 공부는 겨울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는 2월 18일(일) 일곱계절의정원에서는 ‘겨울나무의 시간’의 저자인 손종례 강사의 특강이 진행된다.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30종의 나무의 이름, 겨울 눈 모습, 싹 나는 모습을 담은 겨울눈 카드도 제공된다. 새로운 시선으로 겨울나무와 겨울 숲을 보는 방법을 배울 좋은 기회다.
모든 것이 얼어붙은 겨울의 정원은 역설적으로 새롭게 시작할 힘이 가장 충만한 공간이다. 이 신비를 관찰하며 우리도 새롭게 시작할 힘을 정원에서 얻어보자. 이것이 우리가 정원을 가꾸는 이유가 아닐까.
[한국조경신문]
윤영민 정원사의 가든 팁 <정원 디자인>
1. 나무나 꽃부터 사지 말고, 그 전에 먼저 정원을 관찰하세요. 정원에 어떤 구조물이 있는지, 날씨와 토양의 조건, 차경을 이용한 정원의 확장 등을 고려한 후 정원에 어울리는 식물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정원 디자인은 조형원리를 따릅니다. 이때 반복, 대비, 강조, 대칭 등 모두 통일감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디자인은 공식보다 직관이 중요하니 평소에 좋은 정원이나 예술작품을 보며 감각을 키워보세요.
3. 블록 식재를 하면 관리가 쉽습니다. 먼저 중점식물을 띠 무리 형식으로 식재하고, 다음 바탕식물, 분산식물 순으로 심도록 디자인해보세요. 바탕식물은 색이 부드럽고 형태가 차분하며 절정기가 지나도 구조가 유지되는 것이 좋습니다. 분산식물은 뚜렷한 개성을 가진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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