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이 지났다. 나무들이 물을 내리고 휴면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늦가을부터, 땅이 얼고 식물이 조용히 쉬어가는 겨울은 정원의 일곱 계절 중 가장 긴 시간이다. 겨울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게 하는 겨울정원을 만나러 지난 14(화)일 일월수목원으로 향했다.
식물이 주는 환대
일원수목원은 수원시 시민들이 자연을 가깝게 느낄 수 있는 휴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계획한 ‘도심형 수목원’이다.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일월공원 내에 10만 1,500㎡ 규모로 조성된 일월수목원은 수원시의 ‘생태 랜드마크’다.
또한 일월수목원은 시민과 함께 조성한 ‘시민 참여형 수목원’이기도 하다. 지난 2019년 3월 시민토론회를 열어 시민들 의견을 들었고, 같은 해 수원수목원이 들어설 일월공원 안에 ‘소통박스’를 운영해 시민 의견 1,040건을 수렴해 시민 의견을 설계에 반영했다.
시민의 의견이 녹아든 결과인지 유독 방문객 중심적인 요소들이 눈에 띈다. 편리한 주차와 동선은 물론이고 방문자 센터를 들어서면 펼쳐지는 수목원의 전경이 365일 작품을 그려낸다. 수목원으로 들어가려면 실내 방문자센터를 통과해야 한다. 이곳에는 전시실, 식물상담실, 가드닝센터, 카페와 안내소, 강의실이 함께 있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불편함이 없다.
웰컴정원에 들어서니 서서히 빛바랜 국화와 고개 숙인 꽃들이 계절을 실감하게 한다. 계절감을 잘 드러내는 정원 식물로 화려하게 연출해 꽃과 나무가 두 팔을 벌려 “어서 오세요!”하고 환영하는 듯하다. 이곳은 식물의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오감을 자극하는 식물들로 꾸며졌다고 한다. 우리의 일상에 가장 가까운 형태의 정원으로 편안함과 친숙함이 느껴진다.
겨울이 더 다채로운 정원
일월수목원은 겨울철 풍경은 황량하다는 편견을 내려놓게 한다. 마른 풀과 꽃대에서도 다양한 색채와 질감을 느낄 수 있다. 겨울정원은 하얀 수피가 아름다운 은사시나무, 붉고 주황빛을 띠는 말채나무, 붉은 수피가 특징인 중국복자기 나무를 식재해 운치있는 겨울 풍경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산책로다. 방문자 센터에서 온실로 가면서 만나는 겨울정원의 풍경은 수목원을 찾은 방문자들이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설계한 배려이기도 하다.
또한 숙근초와 그라스원, 습지원등 옆에서 겨울 산책로가 이어져 다른 주제의 정원이 가진 겨울 경관도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유도했다. 그라스원에는 100여종의 그라스와 숙근초가 어우러져 있는데, 이맘때면 바람에 흔들리는 다양한 종류의 그라스가 오후 햇살에 장관을 이룬다. 그라스는 잎이 가느다란 외떡잎 식물로 어떤 식물보다 빛과 바람을 고스란히 담아 내, 겨울에도 다양한 실루엣과 색감으로 정원을 장식한다.
수원시와 세계의 자연을 함께 담다
일월저수지 옆 논과 밭이 있던 자리에 수목원이 조성됐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지형과 위치를 그대로 활용한 습지정원을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습지는 난개발 등으로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수원 칠보산에는 지하수로 인해 형성된 저산지성 습지가 있는데 그곳에서 자생하는 해오라비난초의 보전을 위해 국립수목원과 함께 연구하고 채집해 증식시킨 해오라비난초를 이 습지원에 심어 기르고 있다. 더불어 칠보산 습지에서 서식하는 식물도 함께 심어 군락을 이루며, 시민들이 이곳에서 산지습지의 중요성을 보고 경험하도록 했다.
반대로, 메마르고 척박한 곳에서만 자라는 식물만 모아놓은 이색적인 장소도 있다. 전시온실은 건조 기후대의 독특하고 흥미로운 생태와 식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드라이가든으로 조성됐다. 유럽 남부와 북아프리카의 지중해 지역, 남아프리카 서부 케이프타운 지역, 호주 남부와 뉴질랜드, 캘리포니아와 멕시코 칠레 중부 등 세계 건조지역에서 온 다양한 아열대 식물이 가득하다.척박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식물들의 지혜로움과 물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온실로 그리스 건축 풍의 휴게 공간이 눈길을 끈다.
도심 속 한가운데 위치한 일월수목원은 시민들이 더 가까이에서 자연을 만나도록 고심한 흔적이 잘 드러난다. 길고도 혹독한 겨울, 따듯한 배려와 환대가 담긴 일월수목원에서 겨울 정원만의 색감으로 그려낸 풍경화 한 폭을 감상해 보자.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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