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영통구에 대한민국 최고의 정원문화를 전하는 수목원이 있다. 바로 영흥수목원이다. 지난달 방문한 일월수목원과 함께 올해 5월 문을 연 수원수목원 중 한 곳이다. 더 나은 가드닝이 더 나은 삶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조성된 이곳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방문자센터를 지나 영흥수목원 입구를 지나면 대형트리가 있다.
방문자센터를 지나 영흥수목원 입구를 지나면 대형트리가 있다.

 

시민들에게 선물 같은 공간

수목원은 지하철 수인분당선 청명역에서 약 1km 거리로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다. 아파트 단지가 주변에 많은 도심 속에 있어, 주변에 사는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목원으로 가는 길 학생들을 종종 만났는데 가까운 곳에 자연과 정원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아이들의 삶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지 궁금했다. 더 살아있는 자연을 시민의 일상 속으로 가져다준 수목원이 있어 고마운 순간이다.

방문자센터는 국산 목재를 활용해 지은 목구조 건물로 산장 같은 느낌을 주며, 전시와 휴식, 교육을 위한 공간이 있다. 이곳에는 계단식의 ‘책마루’가 있는데, 전면 창을 통해 계절마다 변화는 수목원의 모습을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수목원에 입장하지 않더라도 모든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 ‘정원상담실’을 운영해, 무료로 정원에 관한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요금은 수원시민은 성인 2,000원, 청소년(13~18세) 1,500원, 어린이(7~12세) 1,000원이다. 수원시민이 아닌 관람객은 성인 4,000원, 청소년 2,500원, 어린이 1,500원이다. 다자녀 가정은 수원시민 여부와 관계없이 대폭 할인하고, 65세 이상과 6세 이하는 무료다. 수원수목원을 1년간 이용할 수 있는 연간회원권도 있는데 요금은 3만 원이며 수목원을 자주 이용하는 관람객에게 추천한다.

책마루는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간이다.
책마루는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간이다.
정원상담실에서는 전문가에게 정원에 대한 궁금증을 묻고 해결할 수 있다.
정원상담실에서는 전문가에게 정원에 대한 궁금증을 묻고 해결할 수 있다.

 

숲이 품는 아늑한 정원

영흥수목원은 영흥숲 일대 영흥공원과 조화를 이룬 수목원으로,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와 해안건축이 조경설계,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아 14만6,000㎡ 규모로 조성됐다. 친환경적 도심 내 수목원형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수원시의 공모 지침에 따라 기존 산지 지형과 자연생태 환경을 최대한 보존했다.

수목원에는 1,084종의 나무와 꽃 4만 2,000여 주, 11만 8,000여 본이 식재돼 계절마다 변화되는 정원과 숲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방문자센터를 지나 수목원으로 입장하면 영흥수목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월수목원의 탁 트인 전망이 시원함을 준다면, 영흥수목원은 양쪽의 숲이 정원을 품어주기 때문인지 아늑하고 포근한 풍경이다. 이곳은 천천히 걸으며 꼼꼼하게 살펴보기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왼쪽에는 ‘전시숲’이, 오른쪽에는 ‘생태숲’이 있다. 두 숲 가운데 ‘꽃과 들풀 전시원’에는 ▲온실 ▲수연지 ▲그라스원 ▲정조효원 ▲잔디마당 겨울정원 ▲숙근초원 ▲습지초화원 ▲논 ▲수국원 ▲암석원 ▲무궁화원 ▲시크릿가든 ▲블루밍가든 등 다양한 정원의 형태를 만날 수 있다.

부드러운 그라스가 한들거린다.
부드러운 그라스가 한들거린다.
온실의 조형미가 수목원의 자연과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온실의 조형미가 수목원의 자연과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영응수목원은 계절의 색감을 고스란히 담는다.
영응수목원은 계절의 색감을 고스란히 담는다.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

1.5km 약 30분 정도면 영흥수목원의 주제 정원을 둘러볼 수 있다. 정조효원은 효원은 수원시의 상징인 정조대왕의 효심과 사상을 기억하는 전통 정원이다. 창덕궁 후원을 모티브로 했으며, 가운데 네모난 연못인 방자를 두고 덕화당과 동락정이 마주보고 있다. 모과나무, 꽃복숭아, 사과나무 등 우리 전통 정원에서 볼 수 있는 나무가 있다.

그라스원과 겨울정원에는 이 계절에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부드러운 그라스들이 마음을 만지고, 자작나무 사이를 걸으며 겨울의 운치를 느낀다. 맞은편 연못인 수연지를 배경으로 더욱 아픔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건너편 온실은 연못으로 빠질 것 같은 독특한 형태로 지어졌는데, 조형미가 숲 안에 다양한 정원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가장 인상적인 정원은 토종 벼 논 정원이다. 과거 한국은 노란 벼가 익어가는 들녘이 어디서나 보이는 풍경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쌀이 벼에서 나오고, 벼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고 자란 아이들이 있다고 할 정도로 수도권에서 논을 보기 힘들다. 토종 벼란 우리 땅에서 오랫동안 농부의 손에 길러져 그 지역의 기후와 풍토에 적응한 품종으로 민중의 밥상을 책임진 선조의 얼과 숨결이 배어있는 유산이다. 토종 벼 논 정원에는 토종 벼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함경북도에서 제주도까지 한반도 16에서 길러지던 대표적인 토종 벼를 전시하고 있다.

정조효원에서 한국의 전통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정조효원에서 한국의 전통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토종 벼 정원은 잊혀진 한국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토종 벼 정원은 잊혀진 한국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이날 겨울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수목원 보수와 내년 봄 꽃필 구근 식재가 한창이었다. 1톤 트럭 가득 어마어마한 양의 구근이 수목원의 이곳저곳이 심기고 있었다. 이른 봄 수목원의 곳곳에 튤립, 무스카리, 수선화 등 아름다운 봄꽃이 가득한 상상을 하니 설렌다. 내년 봄 영흥수목원을 다시 찾아야 할 이유다.

[한국조경신문]

영흥수목원은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영흥수목원은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온실은 물의 정원으로 다양한 수생식물을 관람할 수 있다.
온실은 물의 정원으로 다양한 수생식물을 관람할 수 있다.
두상나무 숲은 기존의 수림을 보존하고 있다.
기존의 지형을 이용해 암석원이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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