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어울마당로 느티나무 올해 봄 강전정으로 '닭발 나무'라는 오명을 얻었다.  5개월이 지났지만 안쓰럽기는 마찬가지다.
홍대 어울마당로 느티나무 올해 봄 강전정으로 '닭발 나무'라는 오명을 얻었다.  5개월이 지났지만 안쓰럽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논란이 된 ‘닭발 나무’ 가로수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지난 24일(목) 마포구에 다녀왔다.

‘강전정’ 된 가로수 위치는 홍대입구역 9번 출구 뒤편 어울마당로로 150m에 달하는 비교적 짧은 구간이었다. 가로수의 수종은 느티나무로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친숙한 나무다.

홍대 어울마당로 느티나무는 올해 봄 가지치기를 한 후 5개월 정도 지난 시점으로 잎이 무성하지만, 여전히 안쓰럽게 보였다. 평일 낮인데도 불구하고 외국인 관광객도 제법 많아 서울의 한 거리의 모습이 어떻게 느껴질지 신경도 제법 쓰였다.

느티나무는 낙엽교목으로 부채처럼 넓은 모양의 수형 때문에 여름이면 느티나무 아래로 제법 넓은 그늘이 생긴다. 과거 마을 지키는 보호수로 마을 입구에 많이 심었다. 가을이면 붉게 물들어 관상 가치도 높다. 그렇다면 여러모로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느티나무는 왜 몸통만 남긴 채 잘려 나갔을까?

문제는 어울마당로 가로수 주변 상가들의 높이다. 대부분 2층 이내의 건물들로 최대 20m까지 자라는 느티나무를 그대로 둔다면 상가 간판이 보이지 않고, 2층 테라스가 특색인 상가의 경우 조망권을 잃게 된다. 아마도 어울마당로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점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느티나무 점점 자라고 무성해지는 것이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 코로나로 한동안 매장 방문객이 줄고, 영업도 정지도 당하고, 외국인 관광객도 줄었던 지난 3년간을 돌이켜보면 점주들의 입장에 백분 공감한다.

어울마당로에 위치한 한 상가를 방문해 속사정을 들어보았다.

“나무가 가게에 바짝 붙어있어요. 가지치기해달라고 민원을 넣은 적은 없지만 이렇게 까지 자르지 않았다면 간판은 보이지 않겠죠. 나무를 보면 왜 이렇게까지 잘랐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그나마 나아진 거예요. 처음에는 정말 끔찍했어요. 저희도 원하던 모습은 아니죠. 유동 인구가 엄청난데 좀 보기가 그렇죠.”

느티나무가 상가의 간판을 가리고 조망을 헤치는 것도 원하는 바는 아니나 이렇게까지 잘려 나간 나무를 바라보는 것을 원하는 점주가 있을까? ‘강전정’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지난 몇 개월간 손발이 잘려나간 느티나무를 보며 느꼈을 것이다.

올해부터 시행된 ‘도시숲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가로수는 고속도를 제외한 도로구역 안 또 그 주변 지역에 조성·관리하는 수목으로 지자체가 관리 주체이다. 홍대 ‘닭발 가로수’는 마포구 공공재로 마포구가 관리 주체다. 마포구 녹지보전 조례에는 나뭇가지의 1/3 이상을 제거하는 가지치기를 금지하고 있다. 물론 강제성은 없다.

산림청이 2022년 10월에 발표한 ‘가로수 조성·관리 매뉴얼’은 가지치기 대상에 대해 정확히 명시하고 있다.Ⓒ산림청
산림청이 2022년 10월에 발표한 ‘가로수 조성·관리 매뉴얼’은 가지치기 대상에 대해 정확히 명시하고 있다.Ⓒ산림청

 

산림청이 2022년 10월에 발표한 ‘가로수 조성·관리 매뉴얼’ 중 느티나무 관리법을 살펴보면 '수형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약전정으로 관리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산림청
산림청이 2022년 10월에 발표한 ‘가로수 조성·관리 매뉴얼’ 중 느티나무 관리법을 살펴보면 '수형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약전정으로 관리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산림청

 

산림청이 2022년 10월에 발표한 ‘가로수 조성·관리 매뉴얼’에 가지치기에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자. ▲과도한 전지는 수세를 약화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전정을 통한 도시경관 향상 및 상가 간판 가림 등 민원 해소와 지역 도시의 관광자원을 육성해야 한다 ▲양버즘나무, 은행나무, 메타세쿼이아 등 대형 성장목을 제외한 중형 수종은 가지치기 대상에서 제외한다 ▲대형목이라도 전선 등 특별한 일이 없는 경우 가지치기는 지양한다.

이렇듯 마포구 조례와 산림청 매뉴얼에는 과도한 가지치기 ‘강전정’을 지양하고 있다. 그런데 왜 어울마당로 느티나무는 ‘강전정’의 대상이 되었을까?

의문을 가지고 마포구 가로수 담당자와 인터뷰를 했다.

“일부러 그렇게 자른 건 아니에요. 민원이 많이 들어오죠. 가지치기에 관해서는 산림청에서 매뉴얼도 배포하고 업체와 함께 교육도 받고 있습니다. 간판을 가리는 게 가장 큰 문제고요. 좀참나무와 느티나무의 경우 2층 상가 옥상으로 잎이 떨어지면 배수로를 막는 경우도 발생해요. 그것도 큰 문제입니다. 나무가 건물보다 높아서 건물보다 높게 자란 부분을 다듬으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조금씩 자주 가지치기 하는 건 사실 불가능해요. 아시다시피 도로 통제 한번 하는게 정말 어려워요. 그걸 매번 할 수 없고요.”

담당 공무원도 나무를 그렇게까지 자르고 싶지는 않다. 마포구 담장자의 입장도 이해가 갔다. 간판을 가리는 나무도, 가지치기가 되 흉물스럽게 변한 나무도 민원의 대상이다. 누구의 편도 편하게 들 수 없다.  매년 나무는 높이 자라고, 잎이 무성해진다. 느티나무가 어울마당로에 있는 이상 몇 년에 한 번씩 이렇게 ‘강전정’되는 일은 되풀이될 것이다.

어울마당로 조성 당시의 사정은 알 수 없으나 지금은 도로 폭과 건물 높이에 따른 추천 수종이 있다. 다행히도 서울시 가로수 조성 시 고려사항에는 낮은 상가가 밀집된 지역에처럼 가로수와 타 시설물간의 적정 이격거리를 선정해 식재하도록 돼있다. 어울마당로 가로수길을 다시 조성한다면 모감주나무, 배롱나무등 비교적 낮게 자라는 나무들이 심어졌을 것이다. 그렇다고 가로수 때문에 어울마당로를 새로이 조성할 수는 없는 마당이다.

나무는 계속 자라나고 싶다. 나무도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무의 입장을 들을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나무와 인터뷰하면 과연 뭐라고 말할까?  아낌없이 줬더니 아낌 없이 베냐고 한탄하지 않을까.

이번에는 나무의 입장을 대변하는 환경단체의 입장이 궁금하다.

[한국조경신문]

‘닭발 나무’ 가로수 이대로 괜찮나요?  3편에서 계속

산림청이 2022년 10월에 발표한 ‘가로수 조성·관리 매뉴얼' 중 '가로수의 생육환경’. 가로수는 여러가지 악조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산림청
산림청이 2022년 10월에 발표한 ‘가로수 조성·관리 매뉴얼' 중 '가로수의 생육환경’. 가로수는 여러가지 악조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산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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