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정조로  버즘나무 가로수는 네모난 모양이 특징이다. Ⓒ수원시
수원시 정조로  버즘나무 가로수는 네모난 모양이 특징이다. Ⓒ수원시

 

수원시 정조로에는 직사각 수형 버즘나무길이 다. 네모난 모양 때문에 ‘메로나’나 ‘깍두기’로 불리기도 한다. 또 중부대로에는 원형으로 가지치기된 은행나무도 볼 수 있는데, 이렇게 가로수를 일정한 모양으로 전정하는 것을 ‘테마 전정’이라고 한다. 가로수가 간판을 가린다는 민원이 잦아져 해결책으로 2005년에 시작됐다.  지난해 9월에는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일대의 양버즘나무 724주에도 사각 가지치기가 완료됐다.

‘테마 전정’은 가로수가 가진 원래의 수형은 아니지만, 강전정하지 않아 닭발 나무는 피했고 눈길을 끌기도 한다. 수원시는 가로수길 조성과 사후 관리가 우수해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는데, 지난 5월에는 산림청과 경기, 강원권 가로수 담당 공무원과 사업자 등 50여 명이 방문했다고 한다.

수원그린트러스트는 연 2회 '수원시 가로수 정원사 학교'를 열어 시민의 손으로 가로수를 가꾸는 시민 가로수 정원사를 양성하고 있다. 지난 9월 18일(월)부터 하반기 ‘수원 가로수 정원사 학교’가 시작됐다. 가로수 모니터링 방법부터 가로수 전정과 시비, 도시와 가로수의 공생 방법 등 시민이 참여하는 가로수 관리 방법과 필요성을 배운다.

지난 5일(목)에는 수원 화홍문에서 4번째 가로수 학교 수업이 진행됐다. 최진우 가로수시민연대 대표가 강사로 ‘도시와 가로수의 공생’에 대해 강의했다. 최진우 대표는 가로수는 근대화와 도시화의 산물이라며, 미관을 위해 혹은 보행자에게 그늘이 될 필요로 심어진 가로수를 바라보는 시각에 의문을 던졌다.

“우리나라 수도권 도시화로 가로수길을 조성할 당시, 가로수를 생명으로 바라보기보다 도시 경관 계획의 측면에서 고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다행히 몇 년 전부터 강전정은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와 토양관리 부분은 심각하다. 조성할 당시에는 식재 간격과 향후 자라날 범위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기보다 빠르게 자라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최진우 가로수시민연대 대표가 ‘‘도시와 가로수의 공생’이란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최진우 가로수시민연대 대표가 ‘‘도시와 가로수의 공생’이란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또한 “가로수는 공공재로 담당 공무원이 전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해외에는 아보리스트가 가로수를 관리한다. 아보리스트는 병해충목, 위험목 제거와 노거수, 보호수의 수형 관리 등을 하는 수목 관리 전문가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런 제도가 없다. 담당 공무원이 관리를 잘하는 업체를 찾더라도 지속되지 못해 힘들어하더라. 수목 관리가 크게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조경업체들도 꺼려한다”고 지적했다.

“가로수 관리의 용이성 또는 예산 절감을 위해 가지를 왕창 잘라내는 강전정이 크게 문제가 됐다. 이제 그다음 단계로 발전한 것이 테마 전정이다. 수원시의 테마 전정이 전국으로 퍼지고 있는 과정이다. 버즘나무 직사각형 테마 전정은 파리의 개선문 앞 상젤리제 거리의 가로수 전정을 참고한 것이다. 이것이 꼭 답이 될 수 없다.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나무를 살아있는 생명체로 바라보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더 발전된 형태의 가지치기 방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는 산림청이나 지자체 담당 공무원이 가로수를 관리하고 정책을 결정했다. 이제는 시민도 함께 도심 속 가로수를 생명으로 인지하고 고민해봤으면 한다. 가로수가 공공재로 정부나 공무원만의 책임이 아닌, 시민이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함께 책임을 다하는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며 시민들의 가로수 관리와 정책 참여를 독려했다.

이날 ‘수원 가로수 정원사 학교’에 참석한 시민들은 수원시의 ‘테마 전정’에 대해 여러 가지 목소리를 냈다. 한 시민은 어느 초등학생이 버즘나무는 원래 네모나고 은행나무는 동그랗다고 인식한다며 자연적인 수형을 벗어난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시민은 가로수는 원래의 목적이 있기에 ‘테마 전정’으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떤 의견이 맞는지를 떠나 시민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수원그린트러스트는 내년에 가로수 포럼을 여는 등 더욱 구체적인 논의와 강의를 이어간다고 한다.

이득현 수원그린트러스트 이사장과 하반기 ‘수원 가로수 정원사 학교’에 참여하는 시민들 
이득현 수원그린트러스트 이사장과 하반기 ‘수원 가로수 정원사 학교’에 참여하는 시민들 

 

수원 화성은 아름답다. 성이 튼튼하기만 하면 되지 않느냐는 신하의 물음에 정조는 “튼튼한 것이 힘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 힘”이라고 말했다. 이제 모두가 화성을 보며 아름다움의 강함을 실감한다. 또한 김구 선생은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말했다. 어느새 우리나라는 드라마와 영화 등 컨텐츠와 K-POP 을 대표로 문화 강국이 되었다. 이제 한국이 가로수와 정원문화에도 강국이 돼야 하지 않을까?

근대화와 도시화의 산물인 우리 가로수는 유럽의 도심의 상징인 버즘나무를 많이 심었다. 물론 척박한 도시 환경에서 잘 자라고 이산화탄소 저감에도 뛰어난 나무다.  버즘나무의 가지치기도 프랑스 파리의 상젤리제 거리의 버즘나무와 같다. 프랑스는 파리의 차로를 줄이고 가로수를 심는다고 한다. ‘테마 전정’이 완전한 해답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지점이다.

그동안 가로수 강전정 실태 기사를 연재하며 우리 도심 속에 살아가는 가로수의 열악한 환경과 관리의 문제를 확인했다. 가로수는 척박한 도시 환경이라는 악조건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얽혀 살아간다. 해답을 찾아봤지만, 무엇이 정답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로수를 무심코 지나치는 나무가 아니라 생명으로 바라보는 시각, 정부나 공무원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시민도 함께 관리해가야 한다는 책임 의식이 늘어난다면 더 나은 대안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이 든다.

[한국조경신문]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일대의 양버즘나무는 샹젤리제 거리의 가로수를 떠오르게 한다 Ⓒ서울시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일대의 양버즘나무는 샹젤리제 거리의 가로수를 떠오르게 한다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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