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일) 삼척에서 여름휴가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 도로에 가로수가 눈에 띄었다. 가로수로 흔히 심는 소나무도 느티나무도 아닌 처음 보는 자태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본지에 아름다운 가로수 길 연재 기사를 쓰고 있어 요즘 부쩍 가로수에 관심 많았기 때문이다. 운전하던 터라 남편에게 동영상을 찍으라고 재촉했다.

출근하자마자 나무 이름부터 찾았다. 주말 삼척에서 본 가로수는 ‘히말라야시다’ 였고 기존에 알던 모습과는 영 딴판이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하는 풍성한 모습은 사라지고 윗부분만 잎이 조금 달린 기괴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삼척 ‘히말라야시다’는 2019년에 과도한 가지치기로 몸살을 앓다가 4년이 지난 지금은 많이 회복된 편이었다. 그 당시에는 모든 가지가 다 잘리고 위쪽에 몇 가지만 남은 흉측한 가로수의 모습으로 시민들의 비판이 있었다. 폭설을 대비한 것이라고 보기엔 가지치기 시기가 1월 말로 적절하지 않았다.

20일(일) 삼척에서 만난 가로수  ‘히말라야시다’  2019년에 과도한 가지치기로 몸살을 앓다가 4년이 지난 지금은 많이 회복된 편이다.
20일(일) 삼척에서 만난 가로수  ‘히말라야시다’  2019년에 과도한 가지치기로 몸살을 앓다가 4년이 지난 지금은 많이 회복된 편이다.

가지의 80% 이상을 잘라내는 것을 ‘강전정’이라고 하는데 이유는 이렇다. ▲가로수가 위치한 주변 상가에서 간판을 가리는 경우 ▲양버즘나무나 느티나무처럼 활엽 가로수의 경우 나뭇잎이 많이 떨어져 옥상 배수로를 막거나 도로를 뒤덮는 경우 ▲폭우나 폭설에 의한 피해를 미리 대비는 경우 ▲신호등과 전깃줄에 닿아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경우 등 이런 이유로 ‘강전정’은 빈번치 않게 행해진다.

과도한 가지치기로 마르고 비틀어진 가로수는 닭발처럼 보여 ‘닭발 나무’라는 오명이 붙여졌다. 수도권은 ‘닭발 나무’ 가로수가 더 많다. 상권이 발달할수록 가로수가 조망을 해치거나 간판을 가린다는 민원이 더 거세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상가 주변에 있는 가로수는 ‘강전정’의 대상이 되기 쉽다. 최근에는 지난 2월 홍대 어울마당로 가로수의 과도한 가지치기가 논란이 됐다.

지난 22일(화) 중앙일보에서 보도한 ‘닭발 나무’ 기사를 보고 시민들은 “흉물을 만들 거면 가로수가 도대체 왜 필요하냐? 다 뽑고 꽃을 심어라!”, “가로수의 효능 중 하나가 그늘막 제공인데 여름철이 다가오면 지자체에서 무자비하게 가로수 가지치기를 해버리니 모습이 흉측하기도 하려니와 땡볕 도로변을 걷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최근 논란이 된  마포구의 한 가로수는 앙상한 가지만 남아 '닭발 나무'라는 오명을 얻었다.
최근 논란이 된  마포구의 한 가로수는 앙상한 가지만 남아 '닭발 나무'라는 오명을 얻었다.

 

가로수는 시민이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숲이다. 미세먼지와 탄소를 흡수하고 공기를 정화하는 역할은 물론이며 여름철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기도 하고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도 있다. ‘강전정’된 가로수는 미관을 해치고 열섬현상을 해소하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니 위와 같은 비난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과도한 가지치기가 된 가로수는 또 어떤 문제가 있을까?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과도한 가지치기로 ‘닭발 나무’가 된 가로수는 노출된 상처로 세균이 침입하기 쉬워지고 겉으로는 보기 멀쩡하지만 언제 속이 텅 비어 쓰러질지 모르는 상태가 된다고 한다.

실제로 이러한 과도한 가지치기로 인해 속이 텅 빈 나무가 속출하면서, 강풍이나 폭우, 폭설에 쓰러져 피해가 일어나기도 한다. 지난 8월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부산 중구 도로에 쓰러진 나무를 살펴보면 ‘닭발 나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작년 4월 말 안양 동안구 호계동에서는 썩은 나무가 쓰러져 인근을 지나던 40대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가 크게 다치는 사고가 있었는데, 쓰러진 나무는 밑동이 썩고 내부가 텅 비어 있었다. 이때 전문가들은 나무가 썩은 원인으로 과도한 가지치기를 꼽았다.

과도한 가지치기 논란은 한두 해 있는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산림청은 ‘가로수 조성·관리 매뉴얼’을 만들었고, 지자체 담당 공무원과 수행 업체 또한 교육 받고 있다. 또한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 가로수 적절한 관리를 위한 워크숍 및 토론회도 연다. 이런데도 닭발 가로수 논란은 매년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된다.

과도한 가지치기 논란 종결시킬 수는 없을까? 가지치기는 주로 점주와 건물주가 요청한다. 민원에 의해 지자체는 산림청 매뉴얼을 참고해 가이드하고, 조경 업체는 이를 수행한다. 그리고 그걸 본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환경단체들은 문제를 제기한다. ▲점주 ▲건물주 ▲시민 ▲지자체 담당자 ▲조경 업체 ▲산림청 ▲환경단체 등 가로수에는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 모두를 만족시킬 답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답을 찾을 수 없다면 대안은 있을까? 최근 논란이된 ‘닭발 나무’ 가로수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홍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국조경신문]

‘닭발 나무’ 가로수 이대로 괜찮나요?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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