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헌 한국조경협회장   ⓒ박재석 기자
안세헌 한국조경협회장 ⓒ박재석 기자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육십간지의 40번째로 계는 흑색, 묘는 토끼를 의미하는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았다. 일반적으로 토끼는 다산의 상징이자 풍요를 뜻하기도 한다. 그런데 하나 더 현명함도 지니고 있다는 뜻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쩌면 한국조경산업에 중요한 해가 될 수 있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도 보인다.

이에 안세헌 (사)한국조경협회 제22대 회장을 만나 조경계 현안과 협회의 방향성을 들어 봤다.

 

협회의 좌표는 설정됐다

안세헌 회장이 이끌어가는 새로운 한국조경협회가 추진하고 나아가야할 좌표는 이미 설정됐다. 그 안에는 ‘새로운 한국조경 100년의 초석이 된다’는 방향성을 두고 조경산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전국조경’, ‘조경회원’, ‘한국조경’, ‘조경실천’을 통한 4대 사업목표를 구상하고 실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4대 목표의 주요 사항들을 살펴보면 한국조경협회 전국 조직화 일환으로 한 ‘전국조경’은 ▲전국 6개 지회 확대 ▲전국 조경협회장단 모임 상설화 ▲조경박람회와 지회 설치 연계 도모 ▲전국조경인 체육대회 추진 등이다.

협회 회원의 의무와 복지 확대를 위한 ‘조경회원’은 ▲회비조정과 실질적 혜택 ▲대국민 조경홍보 위한 세미나 상설화 ▲탄소중립 실천적 해결을 위한 전담조직 구성 ▲조경인 건강대회 신설 등이다.

한국조경 100년의 미래 준비를 위한 ‘한국조경’은 ▲IFLA·ASLA와의 협력강화 분과 신설 ▲전통조경학회와 한국조경 정체성 협력 ▲K-Landscape Expo 해외전시회 협력 지원 ▲조경가협회와 조경사제도 신설 협력 등이다.

끝으로 조경협회의 한국조경 실천을 위해 ‘조경실천’은 ▲환경조경발전재단 및 관련 단체와의 협력 지속 ▲조경산업 문제해결 위한 대정부 협력 ▲조경인 윤리의식 강화를 위한 한국조경 행동실천 비전선포이다.

 

전국 중심의 협회로 성장

안세헌 회장의 목표는 명확하게 그려진다. 확고한 신념에서 오는 구상이기에 설명만으로도 또렷해질 정도이다.

“현재 한국조경협회를 중심으로 부산지회(부산조경협회), 대구·경북시도회, 울산지회(울산조경협회), 광주·전남지회(호남조경협회) 등 총 4개 지회가 운영되고 있다. 임기 동안에는 2개의 지회를 출범시키는 게 큰 목표로 전국적인 지회 중심으로 운영해 나갈 방침이다. 기존 지회들이 그 지역에서의 활동력이나 영향력이 크다. 한국조경협회가 어떻게 보면 한국에 있는 서울지역 조경협회인 같다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전국 중심의 협회로 거듭나도록 노력해 전국 조경협회인들을 대표하는 협회장을 선출해 상징성과 산업의 영향력, 그에 맞는 역할들도 있지 않나 생각된다.”

지역별로 각개전투식의 지회 운영방식에서 전국을 하나로 묶는다는 구상은 대단히 힘 있고 조경산업계에 있어 확실한 구심점을 찾을 수 있는 대안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결국 안 회장은 조경협회가 명실공이 한국조경산업계를 대표하는 만큼 전국 조경인의 대표성을 부각시켜 하나의 목소리를 크게 울려야 한다는데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개최된 IFLA 총회를 통해 느꼈다. 교육과 업이 모두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지방에 훨씬 더 좋은 인력들이 있음에도 지원을 받지 못 했다. 지금도 지회들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전국적인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단합된 조경협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힘의 파장에는 코어(Core)가 있다. 그 중심부가 힘을 얻을 때 그 파장의 영향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안 회장의 말은 바로 코어를 키워 너울이 아닌 파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어쩌면 2024년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전국조경인 체육대회’가 시발점이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전망된다.

안 회장이 “전국적으로 2000명이든 3000명이든 한 체육관에서 함께 모인다는 것은 조경산업계의 힘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 점에서 그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되는 부분이 크다.

 

안세헌 한국조경협회장   ⓒ박재석 기자
안세헌 한국조경협회장 ⓒ박재석 기자

 

내실화를 통한 회원 복지 확대

사단법인은 인적 자원으로 연대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때문에 회원사들의 회비가 협회 운영에 있어 막대한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여러 산업계 협회들이 안고 있는 것처럼 조경협회도 회비에 대한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안 회장은 협회 회원에게 의무를 부여하면서 복지 확대를 전면에 내세웠다.

“회비를 내지 않는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협회가 그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측면도 있다. 초창기에는 회원 위주로 협회가 운영된 부분이 있다. 그러나 협회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몸집이 불어나다보니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게 되면서 회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게 됐다. 그렇다보니 회비 납부를 하면서 어딘가 괴리감을 느끼고 있다고 본다.”

회비를 내고 있지만 결국은 “내게 협회가 무엇을 해 주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안 회장은 부담 없는 회비와 그에 따른 혜택이 필요하다고 봤고 그 안에 기술세미나 등을 상설화하고, 조경인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구) 대한민국 조경인체육대회와 같은 ‘조경인 건강대회’를 올해부터 신설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건강대회(체육대회) 개최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본다. 대회 개최로 기업들 간 인적·물적 네트워크 형성은 물론 모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2024년에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전국조경인 체육대회와는 별개로 올해 가칭 건강대회이든 어떤 형태로든 체육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체육대회만이 아니라 기술세미나 등을 통해 지속적인 조경인 기술습득을 위한 전략도 포함했다. 잠실에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회관으로 협회 사무국이 이전하면서 세미나를 상설화 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변화되는 조경기술에 관한 해외사례에서부터 성공적인 국내 사례들까지 기술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컨벤션 기능이 잘 갖춰진 공간에서 회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이다.

 

대외 관계 확대와 법제정에 일조

안세헌 회장은 임기동안 대외활동에 주력할 뜻도 내비쳤다. 우선적으로 지난해 IFLA 개최를 통해 많은 것을 느꼈던 만큼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구상도 어느 정도 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젊은 조경인들은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현장에서 많이 활동하는 분들이 많다. 이들은 ‘조경설계를 왜 아무나 하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고 있다. 조경기본법 대신 차선책인 조경진흥법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이슈도 있지만 무엇보다 설계부터가 취약하다보니 감리는 말할 것도 없는 상황이다. 건축은 건축사법에 정리돼 있듯 조경사제도에 대해 국토부와 많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진흥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학습된 만큼 기본법 제정을 위한 바닥작업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안 회장 스스로도 임기 내에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을 출발점으로 만들어 간다는 구상으로 이해해도 될 듯 하다. 여기에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외적 활동도 병행할 뜻도 밝혔다.

“젊은 조경가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대만과 일본에서 개최되는 IFLA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조경산업계가 같이 움직이는 구조를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그동안 학회가 주도해서 관계를 이어갔는데 이제는 해외에서 오랫동안 공부를 한 젊은 인재들이 현장에 많이 포진하고 있는 만큼 이들과 함께 IFLA와 지속적인 관계 확대를 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존에 운영해 오고 있는 ‘조경·정원박람회’의 개선도 포함돼 있다. 이 또한 IFLA 개최를 통해 얻은 깨달음(?)이다.

“조경·정원박람회도 이제 해외바이어를 초청하든, 가까운 동남아로 직접 나가서 전시를 참여하든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방식의 전시회가 돼야 한다. 이러한 포맷이 협회에서 추진해야 할 중요한 포맷(Format)이라는 사실이다. 협회가 조금 힘들어도 큰 수익사업이 아니더라도 지속적으로 해야 하고 잘 해 나갈 것이라 믿고 있다.”

안세헌 회장은 여느 때보다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평소에서 직설적인 표현을 해 왔던 그였지만 ‘조금 더 강하다’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부족한 것에서 오는 불평보다는 불편함이라 보고, 그것을 걷어낼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해결하고, 주변 인재를 활용한 정공법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리더의 품격이 느껴진다. 이제 조경협회의 2023-2024년이 어떻게 기록될지 사뭇 기대된다.

[한국조경신문]

 

안세헌 한국조경협회장    ⓒ박재석 기자
안세헌 한국조경협회장 ⓒ박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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