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닝은 현대사회의 한국인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있을까. 친근한 동네책방의 모습을 하고 이웃들에게 가드닝문화를 알리려는 공간이 있다. 지난 24일 금요일, 햇살 좋은 오후에 기자는 성남시 가천대 부근에 위치한 책방 ‘정오의 정원’을 찾았다. 이곳은 김지운대표가 ‘정원사의 책방’을 모토로 올해 삼월 문을 연 동네책방이다. 정오의 정원은 아담한 건물 일층에 자리하고 커다란 창문을 지닌 책방이라 햇살이 아름답게 들어오는 곳이었다. 정원에 관련한 책들과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과 꽃으로 만든 리스들을 구경하니, 이 공간을 만든 김대표의 섬세한 감수성을 느낄 수 있었다. 봄이란 계절과 어울리는 출발을 시작한 ‘정오의 정원’ 김지운 대표를 인터뷰했다.

 

기자: 저는 지난해부터 조금씩 조금씩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꽃과 식물들에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됬습니다. 대표님은 어떻게 가드닝에 관심을 가지시게 되셨는지, 출발점이 궁금합니다.

김지운 대표: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시작이었어요. 조부모 외조부모님이 다 농부셔서, 농사일이 익숙했어요. 계기가 있어서라기보다 어렸을 때부터 보아왔던 풍경이고 저도 농사일을 했었어요. 제 주변에 식물이 있었어서 자연스럽게 잔잔하게 시작했던 것 같아요”

동시대 한국인들은 매우 경쟁적이고 치열한 삶을 살아갑니다. 우리가 흙을 만지고 식물을 기르고 가꾸는 것이 한 인간을 보듬고 그 사람의 인생을 어루만지는 데에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대표님이 생각하시기에 우리에게 정원 가드닝의 의미와 유익함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너무 필요하죠. 요즘은 베란다도 없는 확장형 아파트가 유행이고, 지금 자라나는 세대는 식물을 보기 힘든 세대고요. ‘원예’란 단어 자체의 뜻은 울타리 친다는 뜻인데요. 수렵생활로부터 정착하면서 울타리가 쳐지며 정원이 자연스럽게 나타났어요. 그렇게 인간이 누리던 자연의 일부이고 일상이었던 정원이었어요. 그런데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아파트라는 전형적인 구조 때문에 자연과 멀어졌어요. 그렇지만, 원예란 모든 인간이 당연히 누려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원래 흙에서 왔고, 흙을 손으로 만지는 원예란 중요한 일이고 치유이고 일상이었는데 지나친 산업화로 일상을 빼앗겼다고 생각합니다.”

앞 질문과 맥락이 이어지는 질문입니다. 한국은 주거문화가 주택과 아파트로 이뤄지는데요, 두 형식에 따라 정원의 형태를 추천해주신다면?

“요즘은 주택도 마당이 없고 아파트랑 비슷한 것 같고, 모든 거주 형태가 자기만의 정원을 가꿀 공간을 갖기가 힘든 것 같아요.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내가 설거지 하는 자리’ 는 물이 있는 축축한 자리고, 고구마 하나만 놔두어도 싹을 틔우고요. 화장실엔 어두움에 익숙한 고사리식물들, 그런 작은 식물 하나라도 내 공간에 어울리는 작은 정원을 추천합니다. 거대한 정원을 생각하시면 어렵습니다. 작은 화분 하나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식물이 주는 즐거움이랑 기쁨이 있을거예요. 생명이라는 점에선 몇십만 원짜리 식물이랑 고구마랑 가치는 같아요.”

요즘에는 도시 안에서도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은 것 같아요. 서울숲이라던가 크고 작은 공원이라던가...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곳들 중에서 특별히 좋아하시는 공간이 있으시다면? 도심속 공간과 교외에서 한군데씩 추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도심 속 자연공간 중에선, 도시계획이 잘돼 있어서, 요즘엔 작은 숲과 작은 공원들이 잘 돼 있는 것 같아요. 서울식물원 같은 큰 곳을 간다기보다, 네이버지도에서 내 주변 공원을 검색하면, 작은 공원을 찾을 수 있어요. 커피 한잔과 책 한권 챙겨서 ‘나에게 가까운 공원’을 알아 두는게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에 좋은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에요. 검색을 추천합니다.

교외에 있는 곳을 추천하자면, 한택식물원이요. 이 곳은 용인에 있는 식물원인데요. 크지는 않지만, 한국의 야생화와 희귀 식물이 많아요. 민간식물원인데, 식물원을 유지해온 세월이 너무 좋고요. 지난해 이맘때쯤 힘들었을 때 방문했는데, 이곳이 천국인가 싶을 정도로 좋았어요. 앵초와 튤립을 봤는데, 근심이 사라지고, 선물을 받은 느낌, 아름다운 정원에 위로를 받고 나 자신이 선한 천사가 된 느낌이 들었어요. 앵초와 튤립 지고 난 후엔 수국이 핍니다. 봄에는 한택식물원을 추천합니다.”

 

제가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보았을 때, ‘정오의 정원’ 공간이 ‘치유’라는 단어가 많이 연상됐어요. 동네책방은 공동체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어떤 가치와 지향점을 갖고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치유’라는 단어가 드러나서 다행입니다. 목표는 ‘식물이 주는 쉼과 이로움, 위안’을 잘 전해보는 것입니다. 제가 가드닝과 아로마테라피를 하고 있는데요. 식물과 책, 향기를 통해서 자연이 주는 말을 번역해서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예를 들어 목련처럼 초봄에 피는 꽃들의 꽃눈은 여름이나 겨울같은 혹독한 힘든 시기에 생기거든요. 그런 꽃의 과정이 저에게 주는 말이 있는 것 같아요. “힘내, 성장시키는 시기야”. 또 겨울의 앙상한 가지는 저 나무는 일년을 위해서 비축하는 중이고 지혜롭게 다음 해를 준비하고 비축하는 중인 거야, 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런 식물의 말들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렇게 쉼을 전하고 싶습니다”

다음 질문입니다. 정원사로서 일반 대중 독자들에게 추천하시고 싶은 책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드닝을 처음 접하는 독자분들에게, 제르다 뮐러의 그림책<정원을 만들자!>를 소개하고 싶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인데요. 아이들이 공터에 일년동안 정원을 가꾸는 이야기 책인데요. 동화책인데도 불구하고 알뜰살뜰한 가드닝팁들이 있고, 다양성도 잘 품고 있고요. 재밌고 귀엽고, 그림책이기에 쉽게 다가갈 거예요. 누구나 이 책을 읽으신다면 나만의 정원을 꿈꾸게 될 거예요.

 

앞으로 “정오의 정원”에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신다면, 어떤 프로그램들을 진행하실 계획이신지요?

“다음 달부터 ‘테이블 가드닝’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대형식물들 대신에 작은 식물들을 꾸려 볼거에요. 요즘은 컴퓨터 앞에 앉아있거나 공부하는 시간이 많잖아요. 어떻게 보면 삭막해서 속상하죠. 저는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는 책상에서 시작할 수 있는 가드닝을 구상했어요. 작은 식물들, 툭 걸쳐놓을 수 있는 식물들을 다루는 가드닝을 하려고 해요. 그리고 또 하고 싶은 것은, 허브를 책방 외부 농장에서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도 기획 중입니다. 제가 향기가 주는 이로움이 있는 아로마테라피도 하고 있는데, 향기가 좋은 허브들을 다루는 가드닝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음 질문입니다. 제 생각에 어떤 사람이 하는 일, 업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아주 중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정원사로 살아가면서 기쁨과 행복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가 식물 관련한 일을 생각한 게 2014년이었어요. 원래는 그래픽 디자인 일을 하며 한국에서 새로운 일 혹은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해에 일어난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큰 슬픔과 상실감을 느꼈어요. 그 사건으로 삶이란 무엇일까 생각을 하고, 유한한 인간으로 인생을 살다가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어요. 디자인일은 너무 치열하고 삭막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차(tea)를 시작하고 가드닝을 시작하고 생각을 했어요. 죽음 이후에도 삶이 이어진다면,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저는 정원, 누군가의 정원을 가꿔 주는 일을 하고 싶구나, 느꼈어요. 저는 다른 사람에게 쉼과 행복을 주는 일이 행복해요. 중간에 식물이란 매개체가 있는게 참 좋아요. 저는 식물이 주는 치유를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편안해요. 그게 정오의 정원에서 테라피를 하는 이유에요.

저의 전공이 심리학이다 보니 마음에 관심이 많아요. 마음에도 정원이 있어요. 어떤 사람은 잡초가 무성한 정원이 있고, 꽃을 가꾸는 사람도 있지요. 저는 행복이 자기에게 어울리는 정원을 가꿀 때 행복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진 재능은 이런 마음이란 정원을 가꾸는 일을 돕는 것 같아요”

개인적인 취향으로 좋아하시는 꽃과 식물들이 궁금합니다.

“너무 좋아하는 게 많아요. 식물 각각이 주는 메시지들이 다르고, 기후와 지역에 따라서 식물들이 다르고... 사람들이 다양해서 좋듯이 식물들이 다양해서 좋아요. 이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저는 다 좋아서 곤란해요. 다양성을 좋아하고 그것이 신비하고, 아름답고. ”

마지막으로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 주셔요.

“지구가 있고 사람이 있고 식물과 동물이 있지요. 많은 분들이 식물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어요. 식물은 인간이 필요한 역할을 많이 하고,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아요. 가까이 가면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메시지는 폭력적이거나 밀어붙이거나 재촉하는 게 아니라 쉼과 위로를 전하고 있어요. 보도블럭 사이에도 민들레를 찾을 수 있는 것처럼요”

 

김지운 대표의 말처럼 식물이라는 매개체를 두고 나누는 대화는 즐거웠다. 지역주민들과 가드닝이라는 문화를 매개로 더 풍요로운 삶을 가꿔나가고자 하는 김대표의 가치관이 엿보이는 시간이었다. 현대사회에 식물이 필요한 이유와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들려주는 ‘정오의 정원’. 식물을 통해 이웃과 어울려 살고 싶은, 작지만 소중한 소망이 느껴지는 공간이 바로 동네책방 ‘정오의 정원’이 아닐까. 오늘 하루 편안한 쉼이 필요하다면, 김지운 대표의 말대로 자신이 사는 곳 가까이에 있는 공원을 찾아보길 바란다. 그곳에서 꽃과 나무들이 주는 쉼과 이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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