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경 한국조경학회장    ⓒ박재석 기자
김태경 한국조경학회장 ⓒ박재석 기자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육십간지의 40번째로 계는 흑색, 묘는 토끼를 의미하는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았다.

일반적으로 토끼는 다산의 상징이자 풍요를 뜻하기도 한다. 그런데 하나 더 현명함도 지니고 있다는 뜻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쩌면 한국조경산업에 중요한 해가 될 수 있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도 보인다.

지난해는 한국조경 50주년이라는 역사적 서사를 되돌아봤다면, 올해부터는 51주년을 시작하는 해인 만큼 앞으로의 50년을 준비하는 해가 될 것이다.

이에 김태경 (사)한국조경학회 학회장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는 안을 들여다 볼 때

지난 반세기를 돌이켜 보면 한국조경은 「조경진흥법」을 제정하면서 기본적인 발전적 틀은 마련했다. 이제 앞으로의 50년을 준비한다면 2023년은 매우 중요한 출발점에 있는 것이 분명한 만큼 조경계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이른바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50주년을 끝마치고 홀가분한 부분도 있었다. 지금까지 많은 일도 했고, 어느 정도 발전도 이룩해 왔다. 이제 조금은 가볍게 생각할 수 있겠다고 봤는데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새로운 출발을 해야 되는 시기가 돼 ‘어떻게 할까?’라는 고민이 늘었다.”

김태경 학회장은 일단 쉬어가는 타이밍 정도로 보려했지만 여전한 코로나 상황과 부진한 건설경기 등 심리적 안정을 취하기에는 다소 여건이 좋지 않음을 인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많은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사업이나 행사들을 진행했다면 이제는 안을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중 발전재단의 경우 학회장이 이사장직을 겸직했던 부분이라 지난 2022년 중반까지는 새로운 르네상스의 기분으로 만들어볼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목적은 많이 훼손됐지만 재단을 통해 그 안에서 뭔가 만들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조경이 좋았던 화양연화 같은 시절이 지난 시점에서 발전재단의 궁극적인 방향성을 재검토해야 될 시점이라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박재석 기자
ⓒ박재석 기자

 

학회를 플랫폼으로 접근하다

김 학회장은 학회의 운영도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접근을 제시했다. 그 중 핵심적인 키워드는 학회의 ‘플랫폼화’이다. 플랫폼(Platform)은 일반적으로 특정 프로세서 모델과 하나의 컴퓨터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는 운영체제를 말한다.

학회를 하나의 운영체제로 보고 다른 서비스와 연계를 도와주는 기반 서비스 또는 소프트웨어와 같은 무형의 형태도 지원하게 된다.

“학회가 중심이 돼 업계와 학계를 연결해 주는 교량역할을 해야겠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으로의 접근을 위해 우선적으로 생각한 부분이 바로 인턴제도이다. 학교는 인턴을 보내야하고, 업계는 인턴을 받아야 했다. 이 부분에 있어 사실 서로가 힘든 부분이 있었다. 업계는 매일 그분의 연락을 받고, 학교는 매일 그 업체에만 연락을 하다 보니 업계는 다양한 학교의 학생들을 못 받고, 교수들도 나름대로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서로간의 피로도만 쌓이게 된다.”

김 학회장의 설명대로라면 업계에서 필요한 사람을 학회에 전달하면 학회는 그에 맞는 인재들을 학교를 통해 매칭을 시켜준다는 방식인 것이다.

대단히 흥미로운 접근방식으로 보인다.

 

도시숲 성능평가와 사업평가 제안

임기 동안 추진하게 될 주요 사업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의외의 답변에 조금은 놀랍기까지 했다.

“산림청과의 관계에 있어 법을 만드는 것으로 끝낼 게 아니라 그들과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봤다. 그 중 하나가 ‘도시숲의 성능평가’이다. 우리가 기준을 만들면 산림청에서 도시숲을 만들고, 관리하는 기법들이 기준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몇 분의 교수들이 적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가까운 시일에 진행되는 사업들을 설명하기 나름인데 더 넓은 시야를 두고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짧은 시간 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여기에 한 발 더 나가서 도시숲 인증제도와의 깊은 관련도 가능해 보인다.

“결국엔 그렇게 가야 된다. 산림청에서 얘기하는 게 도시숲의 정화기능 등을 얘기하는데 그건 수치로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그것을 데이터화시켜 도시숲 마다의 성능이 어느 정도라는 것을 제시해 주면 그에 따라 보완해 주는 기준들을 만들면 훨씬 더 도시숲을 조성하는데 힘을 받을 것이라 본다.”

도시숲 조성은 도심에 숲을 조성하는 사업이기에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김 학회장은 충분히 인지하는 한편 그 안을 학계에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 하나의 혁신적 발상은 사업평가에 있다. 공무원들의 열린마음을 기대해야만 가능한 사업이지만 김 학회장은 추진의 뜻을 밝혔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정부 기관에 조경관련 부서들이 있는데 학회가 이들 부서들이 추진하고 있는 녹지정책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사업 평가를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부분은 분명히 해당 부서 공무원들의 저항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평가를 통해 잘 못된 사업에 대해서는 보완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토부 녹색도시과, 산림청 도시숲경관과, 지자체별 조경관련부서 등 평가를 통해 문제점을 찾고 대안을 제시한다면 사회적으로 바라고 효율성 있는 사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문제점을 찾고 그에 맞는 대안을 찾아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겠다는 취지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다만 보수적 집단에게 1%의 가능성을 기대하는 희망고문이 아닌지, 분명 열린다면 녹지정책의 혁신적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조경지원센터, 지원의 당위성 보여야

김태경 학회장은 조경지원센터가 지난 몇 년 동안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우리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원센터는 학회에서 지정받아 운영하고 있는 조직이다. 그런 면에서 학회가 먼저 반성을 해야 된다고 본다. 「조경진흥법」에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아무것도 없이 지원을 해 달라고 요청만 하고 있다. 지원해 주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때는 ‘왜 저기에 지원을 해 줘야 하는 것이지? 뭘 했는데?’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꼭 지원을 받아야만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지속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추진해 나가면서 요구를 해야 한다는 게 김 학회장의 말이다.

“어떤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 불편함,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되는 부분 때문에 진행이 어렵다고 말해야 지원해 주는 사람이 손을 펼칠 수 있는 것이라 본다.”

결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원만을 바라보며 지원을 요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연구 사업을 추진하면서 적극적으로 국가에서 지원을 해 줘야 하는 당위성을 보여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신년 메시지

김태경 학회장은 새해를 맞아 신년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짧지만 굵은, 생각이 많아지는 김 학회장의 메시지를 끝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냉정하게 돌아보면 산·관도 그렇지만 말로는 협조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협조를 한 것은 어떤 특정한 사업을 하기 위해 모였던 것이지 시스템의 의해서 협조를 진행한 것 같지는 않다. 이제 새해부터 (새로운) 50년의 시작은 협조 시스템을 굳건하게 서로 갖춰가자고 말하고 싶다.”

[한국조경신문]

 

ⓒ박재석 기자
ⓒ박재석 기자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