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서울시 조경상' 대상에 선정된 '디지코가든(DIGICOGARDEN)'을 설계한 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2022 서울시 조경상' 대상에 선정된 '디지코가든(DIGICOGARDEN)'을 설계한 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Landscape Times 박재석 기자] CA조경기술사사무소(소장 조용준)가 설계 총괄하고 감리한 ‘KT 디지코가든(DIGICO GARDEN, 이하 디지코가든)’은 심미성‧완성도‧공공성 등 높은 평가 속에서 ‘2022 서울특별시 조경상’ 대상에 선정됐다.

디지코가든은 KT 사유지와 종로구 구유지를 아우르는 1865㎡ 공간에 민‧관 협력을 통해 도심 속 숲과 정원을 구현해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입구에는 남원에서 옮겨온 100년 수령의 팽나무를 만나볼 수 있으며 북쪽 바람정원은 자작나무 숲과 암석원 등으로 구현됐다. 남쪽 하늘정원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언덕으로 약 400개의 갈대 조명이 풍부한 야경을 연출한다. 배롱나무는 기존 은행나무와 함께 수목 터널을 만들었고 다양한 주제의 나무들과 화초류는 사계절의 다채로움을 선사한다.

경계가 뚜렷한 민·관의 교집합을 만들기 위해 채움과 비움의 스케치를 수없이 반복한 디지코가든 설계팀 조용준 소장과 김수린 팀장, 이지현 대리, 오혜지 사원을 만났다.

디지코가든 바람정원 내 암석원 ⓒCA조경기술사사무소 안상순
디지코가든 바람정원 내 암석원 ⓒCA조경기술사사무소 안상순
하늘정원 갈대조명 ⓒCA조경기술사사무소 안상순
하늘정원 갈대조명 ⓒCA조경기술사사무소 안상순
수반과 윈드 스크린 ⓒCA조경기술사사무소 안상순
수반과 윈드 스크린 ⓒCA조경기술사사무소 안상순

 

‘서울시 조경상‘ 대상 수상을 축하한다.

오혜지 사원 : 모든 과정을 경험한 첫 프로젝트에서 상을 받게 돼 의미 있게 생각한다.

이지현 대리 : 서울 도심 프로젝트라 주변 사람들 인식이 잘 되는 공간이라는 점이 특별했다.
김수린 팀장 : 첫 PM(Project Manager)을 맡은 프로젝트라 애정이 많았다. 너무 감사하다.

조용준 소장 : 규모로 보면 다른 곳보다 작지만, 민·관이 함께 참여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이번 수상으로 공공 프로젝트 투자와 추진에 큰 동기부여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전시나 적극적인 홍보를 하면 많은 조경가가 참여해 좋은 작품들이 많아질 것이다. 서울시에서도 정원박람회를 확대한다고 발표하는 등 시민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홍보를 한다면 조경 분야가 활성화되는 데 보탬이 있을 것이다.

발주처와 대상지가 명확히 일치하지 않아 주변 설득과 추진에 큰 어려움은 없었나?

조용준 소장 : 대상지가 가로구역 포함해 도로와 인접해 있어 종로구청 도로과와 많은 소통이 있었다. 그리고 수목 식재 등 녹지과와도 많은 협의가 필요했다. 디지코가든이 다층 식재 구조로 설계됐고, 대관목 등 큰 수목들 식재를 많이 계획했기 때문에 도로변 시야를 가릴 수 있어 안전 문제에 각별히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 유지관리 부분을 포함해 다양한 수종 식재 등 협업에 대해 많은 대화를 했다. 종로구 수종과 저희가 제안한 수종을 섞어서 쓸 수 있도록 녹지과 황성원 팀장, 홍승진 주무관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민간에서 어려운 부분은 KT 선재율 팀장, 안상규 과장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김수린 팀장 : KT에서 적극적으로 대상지 주변까지 바꾸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대상지 외에 가로구역도 있고 넓은 공공 통로도 있다. 특히 중학천변은 좋은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디자인을 제시했다. KT 입장에서는 주변 일대가 바뀌면 빌딩을 확장해 인식할 수 있고 종로구는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어 좋은 결과가 나왔다.

민·관 협력 프로젝트라 관련법 등 어려운 부분이 있었나?

조용준 소장 : 법적으로 조경면적 기준은 15%이고, 식재 면적은 50% 이상이면 된다. 디지코가든은 주변 일대 포함해 약 40% 넘게 녹지로 구현됐다. 결과적으로 시민들한테 제공되는 녹지가 엄청나게 많아졌다. 서울시 다른 프로젝트들을 보면 개방형 녹지 추진 등 지속적으로 공공에게 열린 공간을 주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민간에서도 공공 공간을 많이 만든다는 모델을 제시하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이다.

‘광화문 광장의 숲’도 CA조경기술사사무소에서 진행했다. 연계된 의미가 있는지?

조용준 소장 : 광화문 광장의 숲 프로젝트는 ‘일상’과 ‘비일상’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예전 광장일 때는 시민 대다수가 30분도 머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일상적인 모습을 담기 위해 공간을 비워 쉴 수 있도록 녹지의 밀도 조절이 필요했다. 디지코가든은 30종 이상의 수목을 식재해 걸으면 잎이 몸에 부딪칠 정도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밀도 있는 숲을 구현했다. 광화문 광장의 숲과 디지코가든은 숲을 경험하는 방식을 다르게 구현한 것이다.

렌조피아노 KT 단면도 ⓒCA조경기술사 사무소
렌조피아노 KT 단면도 ⓒCA조경기술사 사무소

 

디지코가든의 ‘산, 자연, 사람과의 어울림’이라는 기본방향에 대해 설명한다면?

조용준 소장 : 한국에서는 익숙한 개념이지만, 외국 사람들은 ‘배산임수’나 ‘풍수지리’와 같은 ‘산’과 ‘한강’을 인상적으로 생각한다. KT 빌딩을 건축한 ‘렌조 피아노’도 산과 도시가 어울려 있는 풍경에 영향을 받아 건물 양쪽에 언덕을 만들었고, 필로티 구조로 1층 공간 전부를 공공에게 돌려주었다. 건축가인데도 조경적인 요소와 공공을 생각하는 마음이 제일 잘 맞았고, 렌조 피아노의 생각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접근하게 됐다. 또한 산이라는 형태적 접근을 넘어 ‘등산’이라는 콘셉트(Concept)를 도입했다. 등산 가듯 ‘사람’들이 자연과 어울린다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바람정원(음지형 수종)과 하늘정원(양지형 수종)의 공간계획 등을 설명한다면?

조용준 소장 : 숲에서 느끼는 개방감과 다채로운 느낌을 주고 싶었다. 바람정원은 빌딩의 그늘을 생각해 음지형 수종을 사용했다. 수종 선택에 공부를 많이 했고, 해답은 생명력도 강하고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수국’이었다. 설계된 수종들이 죽으면 시공사 방식에 따라 바뀌는 경향이 있는데 A1 안기수·방성식 소장의 도움으로 대처가 가능해 기존 음지에서 보지 못한 다양한 수종들을 도입할 수 있었다.

김수린 팀장 : 바람정원은 모로위사초 아이스댄스, 감동사초 등 잘 사용되지 않는 수종들을 식재했다. 음지는 폭이 좁아 앞쪽에 뾰족한 식물을, 뒤쪽에는 부드러운 식물을 식재해 질감 대비로 공간감을 표현했다. 하늘정원은 양지형과 음지형 수종을 혼재했다. 양지에는 브라치트리차, 실새풀 등 사초과 위주로 배치했고, 음지에는 떼심기로 경관이 넓어 보이도록 했다.

이팝나무 숲길, 배롱나무 숲길, 버드나무 숲길의 공간계획을 설명한다면?

조용준 소장 : KT는 배롱나무숲을 만들어 백일홍을 주제로 이벤트를 열 계획이며 이팝나무는 구청과 소통으로 진행했다. 골바람이 많은 중학천변 버드나무 숲길은 그늘 제공과 능수버들이 흩날리는 경관을 만들고 싶었다. 길 격자에 식재된 근원직경이 80cm 이상인 팽나무는 ‘정자목’ 역할을 하는 수목이다. 이렇듯 구청, KT, 설계사의 의지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됐고, 휴식공간 안쪽 정원과 바깥쪽 숲길을 구성해 숲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으로 구현했다.

디지코가든 식재도 ⓒCA조경기술사사무소
디지코가든 식재도 ⓒCA조경기술사사무소

 

도심정원 특성상 실무적인 어려움이나 시설계획 등 주안점은?

오혜지 사원 : 팽나무를 심을 때는 도로와 하부상태 등 현장이 열악했었다. 위치에 따라 플랜트 모양이 바뀌고 심지어 지하 매설물이 겹쳐 있어 식재위치를 찾는 게 어려웠다.

이지현 대리 : KT 건물은 환기구가 사방으로 열려 있어 차폐를 위해 윈드 스크린(Wind Screen)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환경 변화에 반응해 색깔도 변하고 소리도 바뀌는 등 디자인적 요소들을 조합했다. 소셜 엣지(Social Edge)는 포천석으로 새로운 엣지를 덧대 사람들이 앉을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김수린 팀장 : 녹지를 많이 넣다 보면 가로구역의 폭이 좁아져 보행하는 사람들이 불편할 수 있다. 그래서 녹음을 풍부하게 하면서 움직일 수 있는 모바일 플랜터(Mobile Planter)를 사용했다. 동그라미 형태와 높이 단차가 있는 디자인으로 만들어 불필요한 공간을 최소화했다.

조용준 소장 : 환기구 차폐 용도로 바람정원에 있는 거울연못인 수반이 있다. 새들이 그곳에서 목욕도 하고 물도 먹는 등 도심 속 작은 생태계가 형성된 점이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그곳에 가면 새 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소셜엣지 단면도(왼쪽) 그린엣지 대안 스케치(오른쪽)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셜엣지 단면도(왼쪽) 그린엣지 대안 스케치(오른쪽) ⓒCA조경기술사사무소

 

앞으로의 계획은?

조용준 소장 : 매일 똑같은 풍경이 아니라 환경 요소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관 속에서 설계 언어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일상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공공 프로젝트 위주로 집중하고 싶다. 디지코가든이 민·관 협력 프로젝트의 좋은 롤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

(왼쪽부터) 조용준 소장, 김수린 팀장, 이지현 대리, 오혜지 사원
(오른쪽부터) 조용준 소장, 김수린 팀장, 이지현 대리, 오혜지 사원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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