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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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육십간지의 40번째로 계는 흑색, 묘는 토끼를 의미하는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았다.

일반적으로 토끼는 다산의 상징이자 풍요를 뜻하기도 한다. 그런데 하나 더 현명함도 지니고 있다는 뜻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쩌면 한국조경산업에 중요한 해가 될 수 있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도 보인다.

지난해는 한국조경 50주년이라는 역사적 서사를 되돌아봤다면, 올해부터는 51주년을 시작하는 해인 만큼 앞으로의 50년을 준비하는 해가 될 것이다.

이에 심왕섭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조경지원센터, 정부지원에 올인

심왕섭 이사장은 올해 연임을 시작하면서 일단 조경지원센터 지원금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18년 12월 조경지원센터를 설립한 후 벌써 5년 째 정부지원금이 ‘0원’이라는 사실은 한국조경 50년 역사의 체면이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원금 확보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몇몇 국회의원들도 오는 4월부터 예산에 포함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하자는 응원의 말도 들었다.”

분명 힘이 되는 환경 여건이 조성된 것 같아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5년 동안 국토부에 지원금을 신청해 왔지만 기획재정부로부터 번번이 조경지원센터 지원금만 핀셋으로 걷어 낸 것처럼 삭제됐다.

2021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녹색성장, 미세먼지, 기후환경 등 환경키워드가 전면에 등장해 예산 반영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느 때보다 컸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기재부의 높은 문턱(?)은 넘지 못했다.

“신규예산이라서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국토부가 도움을 주기 위해 다른 예산을 줄이고 정부 예산의 대체적 요구 한도인 실링(Celling) 100억 원에 맞춰 그 안에 조경지원센터 지원금 6억 원을 편성했다. 그런데도 이유도 없이 그것만 제외됐다. 이해되는가?”

생각만 해도 울화통이 터진다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심 이사장은 지원센터에 지원토록 「조경진흥법」에 명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을 하지 않고 있는 기재부에 대한 원망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 5년 이라는 시간 동안 허송세월을 보냈다. 기재부 사무관이 산림청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고 전해들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마인드가 안 된다는 얘길 들었을 때 어이가 없었다. 이건 직권남용이 아닐 수 없다.”

국토부에서 실링으로 올린 예산도 배제하고, 국회 예결위 이철규 간사(국민의힘)가 여야 합의로 만든 예산도 삭제했다. 명확한 명분도 없고 이유도 없이 임의적 배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에 심 이사장은 “오는 2026년까지 조경진흥기본계획 5개년 계획을 수립했지만 원년부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해 학계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며 조경학계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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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은 지속가능한 산업

속내는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심 이사장의 연임 앞에는 많은 난관과 풀어야할 숙제들이 산적해 보인다.

지원센터 지원금 문제도 그렇지만 앞으로의 한국조경 50년의 발전과 성장을 위한 첫 단추를 어떻게 꿸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0주년 기념행사를 기존과 달리 힘을 준 것은 지나간 시간보다 앞으로의 발판을 만들어보고자 하는...(의지였고) 기본 틀만 만들어 놓으면 (앞으로의 50년을 향해) 수월화게 출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 것은 지원센터 지원금이 이번에는 성사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많은 교수들과 지속적으로 논의해 10년, 20년 계획을 설정하고 추진해 나갈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몇몇 국회의원들도 “타 건설분야와는 차원이 다르다. 조경은 지속가능한 산업이기 때문”이라며 심 이사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또 다른 부분에도 있는 듯 하다.

“교수들과 잘 이끌어가려고 하는데 만만치 않다. 조금 지치는 부분도 있고, 자꾸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너무 힘이든다...”

산학협력의 깊은 골은 비단 조경계만의 얘기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끊임없이 논의하고 협업해 나갈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울타리 안에 있으면 발전은 없다

“우리가 학계에 바라는 것은 이론적으로든 올해부터 여건을 단계적으로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오휘영 교수가 ‘녹색성장위원회’에 환경조경을 전담하는 ‘국’ 신설에 대해 언급한 것은 바로 광의의 조경이 될 것을 주문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산업인 것이다.”

조경업이 아닌 조경산업이 돼야지 언제까지 울타리 안에서 있으면 발전은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심 이사장은 자신이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 지에 대해 털어놨다.

“앞으로의 50년은 후배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물려줬냐 하는 것이다. 잘못하면 나도 내 사업에 몰두하지 못하고 재단 일에 힘을 쏟으며 힘들어 죽겠지만 그렇다고 우리 후배들에게도 그렇게 살라고 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 후배들에게 길을 터줘서 좋은 여건 속에서 좋게 나갔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심 이사장의 발언은 사실 일부 1세대 조경인들이 자숙의 의미로 가끔씩 말을 하는 부분이지만 기업 CEO이자 조경계 현안을 다루는 수장이 느끼는 위기감 속 내 뱉는 문장은 비수처럼 아프다.

 

신년 메시지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의례 새로운 다짐도 하고 흩어졌던 마음을 다잡아 발전과 성장에 정진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어쩌면 토끼가 상징하는 다산과 풍요, 현명함은 우리 조경계가 고민해야 할 모든 키워드를 던지고 있다. 조경계의 현명함이 어떻게 나타나게 될 지 기대하면서 심왕섭 이사장의 신년 메시지로 인터뷰를 마무리 한다.

“조경이 자꾸만 분열되는 모습보다는 하나로 단합되는 조경계가 돼 우리가 어떻게든 크게 키워서 산업으로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 그 기틀을 2023년에 만들었으면 좋겠고, 이를 위해 환경조경발전재단도 새롭게 이사진을 구성해 많은 단체들을 끌어들여 하나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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