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서울환경연합이 마포구의 성미산 무장애숲길 조성사업에 대해 도시숲을 파괴하는 개발사업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마포구청이 지난 7일(월) 오는 4월 준공을 목표로 성미산 일대에 데크를 설치하는 ‘무장애숲길 조성사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무장애숲길은 성미산을 빙 둘러 약 770m 구간으로 계획됐다. 환경단체는 ‘데크길’을 조성하는 사업을 두고 “숲을 베어내고 데크를 설치한다고 숲의 공익적 기능이 확대되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비난했다.

보행약자의 숲 접근성을 높이는 대안이 꼭 ‘데크’일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심지어 성미산은 해발 66m의 작은 산이다. 이들은 “기후위기에 보다 잘 적응하기 위해서도 숲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숲의 공익적 기능을 확대하는 일이 시설 중심의 공원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데크를 설치하는 것처럼 숲의 생태계 훼손이 불가피한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성미산은 솔부엉이(천연기념물 제324-3호), 새홀리기(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 파랑새(IUCN 적색목록 관심대상) 등 40여종의 조류를 비롯해 다양한 야생생물들이 살아가는 도심 속의 생태공간이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성미산을 아끼는 지역주민들도 성미산 같은 작은 산에 긴 데크를 설치하는 것은 과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2020년 9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305명 중 56.7%는 데크길 신설이 불필요하다고 응답했고, 31.1%는 보행약자를 위해 데크길이 아닌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국립공원공단에서 2020년 10월 발간한 ‘국립공원 무장애탐방로 개선방안 연구’를 토대로 보행약자를 위한 탐방로를 설치할 때 “기존 인공시설을 통한 탐방로 유도방식과 달리 데크 외에 자갈, 모래, 우드칩포장 등의 포장재료를 다양화해 안전탐방을 유도할 수 있다. 무장애숲길도 반드시 데크로 이루어져야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최영 생태도시팀 활동가는 “무장애숲길은 숲을 파괴하는 행위다. 10만 제곱미터의 작은 성미산에 765m 데크길은 굉장히 큰 규모다. 안산자락길의 데크와 비슷한 규모다. 동네 뒷산에 깔기에는 과도한 숲길이다”며 “무장애숲길이 시작된 외국에 가보면 이동을 편하게 하는 요소도 있지만 숲 활동에 중점을 둔다. 내실은 없고 예산 맞춘 과도한 개발에만 치우져 있다”고 말했다.

앞서 마포구와 주민들은 성미산 개발사업을 두고 지난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한 바 있다. 마포구는 지난 월요일 조성사업을 시작하면서 주민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서울환경연합은 “지금까지 성미산은 주민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크고 작은 개발을 겪어왔다. 2021년 3월 마포구청이 노령화된 아까시나무를 제거하고 참나무 위주의 건강한 산림을 조성하겠다며 좌측 성미산의 나무를 모조리 베어버리고 땅을 파헤쳤던 것이 대표적이다”며 “성미산 도시숲을 파괴하는 성미산 난개발 사업을 규탄한다. 숲의 공익적 기능을 확대하고 싶다면 산림생태계를 잘 보전해야 하며, 접근성을 확대하고 싶다면 생활권 도시숲을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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