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연합이 21일 서울시 내 공공녹지에서 고독성 농약 남용 실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환경연합이 21일 서울시 내 공공녹지에서 고독성 농약 남용 실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환경연합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전 세계적으로 꿀벌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가운데 환경단체가 서울시 공원 및 가로수, 궁궐 등 공공녹지에서 맹독성 농약이 무분별하게 살포되면서 꿀벌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21일(목) 환경센터 앞에서 서울시 내 공공녹지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포함한 고독성 농약을 남용하는 실태를 고발하고 무분별한 농약 사용을 제한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서울환경연합이 발표한 서울 공원·가로수·궁궐 일대 고독성 농약 남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꿀벌 집단 실종 사건’의 주요 원인으로 서식지 감소, 기후변화 영향과 더불어 무분별한 살충제 영향을 들 수 있다. 꿀벌뿐만 아니라 꽃가루매개자 역할을 하는 야생벌의 개체수도 보라매공원, 한강공원 등에서 지난 20년간 90%이상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환경연합이 지난 6월 서울시청 등 31개 관련기관에 정보공개청구를 한 결과, 서울시 자치구가 지난 5년간 공공녹지에 살포한 농약 평균은 1098kg이었으며, 문화재청 등에서 관리하는 서울의 궁궐, 왕릉 등에 살포된 농약은 6065㎏으로 자치구 평균의 약 6배가량 살포됐다고 밝혔다.

서울시에서 직접 관리하는 공원의 경우 지난 5년간 남산공원(517kg)이 가장 많이 살포됐고, 보라매공원(269.2kg), 월드컵공원(189.4kg)이 그 다음으로 많았다.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이 ‘한국체육산업개발주식회사’에 위탁해 관리하는 올림픽공원의 경우 지난 5년간 농약 사용량은 동부·중부·서부 3개의 공원녹지관리사업소에서 사용한 양과 맞먹는 1142kg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진우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 전문위원은 “정보공개청구 결과 서울의 공공녹지에서도 국제사회에서 우려하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전 방위적으로 살포되고 있었고, 우리나라 정부가 규정한 ‘꿀벌에 독성 강함’에 해당되는 살충제도 무분별하게 살포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우려했다.

또 “농약을 직접 살포하는 것이 아니라 주사를 꽂아서 살포하는 방식은 농약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꿀벌이나 다른 생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문제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나무의 수액에 기반해서 살아가는 생물들과 토양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수간주사’가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환경연합
ⓒ서울환경연합

사회를 맡은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지난겨울 꿀벌 80억 마리가 떼죽음 당하는 사건이 있어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이후 제대로 된 해법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대책을 촉구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겨울 전국에서 꿀벌이 떼죽음을 당한 원인으로 응애류, 말벌류에 의한 폐사와 이상기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꿀벌 떼죽음의 주요 원인으로 꿀벌의 산란, 비행 등 행동을 교란하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8년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3종류(클로티아니딘, 이미다클로프리드, 티아메톡삼)의 실외 사용을 전면 금지,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이 계열 살충제 57개 제품 사용을 금지했다. 미국 환경보호국은 생물학적 조사 결과 클로티아니딘, 이미다클로프리드, 티아메톡삼 등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멸종위기종 동식물 약 4분의 3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끝으로, 서울환경연합은 기자회견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 농약 살포 금지 ▲‘꿀벌에 독성 강함’ 농약사용 제한 ▲생태독성, 발암성, 생식독성 야기하는 맹독성 농약 사용 중단 ▲남산공원·보라매공원·월드컵공원 등 농약살포량이 많은 공원의 ‘무농약 공원’ 정책 도입 ▲무분별한 농약 사용 제한과 관리·감독을 위한 정책 대응 등을 촉구했다.

서울환경연합은 꿀벌을 비롯한 도시의 꽃가루매개자 곤충과 생물 서식지, 공공녹지 공간을 안전하게 보전하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펼쳐갈 예정이다. 특히 강남구, 강동구, 송파구 등 녹지관리예산이 많은 자치구와 남산공원, 올림픽공원 등 시민들의 방문이 많은 대형공원의 농약 살포량이 월등했던 것을 고려해 무분별한 농약 남용 중단과 더불어 곤충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개선 활동 또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조경신문]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