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려진 백합나무 가로수 ⓒ인천녹색연합
잘려진 백합나무 가로수 ⓒ인천녹색연합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산림청과 지자체가 추진하는 도시바람길숲 사업을 통해 아름드리 가로수가 베어지면서 가로수관리체계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녹색연합은 도시바람길숲 사업을 통해 오히려 바람길숲의 기능이 망가지고 있다며 “계양구와 인천시, 산림청이 예산낭비에 탄소중립을 역행하는 경명대로 도시바람길숲 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21일(월) 밝혔다.

지난 19일(토) 인천 계양구 경명대로(징매이고개~임학사거리)에서 도시바람숲길 조성사업 일환으로 아름드리 백합나무, 양버즘나무 가로수가 베어지고 소나무가 새롭게 식재됐다.

도시바람길숲은 계양산과 천마산에서 생성된 맑은 공기를 도심지로 유도·확산하는 총 35억 원 사업비가 투입되는 산림청 국비보조사업이다. 지난해부터 시행한 이 사업은 계양대로(계산삼거리~나들목사거리)에서 느티나무 가로수를 제거하고 새로 심은 소나무가 죽어가고 있어 도심 가로수로서의 적합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인천녹색연합은 소나무는 미세먼지 저감 능력은 우수하지만 내공해성이 약해 차량 통행이 많은 곳의 가로수로는 권장되지 않는 수종으로 도시경관을 고려해 관리비용을 감수하고 소나무를 심을 수도 있지만, 바람길숲 사업의 취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바람길숲은 차고 시원한 바람이 도심으로 효과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가로숲을 조성하는 기능이 있다.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흡착·희석하고, 찬 공기와 습기를 내뿜고 수목 그늘을 통해 복사열을 차단해 폭염 및 열섬현상을 완화한다. 아울러 신선한 공기의 흐름을 외부로 확산시키는 효과도 있다.

인천녹색연합은 “탄소흡수량을 높이고 기후위기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풍성하게 잘 자라고 숲그늘이 넓은 가로숲의 조성 및 관리가 요구된다. 아름드리 백합·양버즘나무 가로수를 베어내고 앙상한 소나무를 심는 행위는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결과다”며 “그린워싱으로 위장한 예산낭비 사업의 전형이다. 더군다나 심어 놓은 소나무 가로수는 잘못된 식재와 관리로 인해 벌써 대부분 죽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정부가 발표한 그린뉴딜 사업에는 기존의 미세먼지 차단숲, 바람길숲 사업 등이 명칭 변경된 ‘탄소중립 도시숲 사업’에 2688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편성됐다.

서울환경연합의 최진우 생태도시전문위원은 지난 17일(목) 열린 가로수 개선 관련 세미나를 통해 탄소흡수원으로서 도시 조경수의 환경적 가치를 다시 생각해볼 때라며, “가로수의 탄소흡수보다 에너지 저감의 편익이 훨씬 높으므로 가로수 바이오매스, 수관 증대에 따른 주변 지역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 효과를 반영해 가로수 탄소흡수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탄소 흡수 및 저장을 위해서는 나무 ‘수’에 집착할 게 아니라 줄기, 가지, 잎을 유지하고 키워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려면 가로수 바이오매스 총량 설정, 대형가로수에 대한 특별관리, 가로수 제거·바꿔심기·신규조성 시 심의 강화, 가로수 제거 승인 등의 최소화가 필요하다. 과도한 가지치기를 금지하고 시범사업 구간에 대한 평가 및 모니터링도 섬세해야 한다. 뉴욕시의 가로수통합관리 시스템인 ‘트리맵’ 도입이 시급하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천녹색연합은 “경명대로(징매이고개 방향) 우측 가로수는 아직 온전하게 남아있다. 인천시청과 산림청은 바람길숲 사업 취지에 맞지 않은 사업계획을 승인했던 과정을 밝히고 복구대책과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 같은 가로수 벌목 논란에 계양구는 바람숲길 사업을 일시 중지한 상태다.

남상근 계양구 공원녹지과 과장은 “가로수의 공익기능이 많지만 도심 활엽수는 생육환경이 열악하다. 보도 교체하면서 뿌리가 절단되고 나무도 대형화하면서 태풍 발생 시 재해 역기능도 있다. 가로수 관리하면서 재산상 피해, 교통 마비 등 생활민원도 상당하다”며 “(환경단체 지적에) 현장 여건에 맞는 나무로 추진하고 있다. 논란 이후 산림청, 환경단체와 바람길숲 사업 취지를 살려 보완하는 쪽으로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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