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최근 양봉농가에서 월동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지는 사례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농촌진흥청이 실종 원인으로 지난해 발생한 꿀벌응애류, 말벌류에 의한 폐사와 이상기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농촌진흥청, 농림축산검역본부, 지자체, 한국양봉협회가 월동벌 피해 민관 합동 조사를 지난 1월 7일부터 2월 24일까지 전국 9개 도 34개 시·군 99호 양봉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전국에 걸쳐 꿀벌 폐사가 발생했으며, 전남, 경남, 제주 지역의 피해가 다른 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은 거의 대부분 피해 봉군(벌무리)에서 응애가 관찰됐고, 일부 농가의 경우 꿀벌응애류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목적으로 여러 약제를 최대 3배 이상 과도하게 사용해 월동 전 꿀벌 발육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한 예찰이 어려운 응애류의 발생을 농가에서 인지하지 못했고, 지난해 8월까지 사양 꿀과 로열젤리 생산으로 적기 방제가 미흡해 월동 일벌 양성 시기에 응애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월동 꿀벌 무리에서 일벌구성이 적은 약군화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했다.

말벌류 중 등검은말벌은 일벌 포획력이 탁월해 유인제 또는 유인 트랩으로 완전하게 방제하기 어려워 지난해 10월 늦게까지 피해를 준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지난해 9∼10월에는 저온현상이 발생해 꿀벌의 발육이 원활하지 못했고, 11∼12월에는 고온으로 꽃이 이른 시기에 개화하는 현상이 나타나 봉군이 약화됐다.

약화된 봉군으로 월동 중이던 일벌들이 화분 채집 등의 외부활동으로 체력이 소진됐고, 외부기온이 낮아지면서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꿀벌은 생태계 대표 지표종이다. 농약 등 화학약제 사용으로 전 세계적으로 꿀벌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공급하는 100여 종 농작물 중 71%가 꿀벌의 수분으로 열매를 맺는다. 수분매개 역할을 하는 꿀벌이 사라지면서 농사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꿀벌 집단 실종에 대해 종 다양성 확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응애라는 해충은 꿀벌의 천적인데, 흔히 서양꿀벌(Apis mellifera) 종이 응애의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 현재 국내에 존재하는 꿀벌의 98%가 이 서양꿀벌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에 나머지 2%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토종벌(Apis cerana) 종은 응애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특성(내성)이 있다”며 멸종위기의 토종벌 개체수 복원에 무게를 뒀다.

이어 “토종벌은 남충봉아부패병에는 매우 취약하지만 서양꿀벌은 내성이 있다”며 서양꿀벌과 토종벌이 공존하는 생물종다양성을 강조했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이번 꿀벌 실종 피해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 현장에 적극 보급할 계획이다. 꿀벌응애 친환경 방제 기술과 무인기(드론) 이용 등검은말벌 조기 방제 기술을 개발하고, 월동 꿀벌 관리기술 자료 발간과 배포를 통해 현장 기술지원 등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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