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 이수정 기자] 시민·환경단체가 5일(화)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소중립위)가 공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두고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에 다름없는 엉터리 시나리오라고 맹비난했다.

정부가 발표한 시나리오 초안은 ▲기존의 체계와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술발전 및 원・연료의 전환을 고려한 1안, ▲1안에 화석연료를 줄이고 생활양식 변화를 통해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한 2안, ▲화석연료를 과감히 줄이고 수소공급을 전량 그린수소로 전환해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3안 등 총 세 가지 안이다. 각각의 대안은 석탄발전 유무, 전기수소차비율, 건물 에너지 관리, CCUS 및 흡수원 확보량 등 핵심 감축수단을 달리 적용함에 따라 1안에는 2500만 4000톤, 2안에는 1800만 7000톤, 3안에는 0(net-zero)의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전망하고 있다.

1안에는 석탄발전소 7기 유지를 전제로 했으며, 또한 모든 안에는 산업 부문의 탄소배출량이 5300만 여 톤으로 최대치로 고정돼 있다. 또한, 탄소중립 제로 수치가 가정된 3안에서도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기업에 대한 정확한 규제가 명시돼 있지 않다.

특히, 부문별 시나리오 내용 중 흡수원을 통한 온실가수 흡수량 전망은 시민사회로부터 비판의 뭇매를 맞은 산림청의 기존 산림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시나리오가 발표되기 전 이미 탄소중립 이행 전략으로 산림청이 발표한 대규모 벌채 사업이 타당성 논란과 부정적 여론을 맞자 원점 재검토를 전제로 지난 6월부터 민관협의회가 구성돼 재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번 시나리오 초안에서는 이러한 민관협의회의 논의과정이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는 평이다.

환경운동연합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벌채를 포함하는 산림청의 ‘숲 가꾸기’ 사업이 생물다양성 보존수원함양 등 산림의 다양한 공익기능을 해치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검토와 논의가 진행 중이다. 요컨대 흡수원 부문은 흡수량 전망의 산정 방식부터 적절한 관리 방안, 실제 활용 가능한 감축량까지 모든 부분이 논쟁적이며, 이와 관련한 사회적 협의 프로세스가 이미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며 “탄소중립위는 논란이 된 산림청의 흡수량 전망을 거의 그대로 반영했으며, 똑같은 쟁점을 탄소중립 시민회의에서 또 한 번 의견수렴을 한다는 황당한 계획을 내놓았다. 이렇게 되면 결국 민관협의회에서도, 시민회의에서도 책임 있는 논의를 할 수 없이 양측 모두 정부의 형식적 의견수렴 절차에 동원된 들러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흡수량을 계산하여 ‘0’을 맞추면 되는 수치적 작업이 아니라,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제로부터의 탈피 등과 같은 생명의 가치와 조화할 수 있는 삶의 방향과 사회 구조의 전환을 포괄하는 사회 전망이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정의당도 서면브리핑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제시한 세 가지 안 중 실제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안은 단 하나에 불과”했다며 “산업계의 온실가스 배출저감은 1,2,3안 모두 동일하게 설정돼 있어 산업계의 앓는 소리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또, “만약 1안과 2안을 선택한다면 파리협정을 정면으로 위반하게 된다. 탄소중립위는 초안을 전면 폐기하고 위원회 구성부터 새롭게 정비하길 바란다”며 “노동자, 농민 등 다양한 구성원을 보강하고 새로운 초안을 만들어 ‘탄소중립위원회’라는 이름에 걸맞은 활동을 펼치기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6일(금) “2049년까지 지금처럼 배출한다면 기후위기 대응은 실패한다. 그래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훨씬 중요하지만 탄소중립위는 일언반구도 없다”며 “기후위기의 원인을 화석연료라는 에너지원과 시민들의 무분별한 소비문화로 보기 때문에 해법으로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거나 핵 발전을 유지하고 ‘무탄소신전원’을 도입하겠다는 거다. 산업부문 에너지 수요 감축은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이어 “거대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수소 기술’, ‘차세대 바이오 연료’와 같은 미래 기술이 개발돼야 하고 화석연료가 내뿜는 탄소는 ‘탄소포집이용저장(CCUS)’기술을 개발해 해결하겠다고 한다. 기후위기의 책임은 오로지 ‘이윤축적’을 위한 ‘성장’만을 추구해온 기업과 자본 그리고 정부에 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여기에서 출발해야 했다”고 규탄했다.

같은 날 기독교환경운동연대도 “탄소중립 없는 탄소중립 시나리오, 전면 수정하라”고 성명을 내며 “이번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에너지 수요 자체를 줄이는 것보다는 에너지의 수급방식을 바꾸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에너지 수요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전망은 다른 부문과는 다르게 1,2,3안 모두 5310만 톤으로 고정이 돼있다. 또한 이번 시나리오에서 기업들의 기술개발과 투자를 추진한다는 유인책만이 나열되었을 뿐, 책임 있는 온실가스 감축을 이끌어 낼 규제에 대한 제안들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시나리오가 산업계의 의견이 크게 반영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길이 없다”고 유감을 표했다.

한편, 탄소중립위원회는 세 가지 시나리오 초안에 대해 9월까지 각 분야별 의견수렴을 거치게 되고 7일 출범하는 탄소중립시민회의를 통해 일반국민 대상의 의견수렴을 진행한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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