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개최된 건강한 도시숲을 위한 가로수 가지치기 개선방안 모색 정책 토론회(유튜브 화면 캡쳐)
지난 16일 개최된 건강한 도시숲을 위한 가로수 가지치기 개선방안 모색 정책 토론회(유튜브 화면 캡쳐)

[Landscape Times 승동엽 기자] 전정 시기만 되면 목만 댕강 잘린 가로수, 일명 “닭발 가로수”를 쉽게 볼 수 있다. 기후위기, 탄소중립이 환경정책 키워드를 차지하고 있지만 큰 틀에서 도시숲에 포함되는 가로수는 아파트나 상가 등 사유지에 심긴 경우 행정의 관리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실정이다.

산림청이 가로수 조성관리 매뉴얼 등을 만들어 지자체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 눈에는 그야말로 “가로수 수난시대”다.

과도한 가로수 가지치기 문제는 지난해 덕수궁 시청 앞 플라타너스 가로수 제거반대운동에서 증폭됐다. 이후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이면서도 전문적인 가로수 관리정책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지난 16일(수) ‘가로수 가지치기 개선방안 정책 토론회’가 국회 및 시민단체 주최로 온라인 생중계됐다. 이날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강전정 즉 “과도한 가지치기”에 대해 법적인 규제 및 세부 지침관리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동안 가로수 가지치기를 문제제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최진우 가로수를아끼는사람들 대표는 이날 발제를 통해 “잦은 강전정으로 뿌리가 썩고 갑자기 쓰러지고 가로수가 위험에 처해있다. 단순히 가지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원인을 따지고 되돌아보는 성찰이 필요하다. 만성적인 가지치기는 생태감수성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법령이나 조례에 의해 관리되는 공공 가로수보다 상가 앞 공개공지, 사유지, 학교담장, 아파트에 심긴 나무들이다.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호소했다.

최 대표는 “산림청의 법규가 있지만 실제로 시행되지 않는다. 강제성 담긴 법적 구속력이 없어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다. 상위 법률 차원에서 과도한 가지치기에 대한 법적 처벌 조치가 있어야한다”며 “무자비한 가지치기” 근절을 위한 법규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아울러 ▲강전정의 문제점을 파악해 국내 실정에 맞는 가지치기 안내서 제작, ▲행정의 손길이 뻗치지 않는 사유지 나무도 법적 적용대상으로 확대할 것, ▲올바른 가지치기를 위한 전문기술 교육과 인증제도 운영, ▲강전정·약전정 품셈기준 개정, ▲건강한 가로수를 위한 예방적 관리를 통해 나무 조사 평가 기록하는 과학적인 관리 등을 과제로 꼽았다.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가로수·도시숲 민관공동관리 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홍우 아보리스트(전문수목관리사)는 생활권 나무들이 썩고 속이 텅 비는 위험요소를 지닌 ‘위험목’이 되는 원인으로 대표적으로 ‘강전정’을 들었다. 절단으로 손상된 부분으로부터 부패가 일어나고 공동이 생기고 그로 인해 나무가 구조적으로 불안전해 쓰러지면서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아보리스트는 “국제수목관리학회에서는 성숙한 나무의 살아있는 가지는 자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자르더라도 나뭇잎을 25%이상 제거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과도한 가지치기는 나무의 모든 것을 파괴한다”며 “고유한 수형을 영구적으로 파괴해 구조적으로 불안전하게 만든다. 나뭇잎을 25% 이상 제거해 나무 건강을 해치고 기능적으로 치명적인 문제를 유발한다. 나무의 방어체계를 무너뜨려 부후균이 침투하게 한다”고 현재 가기치기 문제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나무를 두절하면 도장지가 올라오는데 도장지는 정상적인 가지와 달라 굉장히 불안전하고 쉽게 부러지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잎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6~7년은 소요된다. 그만큼 비용과 에너지가 더 든다는 것이다. 그는 “아보리스트는 VTA(Visual Tree Assessment) 기법을 통해 나무의 건강, 구조적 안정성, 위험도 3가지 항목을 평가한다. 그리고 진단결과를 바탕으로 관리계획을 세운다. 나무를 진단하고 관리한 결과는 기록해서 보관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수목관리에는 이런 나무 관리 시스템이 없다”고 말했다.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수목 ⓒ최재군 수원시 영통구 녹지공원과장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수목 ⓒ최재군 수원시 영통구 녹지공원과장

 

발제가 끝난 후 한봉호 서울시립대 교수를 좌장으로 ▲김주열 산림청 도시숲경관과장 ▲하재호 서울시 조경과장 ▲강찬호 한국전력공사 배전운영처 차장 ▲김양진 한겨례신문 기자 ▲최영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 활동가 등이 토론에 나섰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주열 과장은 강전정 가지치기와 토양환경에 따른 생육 불량, 전정작업 안전관리 강화 현안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 “민·관 협력체계 구축을 통한 가로수 조성·관리 강화 및 법령·제도를 개선하고, 강전정을 유발하는 양버즘나무 식재 비율을 감소 추진 및 다양한 가로수 관련 연구사업을 확대하겠다”며 수종 조정, 연구 확대를 계획했다. 또한, 가로수 기술자 과정 및 안전 교육을 확대·강화하고, 전문적이고 안전한 작업 수행을 위해 나무의사, 아보리스트 수목관리사 등 인력 양성 및 활동 지원을 약속했다. 아울러 가로수에 대한 시민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활동 강화 등 홍보 및 인식 개선에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재호 과장은 한전과의 매칭사업으로 배전선로 지중화사업을 언급하며 “지중화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물리적 생육한계를 제거하고 지중화율이 낮은 구도심부터 우선 시행해 균형발전을 유도하는 한편 가로수 생육환경 개선과 연계해 가로수 큰나무 만들기에 기여하겠다”라고 말했다.

강찬호 차장은 가로수 강전정 문제 해소방안으로 당단풍, 먼나무, 종려나무, 배롱나무 등 저수고 수종의 가로수로 변경하고 수목 구입비 등 일부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다. 또한, 흉고직경이 크고 오래된 수목, 가로수 밀집 지역, 차량진입이 곤란한 곳 등 가지치기 관리가 어려운 곳은 경과지내 배전선로를 케이블로 교체하고, 가로수 근접 배전선로를 지중화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최영 활동가는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도심 가로수에 대한 시민 인식조사’ 결과, “놀랍게도 97.8%의 시민들이 가로수를 ‘필요한 인프라’라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가지치기를 두고도 ‘정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시민이 87.9%에 달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조사를 통해 시민 96.8%가 인권이나 동물권과 마찬가지로 나무권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며, 지금부터라도 ‘나무권’에 대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좌장을 맡은 한봉호 교수는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국회와 산림청이 나서서 전문가, 공무원, 업계종사자들이 참여한 ‘(가칭) 아름다운 가로수 만들기 포럼’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포럼을 통해 가로수에 대한 현안과 이슈 등을 전문적으로 다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국회의원 강득구(교육위원회), 강준현(국토교통위원회), 김성환(산자위원회), 맹성규(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환경노동위원회) 주최, 가로수를아끼는사람들, 서울환경운동연합, 안양가로수네트워크, 인천녹색연합, 재단법인 수원그린트러스트 주관으로 진행됐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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