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 무장애숲길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지난 3일 성미산 삼단공원에서 주민과의 대화 재개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성미산을 지켜주세요~” “나무가 없으면 우리도 없다” “나무를 베지 말아주세요”

지난 3일(목) 성미산 삼단공원에 모인 주민들이 성미산 무장애숲길 개발 반대 피켓을 들고 집회를 벌인 가운데 마포구를 향해 “소수의 의견” “일방 통보하는 상생위원회”라 목소리를 높이며 민관협의체와 주민설명회를 통해 대화 재개를 요구했다.

마포구가 추진하는 성미산 무장애숲길 개발에 주민들이 직접 소통을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성미산 무장애숲길은 마포구가 숲의 공익적 기능을 목적으로 성미산을 빙 둘러 총 770m 길이, 목교로 이어지도록 계획된 사업으로, 구는 올해 초 조성 공사를 강행했다.

그러나 “난개발을 막고 생태적인 방법”으로 조성하기로 한 성산근리공원 민관협의체 합의를 근거로 환경단체 및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지난 2월 중단된 바 있다.

무장애숲길은 보행약자가 이동할 수 있도록 데크길 조성에 관한 건설로, 등산로 보수, 주택 인접지 위험수목 정비, 복합커뮤니티 건립 등이 포함된 성산근린공원 재조성 사업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논란이 일고 있는 무장애숲길 사업은 당초 770여m 길이에서 주차장에서 삼단공원까지 255m로 축소돼 변경된 상태다.

개발 반대 주민 측에 따르면, 성미산 정비사업을 둘러싸고 거버넌스로서 민관협의체가 지난해 9월 발족, 13개의 주민단체, 2개의 시민단체, 구 공원녹지과가 참여해 총 여섯 차례 회의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구는 공사중단 합의를 이뤄낸 지난 2월 이후 단 한 차례도 민관협의체를 개최하지 않았다. 민관협의체 대신 위원 자격이 법적으로 명시돼 있는 조례를 근거로 ‘상생위원회’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들은 구가 주민들의 지속적인 소통 요청에도 민관협의체의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성산근린공원 재조성을 위한 상생위원회를 꾸려 지난달 26일 회의 날짜를 불과 이틀 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울러 “상생위원회가 ‘소수’의 의견만 논의할 수 있도록 논의구조를 축소시킨다. 마포구는 예산소진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성미산에 모인 어린이들이 성미산 개발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 “주민과의 대화 약속

대화 현장 온라인으로 공개하기로”

이들은 구를 향해 민간협의체를 지속하고 협의체에서 논의된 합의사항을 이행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3일(목) 성미산 삼단공원에서 주민 및 상생위원들과 만난 박강수 구청장은 “민간협의체가 개인 단체라면 상생위원회는 조례에 탄생한 법률적 기구다. 여러분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여러 분야의 사람들로 구성됐다”고 선을 그었다.

구청장과 만난 한 주민은 이곳 성미산 인근 주민의 대표성을 갖는지 의문을 표하며 “성미산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구청의 설명을 듣고 싶어 한다. 구와 공원녹지과, 상생위원들이 무슨 생각을 갖고 고민하는지 대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발에 박 구청장은 “원칙적으로 성미산이 보존되는 방향으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마포구청에서 주민과의 대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주민과의 대화 현장을 온라인으로 공개하겠다는 주민 측 요구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구에 따르면, 무장애숲길 조성 목적은 노약자 등 보행약자가 쉽게 산을 오를 수 있도록 경사로가 완만한 데크길로 계획됐다.

이날 삼단공원에서 피켓 시위를 벌인 주민 김규화 씨(75세)는 “무장애숲길 물론 좋은 취지다. 성미산에 걷기 좋은 길이 너무 많다. 이 작은 산에 예산을 들여 꼭 하필 여기를 개발할 필요가 있나. 일흔을 넘긴 제 또래들도 와서 다 걷는다. 있는 그대로 이 산을 그냥 보고 싶다”고 호소했다.

5세 유아를 둔 주민 또한 “주민 반대가 심하니까 오늘 구청장이 산책길 정비 정도만 한다고 들었다. 데크를 설치하면 아무래도 산이 훼손된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데 이 곳에서 잘 뛰어논다. 성미산을 내버려뒀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움을 비쳤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성미산 삼단공원에서 주민들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구가 계획 중인 삼단공원 내 복합커뮤니티센터에 대한 반대 의견도 크다.

이날 집회에 유모차를 끌고 참석한 주민은 “무장애숲길이 어디에, 어느 길이로, 어떤 경로로 깔리는지 모른다. 수정된 계획에 대해서도 들은 적 없다”면서도 “흙을 밟고 울퉁불퉁한 길을 걷고 산을 느껴야지, 어른신들도 아이들도 삼단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특히 어린이집 아이들과 초등학생들이 삼단공원에서 즐겁게 논다. 이곳에 커뮤니티센터를 차리면 아이들이 놀 곳이 없어진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개발 반대 집회에 참가한 또 다른 주민은 “약자를 배려하는 의도는 좋지만 커다란 규모의 국립공원도 아니고 작고 가파른 산에 무장애숲길을 만들어야 하는지”라며 비난했다.

성미산은 해발 66m 높이의 작은 산이지만 솔부엉이, 소쩍새, 흰꼬리수리, 새호리기, 오색딱따구리 등 40여 종의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생태숲이다.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 측은 “이미 많은 개발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이번 사업으로 무장애숲길과 복합커뮤니티센터를 짓고 등산로 정비와 산림환경개선을 이유로 수많은 나무들을 벌목하게 되면 이들 생명들의 서식처가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하게 됨은 물론 성미산은 여느 근린공원과 다를 바 없는 숲이 아닌 그저 인간편의 위주의 공원화가 될 것”이라고 입장문을 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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