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동장 이대로 좋은가”…자연에서 멀어진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우려
“학교운동장 이대로 좋은가”…자연에서 멀어진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우려
  • 이수정 기자
  • 승인 2021.09.28
  • 호수 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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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물리적 틀 ‘학교’ 환경과
학교운동장의 생태적 전환 진단
‘기후위기 시대, 학교운동장의 생태적 전환’ 첫 번째 웨비나가 ‘지난 25일(토) 온라인 줌으로 개최됐다.
‘기후위기 시대, 학교운동장의 생태적 전환’ 첫 번째 웨비나가 ‘지난 25일(토) 온라인 줌으로 개최됐다.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기후위기 시대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정책 기조는 학교에서도 진행 중이다. 대부분의 학교운동장은 일제강점기 이후 획일화된 군사문화가 남아 있는 감시와 통제의 공간을 상기시킨다. 지금의 학교운동장은 입시제도에 떠밀린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자연을 누릴 권리나 놀 권리는 차단돼 있다.

텅 비거나 또는 주인을 빼앗긴 학교운동장에 생명을 불어넣고 학교 공간을 생태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후위기 시대, 학교운동장의 생태적 전환’ 웨비나가 ‘지난 25일(토) 온라인 줌으로 개최됐다.

이날 웨비나에서는 학교운동장에 대한 전반적인 진단과 함께 교육부가 18조 원 예산을 들여 노후 학교건물을 디지털·친환경으로 리모델링하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의 시설 편향, 이해관계자 배제에 대한 비판이 오갔다.

“학교운동장 생태적 공간으로 전환할 때”

학교조경 의무완화 건축법과 맞물려

학령인구 감소추세 이용패턴도 바뀌어

이재영 공주대 교수는 이제 학교 운동장이 “기계에서 생명의 공간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며 학교운동장의 재구조화로 운을 뗐다. 이는 기계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전환하는 시대적 요구와도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정작 학교 관련 탄소중립 정책에서는 생물다양성의 연결고리는 보이지 않는다. 이 교수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은 밀접한데 그린스마트미래학교에서는 이해가 부족하다”며 “학교가 상품을 만드는 기계 원리가 아니라 변화와 성장을 돕는 생명의 원리에 따라 운영 관리돼야 한다. 학교의 외부공간은 휴식공간을 넘어 생물다양성이 높고 생태전환을 위한 실험이 일어나야 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유지관리에 인적·물적 투자가 필요하다. 아이들이 지역 공동체와 함께 참여해서 가꾸고 돌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학교운동장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현실적 전제조건으로서 법 개선도 언급됐다.

안세헌 한국조경협회 수석부회장은 “아파트 외부환경 조경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데는 지금은 사라졌지만 「주택건설기준등에관한규정」에서 30%에 달하는 조경의무면적이 지대한 공헌을 했다. 건축법 제42조 대지의 조경에 규정된 15% 2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많은 지자체들이 (대지의 조경 적용을 받아) 학교조경 의무 면적을 법정 면적의 1/2로 완화해 적용하고 있다”며, 학교 외부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운동장의 경우 학교시설·설비기준령에 따라 지정된 체육장으로 학생 수가 현저히 줄어든 현실적 조건을 고려해 체육공원이나 건강숲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정책이 지역사회 거점으로서 생활SOC 사업과 연계된 학교 복합화사업이다. 물론 건축이 상당부분 중심이고 녹색과 관련돼 있는 측면들은 미비하다. 실제로 개축과 리모델링 과정에서 운동장 부지가 임시로 학생들이 수업하는 모듈형 교실로 재구성되는 한계도 있다. 향후 학교 운동장과의 연동 문제는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주도 미래학교사업 지역사회 참여 빗장

이해관계자 아동의 선택권 존중돼야

그렇다면 모든 아동들에게 학교 운동장은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비쳐질까. 학교 운동장은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아동 인권의 현주소를 대변한 상징적 공간이다. 운동장은 장애아동들에게 배제된 공간이며 조기축구 동호회로 때로는 출입 불가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은 “(그럼에도) 학교운동장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마스터플랜가이드가 없다보니 산발적이다. 관리도 합리적이지 못하고 숲을 만들더라도 골칫거리가 된다. 단발적 사업이 아니라 운동장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학교운동장의 근본적인 변화의 대안으로 “의사결정에서 그동안 배제돼온 어린이를 주요 이해관계자로 보는 것이다. 신체적 특징, 연령에 따라 공간 활동도가 달라진다”며 “유엔아동권리협약 4대 권리에 중점을 두고 운동장 그리고 그린스마트미래학교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기황 문화도시 연구소 소장은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전체 기획방향에 동의하지만 이 사업이 사전기획이 핵심인데 거의 형식적으로 남아 (개입할) 권한이 거의 없는 상태다”며 “18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쓰는 중앙정부 사업이라 학교를 사용하는 주체들이 이 사업 자체를 부정할 수 없게 만든 구조다. 학교시설이냐 운동장이냐를 넘어서 지역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학교라는 전반적인 공간에서도 이용주체인 학생들은 여전히 훈육의 대상으로 비춰진다. 정 소장은 “유네스코와 세계건축가협회에서 아동청소년을 위한 건조 환경 교육헌장을 권고하고 있으나 한국은 여기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학교라는 건조환경의 이용주체인 학생들이 참여해 미래환경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학교운동장의 생태적 전환

학교-전문가-지역사회 연계서 찾아

22년 동안 학교 현장에서 운동장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학교숲 조성에 동참해온 우명원 화랑초 교장에 따르면 도심 학교의 운동장은 면적이 작아지거나 심지어 사라기도 했다. 우 교장은 “지금까지 학교운동장은 체력증진이나 운동 측면에서 시설기준을 적용해 종일 학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려되지 않았다”며 “기후위기 극복은 자연체계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학교 안 생태공간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교육부의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정책에 아쉬움을 표했다.

김두림 노원초 교장은 학교 공간의 생태적 전환을 위해선 운동장이 생태전환 교육과정과 긴밀히 연계돼 교과과정에 통합될 것을 피력하며, 학교 내 외부공간의 전문적이면서도 지속적인 유지관리를 위해서는 학교와 지역사회 및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이번 웨비나는 (사)한국조경학회(학회장 조경진)가 (사)한국조경협회(회장 이홍길),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회장 박명권)와 공동 주최로 개최됐다. 두 번째 학교운동장 관련 웨비나는 오는 10월 15일(금) 대안 모색을 주제로 열린다.

[한국조경신문]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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