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열린 LH 가정2지구 통합놀이터 참여설계 전문가 회의 모습 ⓒ에스엘디자인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인천 가정2 공공주택지구 일원에 통합놀이터를 포함한 BF(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공원을 추진하는 가운데 기획 단계부터 사용자가 활용 및 운영에 관여하는 ‘참여설계형 통합놀이터’가 눈길을 끌고 있다.

통합놀이터 참여설계 전문가 회의가 지난 16일(월) 인천자연의벗 주관으로 인천 서구사회적경제마을지원센터에서 개최됐다.

학부모, 설계사, 시민단체, 인천 서구청, 아동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번 회의는 LH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통합놀이터 조성을 앞두고 지역 주민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의체 운영을 꾸리고 이를 통해 설계 과정부터 조성 후 운영 관리와 활용방안까지 이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통합놀이터란 차별의 벽을 넘어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분리되지 않고 한데 어울려 놀 수 있는 디자인의 놀이터로, 글자그대로 “통합”에 의한 평등한 놀이터를 말한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 팬데믹으로 도시공원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장애유무, 연령, 빈부 등 다양한 계층의 공원 접근성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불거진 장애인 이동권 또한 불평등한 사회 환경을 환기시켰다.

지난해 말 ‘장애인등편의법’ 개정에 따라 도시공원 및 공원시설에 BF 인증이 의무화한 가운데 전국 놀이터 중 통합놀이터는 약 20여 곳으로 0.03%에 불과한 실정이다. 통합놀이터가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함은 장애아동의 놀이환경 또한 열악하다는 반증이다.

여기에는 법적 구속력 있는 통합놀이터 관련 제도 및 전문교육 인력 부족, 운영을 위한 예산 확보 등의 어려움을 들 수 있다.

이날 회의에 앞서 조경설계를 담당한 에스엘디자인(주)의 김성진 대표가 통합놀이터 및 BF공원·녹지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근린공원의 핵심공간인 통합놀이터 디자인을 소개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BF공원으로 접근성을 높이는 가운데 통합놀이터는 근린공원 내 약 3200㎡ 남짓 규모로 인접시설과 연계, 누구나 편리할 수 있게 이용할 수 있도록 어디서든 진입할 수 있는 “오픈(열린) 공간”으로 의도됐다. 통합놀이터는 순환산책길을 따라 만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본구상으로 하되 시설물을 최소화하고 “빈 땅”과 “커뮤니티 공간”을 강조하면서 ‘놀이’와 ‘운영·관리 및 활용’에 초점을 뒀다. 설계 단계부터 시민이 주도하는 거버넌스 연계 관리 및 운영방식을 염두한 디자인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거버넌스 구축은 통합놀이터가 참여설계에서 그치지 않고 조성 후까지 지속가능한 운영·관리의 전제가 된다.

“거버넌스 구축서 통합놀이터 운영·관리 해법 찾는다“

놀이전문가, 교육 인력 상주 프로그램 강조

놀이가 자유로운 ‘빈 땅‘, 커뮤니티 공간’에 공감

이날 회의에 참석한 황창선 가원초 교장은 교육공간으로서 놀이터 역할을 제안하며 “숲 체험 강사나 놀이강사가 상주해 인근 학교로부터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 받아 주기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활용성이 높아질 것이다. 요새 학교 운동장은 손바닥만 하다. 공간이 매우 좁다. 통합놀이터가 교육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진규 계산초 교장은 통합놀이터의 디자인 두고 “아이들이 흙무더기를 쌓아놓고 놀곤 하는데 물을 뺀 부분이 아쉽다. 한쪽 둘레에 물이 흘렀으면 좋겠다”며 물 요소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처럼 운영되려면 무엇보다 인력과 예산 투입 등 행정의 지원이 절실하다. 참가자들은 서구청이 운영하는 유아숲 프로그램을 통합놀이터와 연계하는 등 참여설계를 통해 점진적으로 활용 방안을 찾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황 교장은 “가정1지구 바람꽃공원이 비싼 돈을 들여 수변공간을 만들었으나 관리주체가 없어 2년째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모험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그늘목 식재나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빈 땅에 마음껏 흙 놀이하면서 미끄럼 타고 놀 수 있는 공간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유지관리 주체인 서구청의 정재우 공원녹지과 주무관은 “수경시설은 유지관리가 힘들다. 제대로 관리하려면 상시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고 운영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초등학생을 둔 이경희 가좌초 학부모는 공원 이용자 입장에서 의견을 폈다. “보통 공원이 사계절 없는 이미지가 크다. 너무 덥거나 추우면 이용할 수가 없다. 숲, 생태 측면에서 다양한 나무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통합놀이터 디자인의 커뮤니티 공간에도 반가움을 표했다.

박선하 인천자연의벗 사무국장은 “일반 학부모들이 통합놀이터를 인지하지 못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통합놀이터 요소도 중요하지만 공감대를 갖고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통합놀이터에 대해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도 고민해야 한다”며 통합놀이터 인식 개선을 과제로 꼽았다.

김 대표는 “통합 놀이터 조성까지 몇 년 걸리고 조성하고 나서도 서구청에 이관되기까지 2년이 걸린다. 주민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프로그램이 안착되길 바란다”며 “통합놀이터가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통합놀이터와 BF 공원이 LH가 처음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통합놀이터 가이드라인을 시발점으로 전국적 파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LH 가정2지구 통합놀이터 참여설계를 주관하는 인천자연의벗은 향후 통합놀이터 홍보와 함께 온라인 설문조사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6월 중 전문가와 일반시민, 지역의 놀이활동가 등을 대상으로 통합놀이터 포럼과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워크숍을 진행할 계획이다.

두 번째 열릴 전문가회의에서는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누릴 통합놀이터 디자인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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