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구곡 암서재 원림의 하루암서재는 우암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이 학문에 정진하고 나라를 위해 고민했던 곳이다. 그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암서재 주변을 감싼다. 암서재는 고요한 어둠 속에서 천천히 눈을 뜬다. 암서재 주변의 반석군은 밤새도록 쌓였던 이슬을 머금고 촉촉하게 반짝인다. 맑은 계곡물은 새벽 공기를 깨우는 노래를 부른다. 동녘에서 붉은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곳곳의 구곡원림을 따스한 빛으로 감싼다. 암서재는 그 빛을 받아 더욱 뜻이 높고 고상하다.우암은 일찍 일어나 얼굴 부위의 혈을 주무르며 하루를 연다.
주변 풍광이 영혼을 맑게 하는 수운정(水雲亭)제천, 청풍, 단양, 영춘의 사군산수(四郡山水) 중 단양필경은 조선의 시공간을 넘어 근·현대의 질곡에서 여전히 명승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삶의 억척스러움과 경망스러움, 산업 발전에 따른 자본의 천박함 같은 것, 주변으로 내모는 진솔함이 있다. 단양 산수는 여전히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원형 그대로의 자연 경물로 질박한 원림 미학을 구가한다. 뿜어내는 풍광의 중심과 주변은 보편의 경관 미학으로 가득하다. 과대포장하거나 자본의 논리에 침식당하지 않으면서 특정 풍경의 틀 속에 안온하다.
조용하고 한적한 효심의 공간 미학시의 경지는 사람의 마음을 잡는 매력의 공간에서 떨치고 일어난다. 한국정원문화에서 수없이 싹트고 반복 재생되는 시의 창작 또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공간에서 비롯한다. 한국정원문화는 규모와 지형지물에 따라 감동의 결이 다르다. 공간의 규모와 분위기가 웅장하여 감복하기도 하지만, 아주 조용하고 한적하여 소박한 미학을 보여주어도 감읍한다. 웅장보다 소박이 주는 아름다움에 더 크게 감동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번 정원문화답사는 그러한 소박한 아름다움이 주는 누정을 찾았다. 아주 화려하거나 규모의 웅장함보
사군산수(四郡山水)라는 버킷리스트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한 번 다녀와야 하는데….”를 연발하였다는 것이다. 영남이나 호남의 사대부에게 ‘사군산수(四郡山水)’ 또는 ‘사군강산(四郡江山)’은 더욱 특별하였다. 탐승지로서의 신비한 풍모를 보고 싶어 한시바삐 나서고 싶었던 곳이다. 사군(四郡)은 제천, 청풍, 단양, 영춘을 말한다. 서로 인접하여 대부분 암벽 산으로 이루어진 궁벽한 곳이어서 함부로 찾아들기도 쉽지 않았던 시절이다. 암벽 산 주변으로 남한강의 비경이 곳곳에서 넘실댄다. 암벽에서 뿜어나오는 화기(火氣)를 강물의 수기(水氣)가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조성한 ‘비석골 휴가든’이 2023 대한민국 아름다운 정원 공모전에서 어울림정원상을 수상했다.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주최하는 ‘대한민국 아름다운 정원 공모전’은 국내 아름다운 공공정원을 발굴하고 이웃과 소통하는 정원문화를 활성화하고자 개최됐다. 누구나 이용가능한 공공정원을 대상으로 전국의 45개 정원이 응모, 총 7개소가 우수정원으로 선정됐다. 이 중 노원구 월계동에 소재한 '비석골 휴가든'이 어울림정원상을 수상했다.비석골공원 내 165㎡ 규모로 60평 남짓한 ‘비석골 휴가든’은 작지만 확실한 스토리텔링을 담고
내면 조사(照射)의 명랑함이 깃든 무기연당내면을 비춘다. ‘내면 조사(照射)’의 시간이다. 다습은 햇빛의 부드러운 기운이 마음을 덥힌다. 따듯하여 훈훈해진 온도로 내 안을 들여다본다. 곧잘 다정한 햇빛을 불러 마음 다독거리는 ‘조사’의 명상을 즐긴다. 나의 내면을 되돌아보는 일은 잦을수록 환하다. ‘내면 조사’는 내가 보이는 외양(外樣)의 성품이다. 외양은 내면에 축적된 따사로운 기운을 바깥으로 드러나는 인간미이다. 외양에서 느끼는 고상하고 독특한 분위기나 품격이 있다. ‘내면 조사’의 명랑함이 만든 기장(氣場)이다. 무기연당(舞沂
다섯 살 때 홍천 범파정 탐방을 시작으로 함흥의 풍월강산 주유천하까지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는 철마다 새롭다. 피고 지는 꽃의 표정에서 신록에서 성록으로 짙푸르다. 무엇보다 나무에 매단 수목 표찰의 쓰임새가 놀랍다. 초중고 학생이 등교한 후인 9시 이후는 갑자기 세상이 고요하다. 어린이집 등원하는 아이와 엄마의 정다운 대화 정도의 속삭임에 이끌린다. 아이가 엊그제 환했던 꽃을 기억한다. 꽃 지고 무성한 잎만 매달린 커다란 나무 앞에 멈춘다. 그 아이 몸통과 비슷한 굵기의 나무줄기와 마주하였다. 저만치 언덕 위 앞서던 엄마가 뒤돌아 아
농월정과 방화수류정 그리고 영화 ‘청풍명월’영화 ‘청풍명월(김의석 감독, 2003)’은 엘리트 무관 양성소 ‘청풍명월(淸風明月)’에서 만난 최고의 검객 두 남자의 우정과 운명을 그렸다. ‘청풍명월’은 태평성대를 바라는 백성의 바람과 가치를 위하여 건립한 공공 기관이다. 중립 외교의 광해군과 존주대의(尊周大義)¹의 명분을 지닌 사대부의 갈등이 고점을 찍은 폭풍 전야의 상황이다. 명분은 권력욕을 낳고, 이상과 현실은 늘 길항한다. 노회한 정치가는 시대의 젊으신네를 아프게 한다. 시대적 배경은 조선 후기가 시작된 광해군과 인조반정 전후이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비지정문화재인 ‘봉화 청암정’, ‘영주 부석사 안양루’, ‘영주 부석사 범종각’ 등 3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하고, 경상북도 영천시에 위치한 ‘영천 인종대왕 태실’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되는 봉화 청암정(奉化 靑巖亭)은 경북 봉화군 안동권씨 충재종택 경역 내에 위치한 정자로, 인근에 위치한 석천계곡의 석천정(石泉亭) 등과 함께 현재
사대부의 출처관에 기록된 원림 문화사대부는 글을 읽는 선비인 ‘사(士)’와 벼슬하여 관료가 되는 ‘대부(大夫)’가 합쳐진 말이다. ‘사’는 은거하며 심신을 수양하는 ‘수기(修己)’의 생활을 한다. 이를 ‘처(處)’라고 한다. 반면에 ‘대부’로서 조정에 나아가 정사에 참여하는 ‘치인(治人)’을 ‘출(出)’이라 한다. 처는 수기에 들고 출은 치인에 나선다. 여기서 처
사의재와 보은산방강진군은 1417년 도강현과 탐진현을 합쳐 강진현이 되었고 1896년 행정제도 개편으로 강진군이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강진은 다산 정약용의 세 번째 유배지로 18년간 머문 고을이다. 다산은 ‘강진에 대한 대답’에서 강진을 살기 좋은 곳이라 했다. 지인들은 “강진은 죄인을 유배 보내는 외진 곳인데 어떻게 살 수 있는가?” 하며 슬퍼했다. 다산은 ‘겨울이 따뜻하여 귤과 유자를 생산할 수 있고 땅이 얼지 않으며 여름은 서늘한 기운이 높아 살기 좋은 고장&rsquo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과거 물자 교류의 기능을 담당했던 민간교역로 ‘옛길’이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훼손을 막고자 명승으로 지정된다.문화재청이 옛길의 훼손을 막고 보존할 수 있도록 ▲‘삼남대로 갈재’, ▲‘삼남대로 누릿재’, ▲‘관동대로 구질현’, ▲‘창녕 남지 개비리’, ▲‘백운산 칠족령’, ▲‘울진 십이령’ 총 6개의 옛길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 예고했다
[LandscapeTimes][한국조경신문]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지난달 29일(토) 한국조경학회(학회장 조경진)와 한국도시설계학회(학회장 이제선), 도시정책학회(학회장 이명훈)가 공동주최하고 한국조경학회 공원녹지연구회(회장 안승홍)가 주관한 ‘도시재생 수단으로서 공원녹지와 시민참여’를 주제로 웨비나가 개최됐다.‘국립 4‧19민주묘지 공론화를 통한 시민친화적 공간재생 방안’과 ‘조경이 만드는 도시재생 : 공원녹지에서 일상경관으로’, ‘도시재생 성패(成敗)를 좌우하는 것들 : 1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전주시가 백제대로~기린대로~장승배기로 등 18㎞ 구간의 보도 폭을 줄이고 녹지면적을 넓히는 도시 바람길 숲 조성에 박차를 가한다.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를 저감하고 열섬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백제대로 등 주요 도로에 바람길숲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이를 위해 내년 12월까지 국비 100억 원을 포함해 총사업비 200억 원을 투입해 백제대로와 기린대로, 장승배기로 등에 ‘도시 바람길숲’을 조성할 계획이다.올해에는 백제대로 명주골사거리~사대부고사거리~종합경기장사거리
[Landscape Times 김효원 기자]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왜 필요한가?’를 놓고 18일(금)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전문가 및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기위한 1차 토론회가 개최됐다.토론회에서 신당동에서 왔다는 한 시민은 “박원순 시장님, 재임기간 안에 꼭 광화문 광장 재조성을 해야 합니까?”라고 질문하며 늦더라도 제대로 된 광화문 광장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또한 “광장을 만들기 전에 광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목적을 생각해 달라”, “광화문 일대
[Landscape Times] 정원박람회를 통해 새로운 정원의 탄생이 기다려지는 계절이다. 봄보다 꽃이 적은 계절 가을. 오랫동안 고심하며 준비하였을 그들의 열정과 구슬땀으로 갓 순산한 정원은 기대감과 설렘으로 가득하다. 10여년 이상 지속된 정원의 조성과 시민정원사 교육 등의 노력은 일반인들에게 정원을 생활문화로 접하게 하였으며, 전공자들에겐 직업으로서의 가치를 갖게 하였으며 정원을 둘러보는 다양한 단체와 모임을 잉태시켰으니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정원을 만들며 전통!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전통적인 정원요소와 재료,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고산 윤선도(1578~1671)가 은둔 생활을 위해 찾은 보길도 입도에 대해 일반적으로 ‘우연한 입도’라는 주장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금산이었던 보길도의 변화와 윤선도의 행적들을 보면 단순히 우연이었을까? 라는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논문이 발표돼 관련 학계에 새로운 반향이 일고 있다.이태겸 에스이공간환경디자인그룹 공공디자인연구소 소장 겸 조경학박사와 김한배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가 집필한 ‘조선조 토지제도와 인식을 통해 본 보
[Landscapetimes][한국조경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