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홍 한국조경학회 공원녹지연구회 회장
안승홍 한국조경학회 공원녹지연구회 회장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지난달 29일(토) 한국조경학회(학회장 조경진)와 한국도시설계학회(학회장 이제선), 도시정책학회(학회장 이명훈)가 공동주최하고 한국조경학회 공원녹지연구회(회장 안승홍)가 주관한 ‘도시재생 수단으로서 공원녹지와 시민참여’를 주제로 웨비나가 개최됐다.

‘국립 4‧19민주묘지 공론화를 통한 시민친화적 공간재생 방안’과 ‘조경이 만드는 도시재생 : 공원녹지에서 일상경관으로’, ‘도시재생 성패(成敗)를 좌우하는 것들 : 1 Building vs 100 Pocket Park’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으며, 이후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본지는 이날 진행된 내용을 요약해 지상중계한다.

한 공간에서의 공존 필요

박태원 4·19사거리 도시재생센터 총괄코디네이터이자 센터장 겸 광운대 교수는 ‘국립 4‧19민주묘지 공론화를 통한 시민친화적 공간재생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국립 4.19민주묘지의 연계 방향과 그리고 향후 시사점을 던져 정책적인 방향을 한번 모색해보고자 한다. 4·19민주묘지의 직접적 이해자인 분들도 있고 또 그 묘지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다른 어떤 생각들이 있다.

여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세대 간의 다양한 어떤 생각과 기준이 이제 변하고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면서 정말 공감할 수 있어야 그 해당하는 원래의 목적이 살아나고, 지속 가능성을 갖고 또 지역과 연계하면서 생명력 있는 장소성으로 진화하는 그런 과정들이 필요하다고 본다.

돌아가신 죽은 자와 살아있는 자가 하나의 공간에서 공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는 그런 방법의 전환, 그리고 가치의 전환 같은 것들이 이제 필요한 시대가 됐다.

다크 투어리즘을 너무 어둡게만 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긍정과 그리고 그런 역사적인 상황을 같이 공존시킬 수 있도록 해 주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좌측 위에서 시계방향) 김도훈 조경하다 열음연구소장, 박재민 청주대 교수, 박태원 광운대 교수
(좌측 위에서 시계방향) 김도훈 조경하다 열음연구소장, 박재민 청주대 교수, 박태원 광운대 교수

 

지속가능한 도시 구현

박재민 청주대 교수 겸 충북 음성군 시장통 도시재생센터 센터장은 ‘조경이 만드는 도시재생 : 공원녹지에서 일상경관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최근에 장소 정보를 어떻게 디지털 경관으로 변환시킬 것인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도시라는 것이 사람이랑 똑같다. 사실 성장하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쇠퇴하게 된다.

쇠퇴한 시점에 이것이 과연 사라지게 놔둘 것이냐 아니면 다시 재생을 통해서 살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다만 우리 도시들은 이미 많은 부분 개발이 됐기 때문에 쇠퇴하는 도시가 더 많아진 것이다.

그런데 도시재생이 만병통치약일까? 생각하면서 사실 그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이게 비용이 많이 드는 연명 치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가 무시되는 현실 속에서 최소의 가치를 조금이나마 이어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도시재생이 아닌가 생각된다. 기존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보존하는 것 그리고 이것을 통해서 오픈 스페이스를 제공하는 것이 도시재생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도시재생에 있어 조경이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만든다거나 공동체 정원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을 한다.

단순하게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정원에 있는 코타나의 감각부터 거시적 도시의 미래까지 포괄해서 통찰함으로써, 도시가 지속가능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구조한다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건물하나 vs. 100개의 정원

김도훈 북촌도시재생지원센터 운영총괄 겸 조경하다 열음연구소장은 ‘도시재생 성패(成敗)를 좌우하는 것들 : 1 Building vs 100 Pocket Park’를 발표했다.

지금 하고 있는 도시재생은 5년, 10년 정도의 단기 과정이 있기 때문에 마중물이라고 생각한다. 마중물을 통해 축적된 경험들이 이제부터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분명히 생각한다. 지금까지 과정은 사실을 허투루 했던 게 아니다.

도시재생은 물리적 개발을 해서 무언가를 만들고, 만들어진 것을 통해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 그 이상이다. 그게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와 지속 가능성과 회복력이라는 어떤 변화를 우리가 해야 되는 재생사업의 의미인 것이다.

도시재생에 있어 앵커시설 하나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고 가장 부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앵커시설이 도시재생에 근본적인 변화의 촉발점이냐 라는 부분은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건물 하나를 만드는 것과 100개의 공원을, 100개의 정원을 만드는 것의 차이는 지역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고 거시적인 방향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에서 성과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앵커시설은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면서 공간의 특성들을 많이 부여하고 작동될 수 있도록 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전문성의 결여가 문제였다. 여기에 비전문가 집단인 주민을 행정은 믿지 못했고 불신만 존재했다.

그렇다면 주민들이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무엇일까를 고민했을 때 출발한 것이 정원이었다. 직접 참여를 했고 직접 공사까지 주민들이 하면서 자연 공간의 변화를 만들었다.

조경을 통해 운영전문성을 함양하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 지속적인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성과의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기획과 연습, 실전과 평가를 통해 지금부터 변화를 만들고자 한다.

 

이명훈 도시정책학회장(좌측)과 이제선 한국도시설계학회장
이명훈 도시정책학회장(좌측)과 이제선 한국도시설계학회장

 

지정토론에서는 안승홍 한국조경학회 공원녹지연구회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김영민 한국조경학회 집행이사, 송기황 한국도시설계학회 이사, 이재수 도시정책학회 혁신위원장, 이범현 성결대 교수가 참여했다.

이범현 교수 : 도시재생 사업은 국토연구원에 있을 때 법을 만들면서 관여했는데 융복합이 잘 이루어지고 이게 마중물이라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을 알게됐다.

또한 도시만의 그들만의 어떤 정체성이 중요하다는 것. 역사와 문화 이러한 정체성 자산들, 그리고 사실 주민들도 그 안의 정체성 중 하나의 요소이기에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과연 도시재생이 어떤 의미하고,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지 도시재생의 가치가 뭔지, 어떻게 발전해야 될 건지. 사실 제가 학교 다닐 때 재개발·재건축 얘기밖에 안 들었다.

오늘 발표를 들으면서 도시재생사업이라는 게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될 건지에 대한 것들을 생각 해 봤다.

부처별로 이루어지는 사업들을 모두 연계하자라는 의미에서 도시재생사업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독산2동 도시재생사업을 하고 있지만 부처별로 일어난 사업들이 정말 따로 놀고 있다.

스마트 도시 챌린지사업도 국토부에서 하는데 국토부 내에서 과들로 하는 사업들도 연계가 안 되고 있다.

거버넌스 체계와 연계형 사업들이 집중적으로 일어나 도시재생사업이 발전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것들은 앞으로 우리가 계속 고민해야 될 부분이다.

10년 전에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됐을 때하고 지금하고 비교를 해 본다면 전혀 발전이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경과 도시가 만나고 건축이 만나고 또 이런 정책들이 만나는 그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송기황 이사 : 주거와 상업 기능이 혼재된 도시 안에 4·19민주묘지 위치해 있어서 시민의 일상과 매우 밀접한 물리적 환경에 놓여 있다. 그런데 이 지역의 영 이름 자체가 민주묘지 ‘묘지’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왜 내가 사는 동네의 이름이 “묘지냐”라며 개선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제 4.19 민주묘지 측에서도 입장료도 무료이고, 주차 공간도 2시간까지는 개방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4.19 민주묘지 공론화를 통해서 얻은 것은 지역 주민의 바람은 좀 더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엄숙주의 민주묘지 내에 사람들의 사용자의 행동을 제한하고 있고, 또 낮 시간만 개방하고 있는 폐쇄적인 운영은 사회 모든 세대들을 아울러야 하는 여가의 장소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얘기하고 있다.

또한 주민과의 소통이 되지 않는 하나의 커다란 고립된 장벽과 같은 것으로 인식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추모공간은 매장 방식의 묘지여야 하는, 다소 어떻게 보면 풍수지리에 기초한 정서가 깊게 자리잡아 있는 것 같다.

미국의 베트남 참전 용사기념 공간이나 독일의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미국의 그라운드 제로 같은 추모 공간들을 보면 묘지를 찾아가서 참배하는 방식이 아니고 시민의 일상을 담는 공원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각각의 공간 연출이나 창의적 콘텐츠들을 통해 추모 기능과 역사적 기능을 강화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왜 우리나라는 그러한 공간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지 그런 부분에 대한 개선도 많이 필요하다고 판단이 된다.

 

이재수 위원장 : 공원 녹지와 시민 참여가 도시재생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라는데 동의한다. 그리고 몇 가지 경험을 통해서 보면 사회적 수요도 굉장히 크다는 것에도 동의를 한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서, 왜 우리나라 사회에서 공원녹지 또는 조경을 통한 도시재생이라고 하는 수요가 크게 발생할 수 있었던가라고 하는 것도 좀 생각을 해 봤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1인당 공원녹지 면적 같은 게 과거에는 많이 부족했다라고 얘기가 나오는데 최근 자료를 검색 해보면 여전히 다른 나라 도시보다 훨씬 규모가 작다.

그 얘기는 뭐냐면 시민들이 또는 주민들이 그거에 대한 니즈가 훨씬 반대급부로 크다는 얘기다.

또 하나 의문은 전국에서 일어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보면 왜 우리는 어울림센터에 매달리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전국의 몇 백 개에 달하는 도시재생사업에서 어울림센터와 같은 공공시설물을 엄청나게 많이 짓는다.

전국에 수백 개가 되는데 이게 도대체 나중에 어떻게 유지하고 관리하고 운영할 것이냐. 이건 김도훈 소장이 아까 말했는데 그 질문에 굉장히 공감한다.

지역 자산화에 대해서 우리가 좀 깊이 있게 사회적 논의를 하고 그런 사례들을 만들어가는 작업들이 필요할 것 같다.

 

김영민 이사 : 우리나라 도시재생은 외국과는 다른 방식의 재생이다.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이 당면한 어떤 문제를 좀 과격하게 말하자면 2가지라고 보는데 하나는 민본주의이고 하나는 도덕주의인 것 같다.

민본주의는 도시재생에 있어 주민이 근본이 되는데, 민본주의의 중요한 핵심은 주민이 주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임금 또는 사대부 집단이 된다.

외국과 차이를 보이는 것이 이 부분인데 주민들과 정부는 친하지 않다. 조경에서 재생사업으로 유명한 공간이 미국 하이라인인데 조성 당시 시와 시민들은 서로 소송을 하기도 했다. 도시재생은 어쩌면 투쟁의 역사이다.

약간 우리의 도시재생은 시민들한테 너무 쉬운 것 같다. 전부 다 해주기 때문이다. 학회 논문들을 보면 전부 다 아름다운 얘기들만 있는데 외국의 논문들을 보면 갈등에 대한 초점이 많이 돼 있다.

도덕주의를 보면 관이 주도를 한다. 그러다보니 주로 약자 중심, 소외받은 이들을 위한 것이 도시재생처럼 한다. 그러다 보니 관은 주민들이 요구를 하면 들어주는 방식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항상 약자 소외받는 분들, 이런 분들뿐만 아니라 조금 더 확장할 필요가 있지 않나. 그 점에서 조경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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