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디자인 카피, 어디까지 용납할 것인가
[기자수첩] 디자인 카피, 어디까지 용납할 것인가
  • 지재호 기자
  • 승인 2019.05.08
  • 호수 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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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카피? 조경업계에서는 그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해외에서 온 것도 있기 때문에 ‘누가 먼저다’라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속상해 죽겠어요. 해당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디자인해서 선보이는데 얼마 후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작품이 나오는 것을 볼 때면 어이가 없어도 하소연을 못하고 있어 분통만 터집니다.”

위의 말 중 어느 쪽에 공감이 더 갈까? 디자인 카피는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물론 조경업계에서만 발생되는 일도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지 않고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넘어 우려스러움이 크다.

저작권은 ‘창작물을 만든 사람의 노력과 가치를 인정하고,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적재산권은 산업 및 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재산권과 신지식재산권으로 구분되는데 조경시설물의 경우 산업재산권에 포함된다. 이는 법으로 정의돼 있다.

모 기업은 10여년 넘게 판매해 오던 제품을 다른 기업이 비슷하게 만들어 출시하면서 벌써 몇 년째 특허분쟁을 벌이면서 정신적·물리적 소모만 이어지고 있다.

각종 꽃박람회나 정원박람회 등 작품에 대한 논란은 더욱 심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맨 앞에서 말한 내용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서 본 것도 있기 때문에 ‘누가 먼저다’라는 말을 못 할 것이다”라는.

마치 면제부를 쥐어 주는 말처럼 느껴진다. 디자인 카피는 분명 범법행위다. 그러나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속한다.

그리 넓지 않은 조경이라는 작은 시장에서 생존을 하기 위해서는 내 작품이 누군가에 의해 복제되고 또 다른 창조물처럼 평가를 받는다 해도 홀로 속앓이만 해야 한다.

공생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생존 방식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경시설물 업체는 다를까?

다를 게 없다. 이 역시 공생관계를 위해 희생을 요구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받지는 않는다. 어느 순간에는 갑의 입장에서 일을 진행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 카피가 관례처럼 돼서는 안 된다. 그렇다보니 어떤 기업인의 말이 생각난다.

제품이 너무 좋은 나머지 특허출원해서 조달등록 직진할 것을 권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충격적이지만 뼈아픈 실상을 대변했다.

“특허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특허를 내면 모든 기술들에 관한 사항을 드러내게 된다. 중요 기술이 보호되면 좋지만 이것을 변형해 새로운 기술처럼 둔갑해 시장에 출시되는 것을 많이 봤다. 이제는 그런 어리석음은 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것은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이 발휘될 수 있도록 지켜주는 공생관계를 꿈꿔본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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