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식물원 혹은 수목원의 역할은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대표적 생태지표종이라 알려진 토종벌이 사라져가는 오염된 지구에 미세먼지라는 악재까지 겹쳐 식물과 숲, 공원에 대한 중요성 체감지수는 높아만 간다. 여기에 예고된 기후변화로 종다양성 보존이라는 수목원 고유의 역할은 더욱 부상하고 있다.

그래서 오는 5월 정식 개방하는 서울식물원과 함께 도심형 지역거점 수목원으로서 2022년 개방 예정인 수원수목원 조성 소식은 반갑다.

특히 수원수목원이 조성되는 일월공원은 수원시가 지방채 발행과 토지보상을 통해 부지매입을 추진, 2020년 실효를 앞둔 도시공원 일몰제에서 비켜가게 됐다. 수목원으로 조성되는 영흥공원도 민간자본유치를 통해 민간사업으로 일부 수목원으로 조성된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에 대한 방안 모색 결과 수목원으로 조성되면서 수원수목원은 자연스럽게 도심 안 생활밀착형 미션을 품게 됐다.

지난 26일 수원시가 개최한 수원수목원 조성 과정 시민참여 토론회에서 수목원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시는 지속적인 공청회와 소통창구를 통해 수목원 조성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을 약속했고 토론장에서 시민들은 진지하게 각자의 의견을 내놓았다. 토론장에서 현장설문 결과 시민참여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는 여러 항목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임시 개방 후 지금까지 방문자 수 200만 명을 넘은 서울식물원의 경우도 폭발적 수요에 직면했다. 본격 개방 전 무료입장을 감안해도 식물원 직원들조차 기대 못한 결과라 말한다. 주52시간 근무제 배경도 있겠지만 그동안 생활권 내 녹색문화가 절실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두 식물원의 공통점이자 경쟁력은 도심형수목원을 지향함으로써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용이한 곳에 위치해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서울식물원의 경우 가드닝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율은 매우 높다. 신청 노출 이틀 만에 마감되는 일도 허다하다.

도심형식물원 비전은 그래서 시민참여와 궤를 같이 한다. 외국과 달리 국내수목원이 기본설계부터 완공까지 비교적 짧은 기간 조성된다. 그렇다면 수목원 혹은 식물원은 콘텐츠를 시민들과 공유하며 무엇보다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지역사회와 함께 가꿔나가야 한다. 식물원·수목원은 동·식물, 사람의 활동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완성되며 지속적인 시민들의 참여 속에서 천천히 진화해갈 것이다.

어린이정원으로 유명한 뉴욕 브루클린식물원의 경우 어린이들이 평생 가드너로 자랄 수 있도록 교육활동프로그램이 다양하다. 또한 모든 연령대를 위한 가드닝교육 프로그램, 워크숍, 투어가 진행되며, 젊은 세대들의 도시녹화활동, 커뮤니티 활동, 자연과의 연계활동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100년 역사의 힘이다.

지역거점으로서 도심형수목원의 청사진, 단순히 지자체 성과에 머물기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그려볼 것을 기대한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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