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처럼 살기를 실천하려는 글쟁이 저자와 포레스트 갤러리 도슨트 화가의 만남으로 이루어낸 그림 에세이.

저자는 동양철학과 유학을 공부하고 강의하던 중, 식물의 지혜에 빠져들어 식물인문학 연구를 시작했다. 그림 작가는 아침고요수목원, 광릉국립수목원에서 숲해설가로 일하면서 대자연을 예술작품으로 인식하고 이를 해설하는 인터프리터이자 포레스트 갤러리 도슨트이다.

저자는 보도블럭 사이에 촘촘하게 피어난 작은 꽃을 보고는 감탄과 궁금증이 겹쳐져 식물에 관한 책을 한 권 쓰고 싶어졌다고 한다. 어디서나 씩씩하게 살고 있는 그들에게 한 수 배우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식물을 공부하면서 더 많은 부분을 알게 되고 식물이 순응하고 자족하지만 자신을 지킬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이 그들을 해칠지라도 어떻게든 살아남는 재주 말이다. 밟히고 뜯기고 꺾이고 갉아 먹히고 뽑혀도 어떻게든 살아남는 강한 면모를 보며 저자는 한편으로 당황했다.

착하고 순진한 모습을 주로 담으려고 했었다는 저자는 의외로 강인한 모습에 당황하고 망설여졌다고 한다. 두 가지 면모 중 하나를 버리고 쓸 수는 없었다. 결국은 저자는 솔직하게 식물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담았다.

파란 잎을 따는 건 미안해도 붉어진 잎을 따는 건 마음이 허락했다. 얼마 전 책 정리를 하다가 소녀 시절 넣어둔 단풍잎을 보았다. 수십 년 전 그 잎을 따서 보관했던 나의 손길과 마음이 다가온다

이 책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극성을 떨치던 2020년 8월부터 2022년 6월까지 한국조경신문에 연재한 칼럼 ‘최문형의 식물노마드’를 모은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 위기와 관련된 내용도 적지 않다. 저자는 ‘우울하고 힘들었던 시기가 거의 끝나고 일상을 회복한 후 이 책을 내게 되어 기쁘다’고 책 프롤로그에서 적고 있다.

코로나가 잊혀가고 있지만 지구상 생물체가 직면하는 위기는 각양각색으로 발현되므로, 책에서 말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각자가 겪게 되는 ‘위기’로 치환하여 읽어도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편으로 저자는 그 암울했던 때, 우리 곁을 여전히 오롯이 지켜준 식물들에게 무한 감사를 전한다. 우리 모두는 같은 심정이었다고 말이다.

본 도서는 ‘2023년 중소출판사 우수출판콘텐츠’ 작품으로 선정됐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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