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 칼럼] 빈랑이 정말 죽음의 열매인가
[김부식 칼럼] 빈랑이 정말 죽음의 열매인가
  • 김부식 본지 발행인
  • 승인 2022.11.02
  • 호수 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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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식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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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빈랑나무의 열매인 빈랑이 죽음의 열매인데 분별없이 수입하고 있다고 거의 모든 언론에서 주요기사로 도배를 했다. 어느 국회의원이 지난 5년간 우리나라에 수입된 양이 103.2톤이나 되는데 안전성 평가가 실시되지 않아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 빈랑 수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를 근거로 각 언론들이 빈랑의 독성에 대한 보도를 했다.

보도의 주된 내용은 2004년에 WHO가 2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으며 중국 일부 지방정부에서도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빈랑을 우리나라가 수입하여 이용되는 현실이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인기 남성가수인 푸송(傳松)이 지난 9월에 36세의 젊은 나이에 구강암으로 사망했는데, 자신의 구강암이 빈랑 섭취가 원인이라며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빈랑을 멀리하라.”는 내용을 자신의 SNS에 올린 것도 인용이 됐다.

비틀넛(betel nut)이라는 영명이 있는 빈랑은 동남아 각국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위장질환과 냉증치료, 기생충퇴치제로 사용돼 왔고, 각성 효과가 있어서 껌처럼 씹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WHO에 의하면 아직도 전 세계 인구의 10%에 달하는 7억 명 정도가 빈랑을 씹고 있으며, 기원전부터 씹던 유래가 있다고 하니 그 역사가 짧지가 않다.

필자가 빈랑나무를 알게 된 것은 디지털대학 한방건강학과 식료본초학 강의를 들으면서 부터였다. 야자나무과에 속하는 빈랑나무는 중국 남부지역, 동아프리카. 인도, 인도차이나지역 등 동남아시아와 하와이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재배하고 있으며 술과 담배, 그리고 카페인 다음으로 애용되는 기호식품이라고 한다.

빈랑은 정신을 맑게 하며 입안을 깨끗하게 해서 청량감을 주고, 기분전환과 졸음을 쫓는 역할도 있다고 한다. 한방에서 이용하는 빈랑자(열매)는 모든 풍을 없애고 기를 내려가게 하며 뼈마디를 순조롭게 하고 오장육부에 막혀있는 기를 부드럽게 퍼지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배웠다.

그런데 갑자기 언론의 빈랑은 죽음의 열매라는 보도로 깜짝 놀랐다.

언론 보도에 있는 내용만 보면 우리나라는 독성식물을 수입해서 환자에게 제공하는 심각한 나라이며, 정부에서는 이를 관리를 안 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빈랑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는 것은 좋지만 한방에서 다루는 한약의 응용은 재료의 배합, 약용금기사항, 용량, 용법 등의 원칙에 따른 사용마저 막는다면 이 또한 문제가 될 것이다.

양귀비나 대마초가 지닌 마약성분 때문에 법으로 철저히 관리되면서, 식물의 고유의 성분 때문에 재배가 유지되고 있는데, 빈랑나무의 열매인 빈랑의 순기능을 차치하고 무조건 죽음의 열매라고 칭하는 것은 빈랑나무 입장에서 보면 무척 억울한 일이다.

빈랑의 빈(檳)은 귀하다는 의미이고 랑(榔)은 손님의 의미로 합하면 빈랑나무는 귀한 손님이 오면 대접한다는 것인데 이제라도 좋은 의미를 살려주면 좋겠다.

우리나라 산야에서 야생화로 자주 볼 수 있으며 정원에서도 심고 있는 현호색은 강력한 모르핀 작용을 가지고 있어서 독초로 구분하지만, 약용으로도 사용하며 대한민국에서 오래된 소화제인 가스활명수의 원료가 되고 있다.

바다 생선인 복어의 내장과 알에는 독성이 강하지만 자격을 가진 요리사의 손을 거치면 일류 요리로 각광받는 사실과 같은 맥락이다.

겉보기로 취재하거나 깊이가 덜한 내용으로 언론에 노출되어 사업이 망한 경우도 많이 보았고 억울한 사례로 많이 있었는데, 이번 빈랑의 경우처럼 단편적인 보도는 언론의 사명과 윤리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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