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 본지 발행인 / 조경기술사
김부식 본지 발행인 / 조경기술사

‘도시가 정원이고 국가가 공원이다’라는 멋진 귀절이 나올 정도로 대한민국에 정원이란 키워드는 지자체의 정원도시 정책에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다.

정원에 대한 정의가 ‘집안에 있는 뜰이나 꽃밭’이라는 작고 소박한 범위에서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담당하는 거룩(?)한 프로젝트로 커졌다.

대한민국 3대전통정원인 담양 소쇄원, 보길도 부용원, 영양 서석지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옛 정원은 우리 생활에 친숙하게 담겨지고 있지만 현대정원의 모습은 아무래도 서양에서 기원한 양식을 많이 닮아가고 있다.

2013년에 개최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규모와 성과 측면에서 우리나라 정원역사에 큰 변곡점을 찍는 행사였고 이후 많은 정원박람회가 전국에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지자체마다 정원박람회를 개최하다보니 초기에는 비슷한 모양의 행사가 되었고, 나름대로 개성을 찾다보니 규모나 주제에서 지역특수성을 찾는 일에 많은 노력이 들어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원박람회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국제적인 행사로 판을 키우는 경우가 발생하고 국토 면적이 그다지 크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여러 개의 국제 정원박람회가 개최되었고 또한 계획되고 있다.

이미 순천과 울산에서 시작하여 LH공사 같은 공기업에서도 외국 정원작가를 초빙하여 ‘국제정원박람회’라는 호칭이 부여되고 있다.

내년에는 2024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계획되어 있고, 오는 12월 18일 까지 작가정원 10개 작품에 대한 국제공모를 하고 있는 중이다.

영국에는 정원박람회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첼시가든쇼가 180년이 넘도록 매년 개최되고 있고, 프랑스의 쇼몽가든페스티벌과 독일의 BUGA박람회도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각각의 주제와 특성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개최되고 있다. 이런 박람회에 참가해서 상을 받게 되는 정원작가는 차후의 작품활동에 큰 도움이 되는 브랜드파워를 갖게 되므로 많은 작가들이 자비를 들여서 공모에 참여하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의 국제정원박람회는 공모에 채택된 정원디자인에 대한 정원조성비 전액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이라서 외국과는 차이가 있다. 주최측에서는 실력 있는 정원 작가가 수준 높은 정원을 조성하므로 그만한 댓가를 제공한다는 논리지만 우리나라 작가가 해외 정원공모전에 참가하는 경우, 정원조성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많다.

K 가든 디자이너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황지해 작가는 2011년 ‘해우소’, 2012년 ‘DMZ; 금지된 정원’, 2023년 ‘백만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 세 작품을 조성하는데 소요되는 정원조성 비용을 오로지 작가 스스로 부담하고 해결해야 하는 고생을

지켜보면서 매우 안타깝고 애처러운 생각이 들었다.

자연주의정원 디자이너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피트 아우돌프가 우리나라에 여러번 다녀갔다. 울산에 정원도 만들고 다른 곳에 초청으로 강연도 했다. 그러다보니 피트에게 소요된 비용이 수십억 원에 이르게 됐다. 그 비용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작가와 비교해서 너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거론을 해본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정원 작가에게도 필요한 지원이 절실한 마음이다.

2024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기점으로 우리나라 정원박람회의 국제적인 행사와 K 가든의 해외공모전 참여 지원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립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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