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 발행인
김부식 발행인

청와대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해서 다녀왔다. 지난 5월 9일까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로 사용되던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많은 국민들이 앞 다투어 방문관람을 하고 있다.

청와대 관람 신청자가 너무 많아 사전신청과 추첨을 통해 매일 4만여 명이 방문하고 있는데, 상암동 월드컵구장 좌석이 5만5천석인 것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많은 인원이 다녀가는 새로운 관광명소가 됐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억눌린 몸과 마음이 청와대에서 터져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제 청와대의 주인은 국민일까?

당연히 아니다! 청와대의 주인은 오래 전부터 청와대 곳곳에서 살고 있는 나무와 새를 비롯한 식물과 동물들이 주인이다. 청와대 터줏대감인 나무를 살펴본다.

청와대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구 청와대 본관 터에 자리 잡은 주목나무다. 이 주목나무는 올해 추정 나이가 743살로 고려 25대 충렬왕 9년(1283년)과 11년(1285년) 임금이 남경에 행차했다는 기록과 일치하며, 남경에 임금이 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조경의 일환으로 심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의 설명이 있다.

청와대에서 문재인 전임 대통령과 윤석열 신임 대통령이 만찬 회동을 같이한 상춘재 앞 녹지원에도 터줏대감이 있다. 두 분이 만나서 악수를 나눈 후 걸으며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정원이 녹지원인데 이곳의 랜드마크는 150년생 소나무다.

청와대 본관 입구부터 마치 군 의장대가 예도행사를 하듯이 양 옆에 나란히 서있는 대형 반송도 청와대를 상징하는 나무임에 틀림없다. 청와대에는 크고 작은 나무와 꽃들이 구석구석에 자리하며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 개방과 관련하여 청와대 터줏대감인 나무에 대한 언론보도는 거의 없다. 마치 우리가 숨을 쉬며 마시는 공기가 당연하게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반려동물 시장이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배들에게는 ‘석열이 형’이지만, 애완견 토리(Tory)에게는 아빠라고 한다. 제20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에도 토리가 등장하고, 대통령 집무실에도 토리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는 것이 반려동물 애호가들의 견심(?)을 자극한 것일까?

반려동물 시장이 급속 성장을 하고 있는 반면 반려식물 시장은 정체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김영란법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칠궁의 주목나무와 잘못된 팻말
칠궁의 주목나무와 잘못된 팻말

 

공기정화용 식물을 비롯한 실내 식물을 반려식물로 부르고 있는데 실제의 반려식물은 지구상에 있는 모든 식물이 인류의 반려식물이다. 반려식물은 인간을 키우고 존재하게 하는 가장 큰 조력자이며 동반자다.

얼마 전에 지구에서 가장 오래 된 나무가 발견됐다. 칠레 남부 숲에 있는 사이프러스 일종인 알레스세 나무의 나이가 무려 5천484살로 추정되니 우리 단군할아버지보다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현실이다. 지금까지 세계 최고령 나무인 미국캘리포니아의 브리슬콘 소나무의 4천853살보다 631살이 많은 어르신이다.

이런 할아버지 나무가 지구별의 주인이 아닐까싶다. 이 나무도 여느 나무와 마찬가지로 어린 묘목으로부터 출발했는데 모두 반려식물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110개를 살펴보니 반려식물이 살게 되는 녹색복지에 대한 내용이 별로 없다. 국정과제 시행 과정에서 녹색복지에 좀 더 세심한 배려가 요망된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용산공원 조성에 대한 빠른 진척이 예상되고 있어서 다행이다. 용산공원이 윤석열 정부의 녹색복지에 대한 마중물이 되기를 기원한다.

청와대 옆 칠궁의 터줏대감인 주목나무(1802년생)의 학명이 Taxus cuspidata S & Z가 아닌 Zelkova serrata Makino(느티나무 학명)로 잘못 표기된 팻말이 오랫동안 서 있었다. 인터넷으로 문화재청에 시정 요구를 했더니 제거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주목나무의 잘못된 학명처럼 녹색복지 정책이 왜곡, 방치 되서는 안 될 일이다.

반려동물의 대명사가 된 Tory와 반려식물인 Tree는 함께 발전 성장해야 하는 영혼의 꽃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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