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자연환경 품은 차 주산지 ‘장흥’을 탐(探)하다
천혜의 자연환경 품은 차 주산지 ‘장흥’을 탐(探)하다
  • 이수정 기자
  • 승인 2021.04.08
  • 호수 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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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학당 전남 장흥 일대 3차 답사 성료
농업유산 ‘청태전’ 티로드 비롯
보림사 비자림 차나무밭 등 답사
무계고택 입구ⓒ심우경 교수
무계고택 입구ⓒ오봉학당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심우경 고려대 명예교수의 학맥을 잇기 위해 2019년 설립된 오봉학당이 지난 3월 26일(금)부터 2박3일 간 당원 8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라남도 장흥군 일대를 답사했다.

산과 들, 강과 바다가 어우러져 길이 흥할 축복의 땅으로 불리는 장흥은 천관산, 억불산, 가지산 등의 명산 아래 55km에 이르는 청청한 1급수 탐진강을 품고 있어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선사시대부터 많은 고인돌이 군집해있고 조선시대의 집성촌에 이르기까지 살기 좋은 고장으로 유구한 전통문화를 지니고 있다.

차 주산지 ‘장흥’ 김정호 ‘대동지지’에도 명기돼

명승 천관산 동백나무군락지 답사

오봉학당은 첫날 장흥군 대덕읍에 위의환씨가 경영하는 다미다원에 집결해 청태전을 시음하는 기회를 가졌다. 청태전은 삼국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고유발효차의 일종으로 장흥지역을 중심으로 존재했던 전통발효차 브랜드다. 이 지역에서는 전차, 곶차, 떡차, 강차, 단차 등의 다양한 이름이 있으나 엽전의 형태와 유사해 주로 돈차로 알려졌고, 발효된 찻잎이 푸른 이끼가 낀 주화처럼 생겼다고 해서 청태전이라 불렸던 것이다.

조선 초 ‘세종실록지리지(1454)’에는 장흥의 작설차를 왕에게 올리던 진상품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전국 19곳의 다소 중에서 장흥도호부에만 요량, 수태, 칠백유, 정산, 가을평, 운고, 정화, 창거, 향여, 웅점, 가좌, 거개, 안칙곡에 이르기까지 13곳의 다소가 존재한다고 했다. 김정호의 ‘대동지지(1864)’에도 본래 차의 주산지는 전남이며 장흥 차의 질이 으뜸이라고 전할만큼 장흥은 예로부터 차 재배의 적지로 일찍부터 차 문화가 발달한 곳이었다.

천관산을 조망할 수 있는 다미다원 ⓒ심우경 교수
천관산을 조망할 수 있는 다미다원 ⓒ오봉학당

청태전을 시음한 후에는 위씨의 안내로 천관산 아래에서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천관산을 답사했다. 천관산은 기암괴석이 마치 주옥으로 장식된 천자의 면류관 같다 해 붙여진 이름으로 동백나무와 억새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며 다도해의 장관이 눈앞에 펼쳐지는 호남 5대명산 중 하나로 알려졌다. 1998년 전남도립공원에 이어 2021년 올해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19호로 지정되면서 더욱 명성을 얻게 되었다.

예로부터 천관산의 빼어난 경승으로 인해 문인사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는데, 특히 존재 위백규 선생은 ‘지제지’를 통해 6대 동천과 89암자를 상세히 기술했고, 아들 위도급 또한 부친의 유업을 이어 천관산 유람하고 한시 96편을 지어 ‘지제지’를 증보했다.

천관산 사계동천 일대의 동백나무 군락지 ⓒ심우경 교수
천관산 사계동천 일대의 동백나무 군락지 ⓒ오봉학당

오봉학당 당원들은 당번동천을 시작으로 연화동천, 옥계동천, 청학동천, 사계동천을 둘러보면서 20ha의 면적에 동백나무 2만 그루가 자라 유전자 보호림으로 관리되고 있는 한국 최대 동백나무 군락지를 답사했다.

마지막으로 백미인 영은동천에 들러 존재 선생의 장천재(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72호)를 방문하고 1762년에 쓰였다는 ‘장천팔절서’ 현판에 기술된 장천팔경(제1 청풍벽, 제2 도화량, 제3 세이담, 제4 운영기, 제5 명봉암, 제6 추월담, 제7 탁영대, 제8 와룡홍)을 찾아 향유하며 그 뜻을 기렸다.

이튿날 27일(토) 아침에는 소문난 민속장인 정남진 장흥토요시장을 찾아 다양한 먹거리로 조식을 하고 장흥의 특산품을 두루 관람했다. 오전에는 방촌마을 답사를 위해 동구의 석장승(국가민속문화재 제275호)을 지나 방촌유물전시관에 주차했다. 이날 답사 시작점은 12대가 연속적으로 유고를 남긴 명문 가문인 장흥 위씨 반계공파 종가인 오헌고택(국가민속문화재 제270호)이었다. 현재 고택에 심우경 교수의 중학교 은사인 위성탁 선생이 머물고 있어 더욱 뜻 깊은 자리가 됐다. 이후 방촌마을 곳곳을 둘러본 후 정조에게 만언봉사 상소를 올리고 비답을 받아 회자된 장흥 위씨 웅천공파 종가 존재 위백규 선생의 존재고택(국가민속문화재 161호)을 방문해 사랑채에서 바라다 보이는 영산 천관산의 전경을 탐미할 수 있었다.

오헌고택의 기운을 보호하는 지당 ⓒ심우경 교수
오헌고택의 기운을 보호하는 지당 ⓒ오봉학당

뜰들뫼 역사 담은 무계 고택 전통정원  

발효 찻잎 푸른 이끼 닮은 ‘청태전’

태전 뿌리 천년고찰 장흥 보림사 찾아

오후에는 장흥 평화리에 소재한 상선약수 마을의 장흥 고씨 의열공파 종가인 무계고택(전라남도 문화재자료 161호)을 찾았다. 무계 고영완(1914~1991)은 장흥중학교를 건립해 군민의 교육에 힘썼으며 고장의 발전을 위해 많은 재산을 기부하는 등 장흥을 위해 헌신한 위인이자 건국 훈장 애족장을 받은 일제강점기의 항일독립투사였다. 그의 선조인 고만거(1698~1756)가 평화리에 종가를 열었다면 통덕랑 고언주(1816~1886)는 종택을 중건하고 뜰들뫼를 조성했다.

고택 앞의 연못은 ‘정담’이라 부르는데, 이는 고언주의 아호이기도 하다. 주변으로 둘러진 100년 수령의 배롱나무 군락과 괴목 사이로 진입하게 되는 곡선형 석계는 고택의 운치를 더욱 그윽하게 자아내고 있다. 조부인 고재극(1862~1901)이 종택을 증축했는데 본래 이곳은 다선일여(茶禪一如)의 정화사라는 암자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억불산 아래 명당 터에 자리 잡은 무계고택의 입지는 북향지세를 비보하기 위해 집 앞에 대밭과 S자형 진입로, 연못을 조성했고 억불산 바위를 염승하기 위해 소나무를 심는 등 아늑한 뜰들뫼를 가꾸고 있는 전남의 기념물이자 명승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이날 특별히 애국지사 무계 고영완의 아들인 고병돈 회장과 고영천 장흥문화원장, 고재청 (사)한말의병대장 녹천 고광순 의사 기념사업회 회장, 장흥투데이 발행인인 김선욱 시인이 식사자리와 답사까지 함께 하면서 장흥이 지닌 유구한 역사와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뜻 깊은 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이어진 답사에서는 봄빛의 탐진강을 거슬러 보림사를 찾았다. 가지산 아래 위치한 천년고찰 보림사는 동양 3대 보림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 선종이 가장 먼저 들어와 정착된 곳이다.

경내의 보조선사창성탑비(보물 제 158호) 해독문(이종찬, 1985; 홍순석, 1990)에 따르면 “신라 헌안왕 2년(858) 왕이 소문을 듣고 우러러 꿈속에서 조차 사모해, 선문을 열고자 보조선사체징에게 서울로 들어오기를 청했고, 그해 여름 6월에 장사현 부수 김언경을 보내어 차와 약을 가지고 가서 맞이하게 했다”는 기록을 통해 당시 보림사가 차와 밀접하게 연계됐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다산 정약용과 초의선사가 ‘구증구포’의 제다법으로 만들었다는 죽로차와 보림백모차의 효시이자, 당나라에서 1200년 전에 들어와 근대에 이르기까지 청태전의 뿌리가 전승되고 있는 곳이 바로 장흥 보림사인 것이다.

특히, 보림사 비자림 아래서 넓게 펼쳐져 있는 차나무 밭을 시작으로 금장사 터의 관한마을의 차나무 군락지, 백씨가를 중심으로 차 문화가 전승되고 있는 상금리의 오천정사와 죽로다원, 제다법이 다른 일쇄차 문화의 수양리, 장흥 위씨의 차 문화를 담고 있는 방촌마을, 천관산 장천재 주변의 야생차 등으로 이어지는 길을 ‘청태전 티로드’라 불리며 장흥 차문화의 유구한 역사를 잘 나타내고 있다.

보림사 티로드 답사. 비자림 아래 차나무 ⓒ심우경 교수
보림사 티로드 답사. 비자림 아래 차나무 ⓒ오봉학당

오봉학당은 장흥 답사를 마무리하며 해남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달마산 자락에 포근하게 자리 잡은 미황사로 이동해 템플스테이를 체험했다. 아침 예불 후에 향문 주지스님(조계종 중앙종회 위원)과 공양을 함께하며 덕담을 나누었다. 주지 스님은 오봉학당이 지난해 제2회 답사에서 다녀왔던 대흥사의 녹아차를 손수 꺼내 시음할 수 있는 호의를 베풀어줬다. 이후 달마산 끝자락에서 하늘과 맞닿는 곳에 지어진 도솔암으로 유산하며 기암과 진달래, 남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했다.

끝으로, 답사 마지막 행선지로 145칸의 국내 최대 민가인 영광 매간당 고택(국가민속문화재 제234호)을 찾았다. 높직하게 솟을지붕으로 꾸민 바깥대문은 3대 효자를 배출한 고종의 형인 이재면이 삼효문 편액을 써준 정려문으로 유명하다. 이후 영광의 특산인 굴비 정식을 함께하며 2박3일 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번 답사는 전남지역의 코로나 1.5단계 대응수칙을 준수해 진행됐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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