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따라 변화되는 시퀀스에 주목하다
공간에 따라 변화되는 시퀀스에 주목하다
  • 지재호 기자
  • 승인 2018.07.04
  • 호수 4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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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조설협 초청특강 김봉찬 대표
제주 베케정원에 관한 짧은 이야기
뉴욕 하이라인에서 만난 또 다른 정원
[사진 지재호 기자]
[사진 지재호 기자]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지난 2일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회장 최원만)가 주최한 제1회 조설협 초청특강이 서울숲 인근에 위치한 동심원 3층 갤러리에서 개최됐다.

격월로 진행되는 이번 특강에는 김봉찬 더 가든 대표의 ‘베케가든에 관한 이야기’ 시간이 진행됐다. 이날 특강에는 60여명의 청중이 찾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100여명이 몰리면서 서서 청강해야 하는 상황일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김봉찬 대표가 말하는 베케가든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

 

하이라인의 시퀀스

제주에 조성된 베케가든(VEKE GARDEN)은 김봉찬 대표가 처음으로 자신의 정원을 만든 공간이기에 이에 대한 궁금증은 대단히 컸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 듯 특강에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청중이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줄을 이었다.

이날 특강의 주요 키워드는 ‘시퀀스(Sequence)’에 있었다. 가든 디자이너답게 공간에서 공간으로 연결된 하나의 길을 따라 시시각각 변화돼 사람의 감정을 흔들어 놓는 공간미(美)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것.

김 대표는 지난해 직원들과 뉴욕 하이라인을 찾았다. 좁은 면적이었고 처음 들어설 때 실망을 했다고 한다. 버려진 풀밭 같은 느낌도 있었고 “이걸 보려고 여기를 방문했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진 지재호 기자]
김봉찬 대표 [사진 지재호 기자]

 

시퀀스. 그것은 마치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하나의 이벤트처럼 등장하는 키워드처럼 피에트 우돌프(Piet Oudolf)는 반전의 모습을 보였다.

“사람의 감정이 어떤 공간에 들어가서 바뀌어야 하는가를 우돌프는 많은 고민을 한 것 같았다. 베케가든을 만들 때 완벽한 공간과 공간 사이에 들어갈 준비를 하게 만들고 또 다른 공간이 나올 수 있을까 생각하게 했다.”

김 대표는 강연을 하면서도 연신 질문에 질문을 덧댄다.

“우돌프는 가만히 보니까 빌딩을 숲으로 이용했다. 바람도 막고 그늘도 만들어주는 역할. 빌딩이 가까이 인접된 곳은 숲으로 이용한 것이다. 야생이 나오고 초원으로 들어가 그 다음 숲이 나오는 시퀀스를 생각해서 만든 것이다.”

동선에 따라 빌딩이 멀어졌다가 초원이 나오고 시시때때로 변화되는 모습은 자연의 흐름과 닮아있다. 왜 수 많은 사람들이 하이라인에서 감동을 받고 있는가를 생각했을 때 바로 이것이 시퀀스다.

서울로 7017을 생각한다. 화분에 문제가 있다. 너무 높다. 화분 하나가 도시를 배경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바닥을 향해 있고 꽃을 심는 사람은 꽃만 심고 바닥 디자이너는 바닥만 하다 보니 조화롭지 못하고 각기 다른 공간이 연출되고 있다.

이에 반해 하이라인은 뉴욕의 빌딩이 마치 잔디밭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뷰가 좋은 곳은 나무를 심기도 싶지 않다. 그런데 하이라인은 모두 선(Line)으로 풀었다. 선이 고운 나무들을 앞으로 넣어 공간의 다양성을 만들어 주었다. 호수와 나무의 조화는 부드러울 정도”라며 “큰 것이 크지 않고 작은 것이 작은 것이 아니라 이런 지형과 형태를 만들게되면 여기가 폭포이든 꽃을 심든 어떤 것을 하더라도 그런 관계로 심리적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김 대표는 호평했다.

 

베케정원의 탄생

“직접 조성해 보고 싶었다.”

제주에는 돌담이 많다. 왜 만들었을까? 돌담은 농사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제주는 바람이 많이 분다. 때문에 돌담을 만들었고 과수원이 많아 쌓다보니 높이도 높아졌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애월은 낮은 돌담이 많은데 과수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쌓인 돌무더기를 가리켜 ‘베케’라고 부른다. 베케는 올레길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길이 없지만 베케가 성곽처럼 쌓여 여행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베케정원을 처음 구상했을 때 그 장소 주변에는 별다른 경관이 없었다. 흔히 보는 농장이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사진 지재호 기자]
[사진 지재호 기자]

 

평면으로 봤을 때 농장이 있고 조금한 사무실이 있었다. 베케가 있었는지 조차 몰랐다. 3년 전에 구입한 땅인데 이끼가 두껍게 쌓여 있을 정도로 많았다. 이끼를 보고 정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능하면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정원.

제주도식의 허름한 창고를 연결하는 페허가든, 이끼정원과 빗물정원은 하나인 것처럼 오픈했다. 같은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다른 풍광을 만들었다.

건축물은 45평 정도인데 실제 이곳의 폭은 불과 6~7m 정도라 여러 방향으로 틀어야 했다. 돌담정원을 지나 최정화 작가가 디렉팅한 카페로 들어서게 했고 그 안 통창을 통해 바라보는 전경은 베케정원의 정점을 찍고 있다.

김봉찬 대표는 “우리가 정원을 하든 조경을 하든 앞으로 미래의 공간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내가 감동해야 실제 대중들에게 설명이 가능하고 한 두 곳이라도 보여줘야 조경이 얼마나 위대한지 중요성을 생각하게 할 것”이라고 조경인들을 격려했다.

[한국조경신문]

 

제주 베케가든(VEKE GARDEN) 정경.  [사진제공 : 더가든]
제주 베케가든(VEKE GARDEN) 정경. [사진제공 : 더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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