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케정원 이정표  [사진 지재호 기자]
베케정원 이정표 [사진 지재호 기자]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제주공항에서 서귀포 방향으로 1.2km 정도의 숲 터널을 지나 45분 정도 달리다보면 만나게 되는 베케정원(Veke Garden).

밭에서 땅을 파면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돌 덩어리들로 경계를 삼아 쌓아 놓은 것을 베케라고 부른다. 베케가 없었다면 아마도 베케정원의 이름도 달라졌을까?

‘VEKE’라고 써 있는 한 뼘만 한 간판을 믿고 사무동을 끼고 돌면 회색빛이 감도는 메인 건물 카페가 보인다. 오른쪽 상단 구석 ‘베케’ 글자가 선명해 보일 정도로 반갑다.

출입로 바닥에는 맞추다 만 조각 시멘트 퍼즐이 있고 아주 짧은 계단을 내려가 베케로 경계를 이룬 건물 입구로 들어선다. 미로처럼 생긴 시멘트 벽면 아래에는 그라스로 멋을 더 했다.

마법학교 문을 밀어내는 듯 꽤나 높은 문을 밀어내니 밝지 않지만 어둡지만도 않은 실내에서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짜릿한 저림이 올라섰다.

70mm 대형 스크린 속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베케정원의 하이라이트가 동공이 암전에 익숙해지기 전에 등장하면서 숨을 잠시 멈췄다.

그 광경은 도대체 어쩌라는 것인지...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급하게 받아버린 고백 같았다. 무심하게 쌓은 듯, 하지만 규칙과 표준화된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려는 흔적이 느껴졌다.

파노라마처럼 길게 난 창 밖의 광경은 자연을 닮은 베케였다. [사진 지재호 기자]
파노라마처럼 길게 난 창 밖의 광경은 자연을 닮은 베케였다. [사진 지재호 기자]

 

밖에서 바라 본 베케가든  [사진 지재호 기자]
밖에서 바라 본 베케가든 [사진 지재호 기자]

 

베케가든 풍경  [사진 지재호 기자]
베케가든 풍경 [사진 지재호 기자]

 

이끼와 무성한 고사리류, 그 한 편에는 촉촉함이 느껴질 정도로 습지화 된 공간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어 자연을 닮은 공간 구성에 놀라움만이 가득했다.

선큰(Sunken) 안으로 파인 전면으로 내려가 의자에 앉으면 눈높이가 낮아지면서 베케정원 풍경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계단 몇 개의 차이가 만든 발상에 무릎을 치게 만든다.

정원으로 나가는 문을 열면 계단 밑에 고사리류가 벽면과 바닥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고, 데크를 따라가면 베케의 뒷면을 볼 수 있다. 마치 메인 무대의 감취진 뒤편을 보는 기대감이 설렘으로까지 채워진다. 각도에 따라 변화되는 정원의 모습도 또 다른 관점의 맛을 준다.

‘치밀하지만 엉성하게’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만큼 베케정원은 어떤 곳에서도 보지 못한 광경을 선사했다.

폐허가 된 건물을 철거하며 남겨둔 밑 둥만을 가지고 정원을 만든 것은 신의 한수였다. 폐허가든은 지금까지 본적도 없었기에 가장 궁금했던 곳이다. 녹슬고 구겨진 철골, 허물어진 벽돌, 구멍난 벽면, 그리고 그곳을 채운 다양한 그라스들.

억새류가 화사함으로 맞이하는 곳을 직접 내려 보고 가까이 볼 수 있게 철판으로 길을 낸 것은 배려다.

5000원짜리 캐모마일 한잔과 맞바꾼 베케정원에서의 시간은 “우리를 조금 크게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하루면 충분하다”고 말한 독일 화가 파울 클레의 뜻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오픈 2년의 시간이 흘러서 본 베케정원은 조금 더 자랐다.

아울러 베케정원의 주인공 김봉찬 더가든 대표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겠다. 오는 23일 한국조경신문에서 주최하는 특강에서 직접 듣고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조경신문]

 

베케와 이끼의 조합은 최상의 카드였다.  [사진 지재호 기자]
베케와 이끼의 조합은 최상의 카드였다. [사진 지재호 기자]

 

계단 밑 고사리류는 마치 있을 법한 공간에 있던 모습처럼 자연스럽다.  [사진 지재호 기자]
계단 밑 고사리류는 마치 있을 법한 공간에 있던 모습처럼 자연스럽다. [사진 지재호 기자]

 

뉴욕 하이라인에서 모티브로 한 폐허가든 속 스틸브릿지.   [사진 지재호 기자]
뉴욕 하이라인에서 모티브로 한 폐허가든 속 스틸브릿지. [사진 지재호 기자]

 

폐허가든  [사진 지재호 기자]
폐허가든 [사진 지재호 기자]

 

베케정원 메인건물 전경.   [사진 지재호 기자]
베케정원 메인건물 전경. [사진 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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