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경신문이 지난 8일 상영 개최한 영화 ‘다섯 번의 계절 : 피에트 우돌프의 정원’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한국조경신문이 지난 8일 우돌프의 인생과 정원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다섯 번의 계절 : 피에트 우돌프의 정원’을 상영했다. 이날 객석은 우돌프의 정원을 영상으로 만난 후 감동으로 가득 찼다.

영화가 끝난 후 객석에 영화의 여운을 물었다. 관객 대부분이 조경과 정원 관련 분야에 종사해 영화에 얽힌 후기는 구체적이었고 각자의 자리에서 식물과 정원, 그리고 조경을 되돌아보는 진지한 답변이었다.

 

이현수 천지식물원 실장 : 피에트 우돌프와의 첫 만남, 2017년 8월 어느 날 친구가 내게 깜짝 서프라이즈를 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비즈니스 관계로 유럽 출장 중 네덜란드에서 일을 보고 있었는데 내게 어디 좀 같이 가보자고 하더군요. 언제나 그렇듯 흰소리를 안 하는 파트너였기에 믿고 따라 갔습니다.

암스테르담에서 꽤 멀리 차로 달려 도착해보니 다름 아닌 훔멜로였습니다. 와우, 내게 이런 일이 내 평생에 한 번 만날 수 있을까 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긴장한 자세로 한 1~2분정도 기다리는 찰라 190cm정도의 거구의 백발 피에트 우돌프가 내 앞에 서 있었습니다.

영화를 볼 때 당시 그 짜릿했던 긴장감을 다시 한 번 느끼면서 영화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그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조차 안날 정도로 기쁨과 긴장에 찬 우리를 그가 정원으로 안내해주었습니다.

유튜브에서 무수히 봤던 그 광경과 판타스틱한 식물들의 구성 그리고 친절한 우돌프 아저씨의 설명 등 정말 무어라 말할 수 없는 행복이었습니다. 식물을 기르는 내게 이곳은 천국과 같았습니다. 어찌 식물로만 이런 형상과 조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하며 천천히 감상했던 게 생각납니다.

영화를 보면 그는 자연주의적이지만 철저히 계산적인 가드닝을 펼칩니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식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거죠.

2014년 9월 미국 하이라인으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내가 키우고 재배하고 선보이는 식물들을 검증하고 싶었습니다. 현업에서 가장 큰 고민은 내가 키우고 선보이는 식물군들이 과연 많은 클라이언트와 대중들에게 얼마나 만족과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지 입니다.

하지만 우돌프는 자기만족을 위해 식물을 심고 가꾸고 완성해나가고 있었습니다. 결국 자신도 만족하면 남들도 만족할 수 있다는 거, 영화를 보는 내내 그때 만남의 전율을 상기하는 내 머릿속과 심장은 계속 뛰고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그 경험을 알 수 있도록 해주신 한국조경신문과 아우돌프 연구회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최원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회장 : 이름 자체만으로도 좀 우직해 보이는 피에트 우돌프, 그래서 그런지 식물자체 본연의 물성에 기인한 그의 정원은 속마음을 전하는 러브레터처럼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인다.” 가을, 겨울, 봄, 여름 그리고 가을, 진정한 아름다움의 가치와 생명의 숨결을 전해온다.

 

이주은 가든디자이너 : 피에트 우돌프는, 정원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본질적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을 뜨게 해줬다.

 

이안숙 서울시 공공조경가‧세미원 이사 : 다큐에서 우돌프는 훔멜로 정원에 대해 ‘자연에서 보고 싶은 모습을 재현한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 말은 고래로부터 인간이 갈망하던 ‘정원’의 탄생사유와 중첩되는 게 아닐까. 자연에 대한 깊은 관찰과 이해, 식물에 대한 사랑과 실천이 오늘의 피에트 우돌프를 만들지 않았나 공감하게 된 다큐였다. ‘결국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은 공간을 만드는 나에게 깊이 여운이 진다.

영화 관람 전 객석 모습

조영철 GS 건설 부장 : 사실 영화를 보기 전 피에트 우돌프란 인물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정보 없이 감상했는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매력적이고 전문적이며 열정적인 우돌프의 모습을 느꼈습니다.

진정한 정원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장인정신이라 느꼈고, 계절마다 변화하는 정원의 모습을 소재(초화류 식물)에 대한 충분한 이해 속에서 적용하는 과정은 우리 조경인들이 반추하며 생각할 덕목(?)이라 여겼습니다.

강한 인상을 주었던 정원의 영상미도 아주 매력적이고 유익하게 감상했습니다. 최근 아파트 내 ‘가든’이란 공간명칭으로 시도되고 있는 정원 가꾸기가 때론 소재나 장소에 대한 이해 없이 만들어지고 훼손되면서 ‘정원이해’를 왜곡시키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유행처럼 정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시점에 좀 더 진지하고 충실한 접근이 필요하며, 우리나라처럼 고층주택단지가 집약되는 주거공간에서 정원의 존재감과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 우돌프가 말한 것처럼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일 모두 삶의 일부이다. 인생은 아름다움을 발견해가는 과으로 정원 그리고 조경을 구현할 수 있길 소망해 봅니다.

 

송초희 가든디자이너‧랩루나리아정원연구소 : 75분의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 피에트 우돌프의 디자인철학과 식물에 대한 애정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이해한 뒤, 그것을 디자인으로 풀어내어 정원 안에 담아내는 일. 아름답지 않은 것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는 일. 그의 이러한 열정을 보면서 훔멜로 정원처럼 직접 식물을 재배하고 실험해 볼 수 있는 ‘움직이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다짐을 다시금 하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더 좋아하게 만들어준 귀한 시간이었다.

 

이형진 아침고요수목원 식물연구부 전시재배팀장 : 우돌프는 고령임에도 현역에서 활동한다. 우리나라에서 그 나이까지 활동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는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단순히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라 순수하게 식물을 좋아했기 때문에 오늘의 우돌프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식물을 공부하는 사람이 가장 본받을 점은 그가 너서리를 운영해 식물 특성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식물을 알아야 식물을 소재 삼아 정원을 만든다.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 많은 사람이 이것을 잘 모른다. 어떤 정원을 만들든 우돌프는 적절한 곳에 적합한 식물을 완벽하게 심을 수 있다. 복잡하고 다양한 식물을 사용해도 조화로울 수 있는 게 식물 특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꽃이 지고 나면 자르지만 마지막 종자까지도 미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것, 꽃대나 수형만으로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공감됐다.

또, 디자인을 한다 해도 이것을 정원에 그대로 식재해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정원 일부를 디자인해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주지만 이게 결코 정답이 아니라고 우돌프는 말한다. 정원은 계속 바뀌므로. 이것이 평면도에 특징적이고 추상적으로 스케치하는 이유일까.

 

정경선 조경설계사무소 숲 속 대표 : 갈색을 사랑하라. 피에트 우돌프는 “가을 겨울 경관을 보면 봄 여름에 얼마나 울창하고 화려했는지 상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식재 설계를 할 때 잎이나 꽃이 화려할 때 위주로 상상하며 계획을 한다. 그러나 식물들이 동면할 때도 어떻게 거기서 미를 찾는지는 설계자의 몫이라는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여러 식물이 서로 공간을 나누고 어우러지며 궁극적으로 조경가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스스로 생존하는 조경이 진정한 플랜팅이라 생각한다. 겨울의 갈색마저도 아름다운 설계.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방향과도 맞다.

진정한 설계가는 식물의 향기와 빛깔뿐만 아니라 여윈 모습까지도 찾아 낼 줄 알아야겠다.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아름답듯...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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