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정원, 다양한 분야와 연계성이 중요하다
[조경시대] 정원, 다양한 분야와 연계성이 중요하다
  • 김봉찬 객원 논설위원
  • 승인 2018.02.06
  • 호수 4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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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찬 더가든 대표

정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사립식물원은 물론 대규모 국공립수목원이 줄을 지어 조성되고 있다. 순천만정원과 같은 국가정원을 비롯해 지자체 단위의 정원박람회와 가든 쇼도 계속해서 개최되고 있다. 수목원에서는 가드너 양성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정원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분야들도 정원과 함께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내놓고 있다. 정원에 몸담고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런 관심과 열의는 굉장히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는 정원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있는지 한번쯤 되돌아보게 된다.

정원(Garden)의 의미와 영역, 그 가치는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양식과 소재도 끊임없이 달라진다. 정원은 인간이 울타리를 만들어 농사를 짓기 시작한 세월만큼이나 그 뿌리가 깊고 생각보다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조성된다. 정원을 단순한 하나의 조경 양식으로 받아들이거나 마당을 치장하기 위해 식물을 키우는 장소 정도로 보는 태도로는 정원에 대한 현재의 사회적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기 어렵다.

정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보다 앞선 선진 정원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그들은 어떻게 정원을 발전시켜왔는지 현재 그 기술력은 어디까지인지 식물원과 정원, 조경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기초부터 차근차근 따져봐야 한다. 또한 땅 위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분야의 연계성을 고려해야 한다. 조경, 건축, 토목, 환경미술 등이 모두 정원의 활동 공간이자 함께 어우러지는 영역이므로 협의와 조율을 통해 하나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원예 분야의 발달은 정원의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것과 같다. 어떤 분야든지 기초가 튼튼해야 뻗어나갈 수 있다. 우리는 정원에 대한 열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예가 많이 취약한 상태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자체적으로 연구하고 생산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 반면 정원 선진국에서는 18세기부터 세계 각처에서 적극적으로 자생식물을 수집해 원예종으로 육종해 왔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각광받기 시작한 만병초(Rhododendron)나 목련(Magnolia) 등의 품종들이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육종되어 온 것들이다. 이러한 원예의 발달은 자연스럽게 정원을 풍성하게 하는 초석이 되어 주었다. 결국 원예가 살아야 정원도 살아난다. 또한 원예의 발달은 전통적인 먹는 농업에서 한 걸음 나아가 보고 즐기는 농업을 장기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생태의 영역도 강조되어야 한다. 인류는 엄청난 속도로 자연을 훼손해 왔다. 수많은 생명이 현재도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도심지에 허락된 작은 녹지공간을 잔디밭과 장미원으로만 소비하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른다. 한때는 생태라는 이름으로 유행처럼 정원이 조성되던 시기도 있었다. 실체 없이 개념만 있는 생태라며 비난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유행에 밀려 감소되는 추세다. 생태는 대규모 생태공원과 같이 안정된 비오톱(biotop)을 형성하는 일과 더불어 작은 정원 안에서도 환경과 그 구성 요소들의 질서체계를 고려하여 스스로 생육하는 정원을 만드는 일까지 포함된다. 정원은 다른 분야와 달리  살아있는 생명이 서식하는 자연 공간을 만드는 일이어서 설계자와 관리자뿐 아니라 자연과의 상호작용과 관계맺음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변화한다. 때문에 정원은 자연 생태처럼 서식하는 생물종의 다양성이 높을수록 생태적 안정성을 확보함은 물론 순간순간 변화하는 다채롭고 아름다운 경관을 형성할 수 있다.

정원 디자인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심해야 한다. 미술이나 패션분야처럼 정원도 자연스럽게 디자인을 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 단순히 꽃과 나무가 있는 평범한 정원에 사람들은 더 이상 감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존의 많은 정원에서 다름을 찾기란 쉽지 않다. 아파트는 물론이고 심혈을 기울인 공원에서 조차 유사한 풍경이 겹쳐질 때가 많다. 사진을 찍어보면 내가 서있는 공원이 여의도 공원인지 월드컵 공원인지 알 수 없을 때도 있다. 정원의 주요 소재인 식물들은 유전자가 복제된 품종이어도 환경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지는데 본질적으로 다른 형태의 식물을 가지고도 유사한 경관을 양산하게 되는 것은 결국 디자인의 부재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소재들의 조합, 다양한 시설물의 활용 등 도전적인 실험과 혁신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꾸준히 양성해야 한다. 정원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현장성이 중요하다. 자연소재는 규모와 형태가 획일적이지 않아 설계도면에 완벽하게 표현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고 살아있는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 늘 예측하지 못한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경험이 많은 전문가의 순간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원예, 생태, 디자인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현장에서 적용시킬 수 있는 전문 가드너 양성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김봉찬 객원 논설위원
김봉찬 객원 논설위원 thegarden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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